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대형마트 탐방기

큰일이다, 음식이 맛이 없다.

by 녕인

영국은 물가가 높고 음식이 맛이 없어서 보통 집에서 직접 요리해서 먹는 게 대부분이다.


’에이, 설마 진짜로 맛이 없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한 두 번 현지식당을 방문했다가 크게 실망했던 나는, 식재료를 살 마트가 어딘지 반드시 알아 놓아야만 했다.


자칫 쫄쫄 굶을 위기에 처한 나는 마음이 급해져, 구글지도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집 앞의 조그만 동네마트 외에도 오솔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커다란 지역마트가 하나 더 있었다.


Sainsbury's라고 하는 아주 큰 대형마트였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개념인 것 같았다.

다만 다양한 전자제품, 장난감, 가구를 파는 우리나라의 대형마트와는 달리 식료품 위주의 대형마트 느낌이랄까?

나는 Sainsbury's를 처음 방문했을 때,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아름다운 생화들, 향긋한 과일과 다양한 볼거리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일단 신선한 과일과 치즈, 야채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특히 과일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던 이국적인 종들을 많이 볼 수 있어 구경하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다소 의외였던 점은 물가가 비싸다는 말을 듣고 바짝 긴장했었던 것과 달리, 생각보다 마트는 가격도 꽤 합리적이었다. 심지어 우리나라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들도 있었다.(물론 식당은 비싼 게 맞다.)


또한 마트 내의 베이커리 코너도 특이했는데, 빵의 가짓수가 무척 다양했고 비닐 포장 없이 바구니에 고스란히 담겨 진열되어 있었다. 아마도 내부에서 제빵사가 바로바로 빵을 구워 바구니에 넣어두는 모양이었다.

런던의 Sainsbury's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점은, 뭐니 뭐니 해도 매일 할인하는 품목이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어떤 날은 그 유명한 Ben&Jerry's 아이스크림이 거의 반 값으로 나오는 날이 있는가 하면, 다음 날 가보면 푸딩이나 과일들이 파격 세일 중이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심심하거나 걷고 싶은 날이면 운동복을 걸치고 마트를 구경하러 나오기도 했다.


런던의 마트를 걷다 보면 다양한 광경을 볼 수 있다.

과자를 사 달라며 떼를 쓰며 바닥에 드러눕는 아이,

마트 점원과 실랑이를 하며 언성을 높이는 진상 고객,

바닥에 음료를 쏟아놓고 모른 척 그냥 사라져 버린 양심 없는 사람들까지.


그런 사람들도 있는 반면,

빵을 사서 마트 앞 노숙자에게 건네주던 할아버지,

진열대에 남은 마지막 푸딩을 “레이디 퍼스트”라며 여자친구에게 양보하던 남자아이,

임산부를 위해 무거운 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손을 흔들어주던 마트 점원도 있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다 보면,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다 똑같구나,

지구 건너편에서는 그 어떤 환상을 가지고 보던 나라도 가까이서 보면 문화만 다를 뿐, 모두 같은 세상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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