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관계론

사람도, 아이스크림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by 녕인

아이스크림 먹을래?


고체도, 액체도 아닌 산뜻하고 가뿐한 물질인 탓일까요. 저는 예전부터 아이스크림과 같은 사람을 대할 때면 늘 조금 버벅거렸고, 그 내면을 알 수 없어 어려웠습니다.

분명 나에게 다정하고 달콤한데, 어딘지 모르게 사라질 것만 같은 가벼움.

상대방은 잠시 닿은 체온에도 사르르 녹아버리는 가뜬한 마음인데, 저만 너무 무겁게 움켜쥐어 오해하는 것일까 봐.




저는 아직까지 아이스크림을 싫어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봤지만요.(그마저도 아주 적었습니다)


그만큼 어디에서나 툭툭 가볍게 먹기 좋고, 열 오르는 첫 만남의 긴장감을 식혀주는가 하면, 어색했던 사람들 사이에 끈적하게 녹아 붙어 서로를 친밀하게 이어주는 역할도 하지요.


한 입 물면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아이스크림은, 대부분 화사하고 선명한 빛깔을 내뿜고 있습니다. 마치 무채색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해 태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못 견디게 달콤하죠.

우유와 설탕, 약간의 과즙이 섞인 이 중독적인 물질은, 유독 땀이 주르륵 흐르는 무더운 한여름에 자주 생각이 나곤 합니다.


하지만 그거 아시나요?

목마를 때 먹는 아이스크림은 오히려 갈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요. 아이스크림의 차가운 감촉, 그리고 녹아 흐르는 액체감이 일순간 착각하게 만들기에 잠시나마 갈증이 해소되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지요.


마음이 외롭고 허기질 때 급하게 사랑을 채워 넣으면 탈이 나듯, 아이스크림도 적당히 목을 축인 상태에서 먹어야 그 엄청난 당도에 의해 갈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스크림은 사람사이 관계와도 닮아있습니다.

산뜻한 첫맛의 기억을 쫓아 주기적으로 찾게 되지만, 그러다 보면 문득 머리나 치아가 띵하며 시린 날이 찾아와 멀리하게 되지요.

그래서 한 스푼, 두 스푼 떠먹을 때는 늘 차가운 온도가 위장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조심스레 입안에서 천천히 녹여먹어야 합니다.


사람이든, 아이스크림이든,

꽁꽁 냉각된 상태의 단단한 겉 면만 보고, 그 속의 가벼움을 알아보지 못한 채 급하게 흘려 넣다 보면, 어느새 그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 결국 나 홀로 남겨지게 되므로.

화려한 겉모습보다 내면에 품고 있는 해로운 당도가 얼마나 되는지, 그게 혹시나 나를 아프게 하지는 않는지 늘 돌아보며 삼켜내야 합니다.


낯선 이와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다 보면, 시원하고 달콤한 그 맛 덕분인지 유난히 빠르게 친해지고 가까워지게 되는 것 같아요. 빵이나 과자와는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죠. 먹을 걸로 이렇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여는 자신이 웃기면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는 위험천만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답니다. 늘 조심해야 하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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