한 해의 마지막 한 달을 보내는 지금 나의 이야기
연말 12월만 되면 항상 기쁘면서 슬프다. 설렘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며 나의 올 한 해를 돌이켜 보며 스스로 정산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유일한 나의 기쁨은 크리스마스라는 이벤트다. 마지막을 행복으로 마무리하고자 들떠있는 사람들, 이쁜 조명과 전구들로 가득 메워진 거리부터 따듯하고 설렘 가득한 캐럴과 잔잔하고 포근한 음악들이 흘러나오는 가게들 등 세상이 느려 보이고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행복함을 느낀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가 될 때까지의 마지막 일주일, 나는 가장 우울한 주를 맞이한다. 보내기 싫은 한해와 다시 시작이라는 무거운 마음이 공존한다. 그리고 스스로 지금까지 나에 대해서 돌이켜 본다.
예전에는 마지막 12월이니까, 둘째 주니까, 크리스마스니깐, 한해의 마지막 31일이니까 등 단지 연말이라는 핑계로 매번 놀 궁리만 했다. 친구들끼리 한 해를 정리하고 수다를 떠는 게 낙이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놀면 불안하고 신이 나지도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문득 열심히 일하면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직업의 특성상 주말과 평일이 없고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으며 바쁠 땐 한없이 바쁘다가도 한가할 땐 인생이 망했구나 싶을 정도로 한가하다.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한 감사함과 나의 위치와 상태를 직시하는 기준이 되는 게 자연스레 일을 얼마나 많이 열심히 했나에 따라 한 해가 보람과 좌절로 나뉘게 되었다.
최근까지 연말 시상식을 보면 좌절감에 빠졌다. “나는 지금 왜 저기에 없을까?” “저런 보상과 보람이 없지?”라며 상 받는 모습을 보면 나 빼고 다 잘된 것 같고 나는 언제 저 무대에 서보나 하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시기 질투를 시작으로 한없이 기분이 밑바닥까지 안 좋다가도 단상 위에 있는 사람들의 노력을 곱씹어 생각하며 인정하게 되는 순간 존경심과 더불어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발견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아직 12월은 1월이 오기 전이라는, 아직 며칠 남아있다는 조그마한 희망이 어디선가 생겨난다. 계획했던 운동도 1월이 되기 전에 시작하면 남들보다 앞서가는 기분이 들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 자신에게 지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남은 며칠만이라도 마무리를 잘하고 시작을 하면 남들보다 첫 단추가 잘 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러한 나지막한 희망을 찾는 거 보니 아직도 나는 철이 안 들었나 보다.
어느 때부턴가 같은 직종의 사람들보다 타 직종에 각기 다른 삶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내가 본 회사원, 상인, 자영업, 프리랜서, 학생, 부모 등 너나 할 것 없이 결과물에 대한 나의 성과, 결과물, 나의 위치, 나의 돈벌이, 얻은 것과 잃은 것, 배운 것과 느낀 것, 나의 건강, 나의 사람들, 나의 노력, 나의 마음가짐, 나의 경험 등 나의 모든 상태를 다시 한번 체크하면서 고민을 통한 변화와 발전, 성장을 원한다.
지금까지 내가 행복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든 것엔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와 비교하고 어떠한 기준을 누군가로 인해 정했다. 확실한 건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완전한 탈바꿈이다. 보다 가치 있는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고자 올해의 도전과제를 정해야 한다. 생각을 바꾸던 생활 습관을 바꾸던 변화가 필요하다.
“난 지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나?” “누구보다 열심히 돈을 벌었나?” “누구보다 간절했나?” “누구보다 생산적인가?” “누구보다 내 사람들을 잘 챙겼나?” “누구보다 행복했나?” 등 이제 이 단어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
주체를 나로 바꿔보려 한다. “난 행복해” “작년보다 난 더 성장했어” “작년보다 난 더 많은 걸 배웠지” “난 저번 달보다 더 많이 연습했어” “저번 주보다 운동을 더 열심히 했어” “어제만큼 오늘도 맛있는 걸 먹었어” “오늘도 여전히 살고 있어”라고 말이다.
아무런 걱정 없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도 웃어넘길 수 있었던 순수했던 나를 다시 불러보려고 한다. 내년은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보다 치열하게 살아보겠다.
하루를 끝내고 돌아와 먹는 집밥이 더욱 맛있도록 말이다.
(PS. 이번 2022년 월드컵은 2002 월드컵 이후로 가장 뜨거운 선물이 되었다. 다시 한번 열심히 뛰어준 선수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