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까지 일주일, 설레는 등굣길 사전답사
어학연수를 준비할 당시, 나는 3가지 기준을 정해두고 학교를 선택했었다.
첫째, 런던 시내에 있을 것.
둘째, 교육 과정이 체계적일 것.
마지막으로, 한국인이 되도록 적은 곳일 것.
물론 낯선 땅에서 한국인을 마주친다면 더없이 반가울 것 같다. 하지만 난 영어를 배우러 온 만큼, 이곳에서만큼은 철저하게 한국어와 단절되기를 원했다.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한 건 런던의 S 랭귀지 스쿨!
이제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첫날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런던에 도착한 나에게는, 일주일의 자유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무엇을 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앞으로 내가 지나다닐 등굣길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내가 거주하던 동네는 Vauxhall이었고, 학교는 대영 박물관 근처였는데, 집에서 학교까지 지하철을 타면 약 2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나는 등하굣길이 템즈강을 따라 쭈욱 이어져있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고, 아름다운 런던아이, 빅벤을 매일 지나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좋다, 작전 변경!
당분간은 걸어서 등하교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이라도 천천히, 느긋하게 런던의 길거리들을 눈에 담고 싶었으니까.
도보로 한 시간쯤 걸리지만 뭐,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시간도 많겠다, 딱히 할 것도 없겠다.
등굣길 사전답사를 떠나자!
나는 바로 튼튼한 운동화로 갈아 신고, 집 밖으로 나섰다. 한 손에는 도난방지 체인을 단단히 감아둔, 나의 소중한 휴대폰을 쥐고서.
등굣길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지하철을 타고 갔다면 보지 못했을 수많은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갈색 오리들이 뒤뚱뒤뚱 자유롭게 강가를 돌아다녔고,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조명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커피와 간단한 베이글을 파는 트럭도 있었는데,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커피트럭 사장님과 그 근방에 늘 앉아있는 한 노숙자가 스스럼없이, 마치 오랜 친구처럼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노숙자는 열심히 번 돈으로(?) 커피 한 잔을 사 마시며 사장님과 트럭 너머로 대화하다가 가끔 숨넘어가게 웃기도 하는 것이,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템즈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나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바로 노점상들이 금속 철판 위에서 따뜻하게 구워내고 있는 캐러멜 땅콩의 냄새다.
이것을 Toffee nuts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의 커피땅콩과 비슷한 맛이다. 좀 더 따뜻하고 끈적한 버전이랄까?
이 노점상들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출근길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달콤한 간식을 제공하기 위해 나오는데,
이 카트를 지날 때마다 진한 캐러멜 냄새에 입안이 침이 고였던 게 기억이 난다.
따끈따끈한 캐러멜 땅콩을 입 안에 집어넣으면, 오독오독한 겉면에서는 바닐라 토피 맛이 나고, 씹을수록 바삭바삭하고 쫄깃한 식감을 맛볼 수 있다.
덕분에 몇 개 안 먹은 것 같은데 어느새 텅 비어버린 컵을 볼 수 있다.
마치 관광객처럼 이리저리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또 하루가 저물었다. 낯선 곳에서는 시간이 빨리 감기 되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아직 나에게 남은 날들이 많다는 것에 안도를 하며, 오늘 저녁은 무얼 먹을까, 밥 먹고 영화나 한 편 볼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