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가나슈 케이크

초콜릿이 선사하는 달짝지근한 위로

by 녕인

마음이 힘들 때면, 때로는 좀처럼 찾지 않던 달콤한 간식이 뜻밖의 위로가 되어 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가나슈 초콜릿 케이크처럼.

반지르르 빛나는 다크브라운 색 겉 표면을 포크로 꾹 눌러 가르면, 폭신하고 부드러운 초코 빵 시트, 그리고 보이는 달짝지근한 초콜릿 무스.


가나슈(ganache)란 불어로 ‘멍청이’, ‘바보’라는 뜻이다. 이것은 19세기 프랑스의 어느 과자 공장 수습생이 실수로 초콜릿이 담긴 그릇에 끓는 우유를 쏟았는데, 그 수습생의 멍청한 짓 때문에 개발된 초콜릿이라 하여 가나슈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실수로 탄생한 가나슈의 부드러운 풍미는 뜻 밖에도 궁정에서 큰 인기를 불러일으켰고, 나중에는 초콜릿 애호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종류의 디저트가 되었다고 한다.




영화나 책을 읽다 보면, 종종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덮칠 때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초콜릿 조각을 삼키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는, 주인공 아델이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녀는 밀려오는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느끼기보다는, 슬픈 감정을 얼른 떨치려는 듯 급하게 침대 옆 상자에서 초콜릿바 하나를 꺼내어 눈물 젖은 입술로 급하게 깨물어 삼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스로에게 마취제라도 투여하듯 급하게 초콜릿을 입에 밀어 넣는 모습은 당시 영화를 보던 내 기억 속에 그대로 각인되었고, 그 후로 나에게 초콜릿이란 기쁨과 축하의 의미보다는 위로와 마음의 안정을 주는 디저트로 다가오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내 머릿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초콜릿”의 형상은,

특별한 날 선물 받았던 고급 초콜릿 상자도,

축하의 자리에서 먹었던 초콜릿 케이크 조각도 아닌,

언젠가 파도처럼 쏟아지는 슬픔에 잠식되어 가장 초라한 모습이었을 때, 곁에 있던 누군가가 말없이 건네준 작은 초콜릿 한 조각이었다.

시중에 파는 흔하디 흔한 판 초콜릿.

네모반듯한 직사각형 틀에 원료를 부어 굳힌 값싼 초콜릿 조각 하나가 그 순간의 나에게는 모든 초콜릿을 대표하는 대명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마치 실수로 만들어진 가나슈 케이크처럼,

나의 인생에서 있던 크고 작은 실수들도 언젠가 달콤하게 바뀔 수 있다는 위안. 또 그것에서 오는 안도감.

언젠가 내 곁의 누군가에게도 위로의 초콜릿 한 조각을 담담하게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는요, 작은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서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마음이 졸아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누구나 실수할 때가 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가나슈의 유래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무척 위안이 되었답니다. 자존감이 끝없이 떨어질 때면 종종 가나슈 케이크를 한 조각 사 와서 스스로에게 먹여주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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