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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Aug 17. 2023

결국 돌아서 포핸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나?

탁구를 치면서 나는 누가 부러운가?

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될 수 없는 1부가 부러운가?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높은 5부가 부러운가?(가능성이 높을 뿐이지 된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 포핸드 드라이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탁구인이라면 누구나 부럽다.          

백 쪽에서 돌아서 포핸드 드라이브를 화쪽, 백 쪽으로 자유자재로 거는  스타일의 탁구 게임을 보노라면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기 일쑤다.


아! 얼마나 좋을까?

탁구 치는 맛이 나겠지?

저거야말로 탁구다운 탁구 아니겠어?

궁극의 탁구?

게임 중 포핸드 드라이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연습량과 시간을 거쳐 왔다는 증거다.

그걸 알기에 이런 스타일의 탁구인은 누구에게나 부러움의 대상이다.

     

종종 “하늘 씨는 목표가 뭐예요? 몇 부가 목표예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내 목표는 포핸드 드라이브와 백 드라이브를 화쪽, 백 쪽 코스로 갈라 자유자재로 거는 것이다. 여기에 포핸드 드라이브와 백 드라이브의 기술적 완성도(?)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언제 어떻게 완성할 수 있을지, 언제 목표치에 가깝게 갈 수 있을지 나조차 알 수 없다. 그나마 명확한 게 있다면 모든 연습과 레슨이 이 목표를 향해 있다는 것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수준의 포핸드 드라이브와 백 드라이브를 해 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내가 있을 뿐이다.

          

몸 쪽에서 거는 백 드라이브 연습은 그나마 진척이 되고 있는데 포핸드 드라이브는 아직 미숙하다. 돌아서 드라이브 거는 레슨을 받고 있지만 포핸드 드라이브에 대한 믿음이 없기에 실제 게임에서는 백 쪽에서 자신 있는 백드라이브를 거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러나 돌아서 거는 드라이브가 마음 한편에 미루어 둔 숙제처럼 찜찜하게 남아 있다. 하고 싶지만 하고 있지 않은. 욕망과 현실의 불일치.

           

요맘때 듣기 좋은 말이 귀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꼬임에 넘어가기 딱 좋은 시점.  "돌아서 거는 포핸드 드라이브를 하고는 싶지만 엄청난 연습이 필요하기에 매번 고민만 하고 있다."라고 했더니 한 고수가 이런 조언을 한다. “그럼 포핸드 드라이브를 주력이 아니라 보조수단이라 생각하고 백 쪽에서는 백드라이브를 하고 화쪽에서는 포핸드 드라이브를 거는 것으로 방향을 바꿔라.” 옳다구나! 그렇게 하면 편하겠는데? 애초의 목표는 망각한 채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편한 길을 가기로 했다. 레슨도 연습도 화 쪽에서 만 거는 걸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되었냐고요?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삶이 그렇게 단순한가? 화 쪽에서 만 포핸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얄팍한 생각은 틀렸다. 화 쪽에서 만 거는 것이니 쉬울 줄 알았는데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자리를 잡지 못해 미스를 하거나 걸더라도 스윙속도가 느리고 임팩트가 없는 것이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솔직히 포핸드 드라이브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 다 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자신감은 무한 반복의 연습에서 나오는 건데. 과연 나는 충분한 연습을 하고 있는가? 꼼수만 부리고 있는 거 아닌가?

      

불현듯 관장님이 전에 하셨던 말이 생각났다. “백 쪽에서 돌아서 스매싱을 하면 화쪽 스매싱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 지금껏 연습해 왔던 돌아서 스매싱하는 걸 생각해 봐. 그렇게 돌아서 치는 연습을 1년 반 넘게 했더니 화쪽에서 스매싱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잖아. 이거였네 이거였어! 돌아서 포핸드 드라이브 걸 줄 알아야 화쪽에서 드라이브 거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것. 이게 바로 정석의 길이라는 걸 알았다. 지름길은 없는 거였다. 편한 길로 얻어지는 건 없었다.


인생이 그렇듯 탁구 역시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걸.

불손한 마음을 먹고 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는 걸.

시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알았다.

     

'결국은 돌아서 포핸드 드라이브를 해야 하는군요.'

이제 정말 죽었다. 고생길이 훤하다.

몇 년을 돌아서 걸어야 할까?


그나마 지역 1부인 고수의 말이 위로가 된다.

“가장 하기 싫은 연습이 돌아서 포핸드 드라이브 거는 거였어요.”

그래. 고수도 그게 가장 하기 싫었다잖아.

나만 하기 싫은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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