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2층버스의 진실

직접 경험한 2층버스 생생 후기

by 녕인

런던의 상징, 2층 버스!

새빨간 자태를 뽐내며 런던의 도심지를 휘젓고 다니는 2층버스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려 어디 갈 곳도 없으면서 바로 교통카드인 Oyster Card부터 만들어버렸다.


영국에서는 시골, 도시 할 것 없이 어디서든 2층버스를 쉽게 볼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은 “버스”라고 하면 당연하게 2층버스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표준화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영국의 2층버스가 탄생하게 된 유래는 생각보다 짜게 식는다. 런던은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답게 도로망이 도시의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도로 폭이 무척 협소하고 회전반경도 좁은 편이다.


이러한 런던 시내의 도로 환경에 비해, 런던을 포함하여 외곽에서 시내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매일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아예 위로 한 층 더 쌓아버린 것이 2층버스의 탄생비화라고 한다.


실제로 커브길을 돌 때 2층버스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뜻밖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높이가 높기 때문에 무게중심도 덩달아 높아져서, 급커브에서 비나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그야말로 발끝이 저릿할 정도로 아찔한 순간들이 많다.

영국에서 처음 2층 버스를 타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좁은 건물들 사이로 2층버스들이 꾸역꾸역 다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서로 부딪히지 않고 쌩쌩 잘만 다니는 것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심지어 런던은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정말 정말 많은데, 용케도 다들 안 치이고 잘만 걸어 다닌다. 우리나라는 무단횡단 한 보행자를 욕하는 반면, 런던은 무단횡단자를 위해 기다려주지 않으면 차가 오히려 욕을 먹는 상황도 빈번하다. 젠틀하게 한 손을 쫘악 펼치고 ‘나 지금 건널 거니까 오지 마-’ 하는 듯한 제스처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2층 맨 앞자리에 앉아 보는 런던의 전경은 참 아름답다. 운전자의 시야로 런던을 볼 수 있는 데다, 의외로 2층은 사람이 적은 편이라 쾌적하다.

왜 사람이 적지? 다들 2층에 가고 싶어 하지 않냐고?

천만의 말씀. 그 이유인즉슨, 영국 버스에서의 2층은 대부분 관광객이나 1층에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밀려난 슬픈 영국인들의 전유물이기 때문에, 자리 쟁탈전도 희박한 편이다.


영국인들이 1층에 타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답은 바로 귀찮아서!

왜냐하면 2층버스 안 계단은 매우 좁고 가팔라서 오르내리기 불편할뿐더러, 자칫 버스기사와 타이밍이라도 안 맞는 날엔 바로 꽝-계단 위 천장 모서리에 머리 박을 확률이 99%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 대다수가 30분 내외로 하차를 해야 하는 사람들일 텐데, 2층 승객이 1층으로 내려가기도 전에 차량이 출발해 버리는 일이 매우 잦다. 한국처럼 “기사님- 잠시만요!”를 외칠 수도 없다.


아무튼 이러한 모종의 이유로 토종 영국인들은 웬만하면 1층 자리에 앉거나 서서 간다. 나 또한 영국에 온 지 두 달이 채 되기도 전에 2층쪽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처음 가보는 노선을 탈 때는, 가끔 설레는 마음으로 2층버스의 계단을 오르곤 한다. 늘 보던 익숙한 시야를 벗어나, 탁 트인 높은 전경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때로는 그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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