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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Jun 16. 2023

포핸드 드라이브를 해? 말아?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욱신욱신 쑤셔온다. 분명 어제 받은 포핸드 드라이브 레슨 때문이다. 백 쪽에서 돌아서 거는 포핸드 드라이브 레슨을 받았다. 체력과 근력이 딸리는지 커트 볼 드라이브 레슨을 받은 다음날이면 이렇듯 종일 근육통에 시달린다. 그러면서 고민한다. 근력 없는 중년 여자인 내가 굳이 커트 볼 드라이브를 해야 하나?

           

참 징글징글하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포핸드 드라이브가 잘 되고 있다면 이런 고민을 할 시간에 이미 연습에 여념이 없겠지만 이렇게 질척대는 건 잘 안 되고 있다는 거다. 앞서 ‘여자에게 드라이브란?’ 글을 1,2,3 시리즈로 쓰면서 드라이브 전형 탁구 스타일을 만들어보겠노라고 다짐했었다. 중년 여자로서의 한계는 스스로 정한 거라며 포핸드 드라이브를 열심히 연마해 보겠노라고 마음먹었더랬다.

      

그래서 올해 목표를 '백 쪽에서 돌아서 포핸드 드라이브로 상대의 백 쪽과 화쪽 코스 가르는 것과 화 쪽에서 상대의 화 쪽과 백 쪽 코스 가르는 것'으로 잡았다. 그러나 목표는 목표일 뿐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선 이러한 시스템으로 탁구 로봇과 연습이라도 하는 날이면 다음 날 어김없이 근육통에 시달린다. 같은 방법으로 레슨을 받은 다음 날 역시 온몸이 쑤신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니 뭔 영화를 보겠다고 이렇게까지 아파하면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거니?”

     

솔직히 아프니까 포핸드 드라이브 연습을 하는 게 겁난다. 탁구 로봇을 세팅하고 우선 백 푸시와 백 드라이브, 스매싱을 연습한다. 이러한 연습 맨 끝 마무리 단계에 포핸드 드라이브 연습을 한다. 힘드니까 의식적으로 순서를 뒤로 미루어 놓았다. 10분 정도 흉내만 낸 채 기계실을 나온다. 올해 목표라고 떠벌려 놨으니 안 할 수는 없고 연습하는 시늉만 한다. 눈 가리고 아웅? 왜? 집중적으로 연습하면 아프니까.

    

이 틈을 타 백 드라이브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가만히 서서 걸기만 하는 백 드라이브 연습은 포핸드 드라이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습하기 편하다. 그러니 짧은 길이, 중간 길이, 긴 길이로 다양하게 로봇을 세팅해 놓고 연습한다. 말로는 “포핸드 드라이브 연습을 해야 하는데.” 하면서도 백 드라이브 연습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마음 한 편엔  ‘이래선 안 되는 데’라는 죄책감이 똬리를 틀고 있다. 레슨 때도 별반 다르지 않다. 포핸드 드라이브 비율은 20분 중 10분이 채 안 된다. 포핸드 드라이브만 20분 내내 레슨 받은 적이 있었는데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당일은 물론 이튿날까지 온몸이 두드려 맞은 듯 아팠다. 이러니 포핸드 드라이브 연습을 하고 싶겠냐고요? 레슨을 받고 싶겠냐고요?  이 놈의 포핸드 드라이브를 어찌해야 할까나? 차라리 올해 목표를 백핸드 드라이브 코스 가르기로 할 걸 그랬나?

     

그렇다고 해서 포핸드 드라이브를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선택했지만 선택했다고 해서 바로 그 길을 전속력으로 달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것이리라. 어쩌면  간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길을 가긴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잘 갈 수 있을지. 조금 덜 아프게, 내 나이와 내 신체조건에 맞게. 조금씩도 연습해 보았다가 레슨 시간 전부를 포핸드 드라이브 레슨으로 채웠다 하면서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이러한 시간들이 포핸드 드라이브란 놈을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과정이라면 '이 또한 겪어야 하지 않을까? 이 또한 지나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얼마 전 유튜브 채널인 '임창국의 핑퐁타임'에서 '여성 생활체육인 스트로크냐? 드라이브냐?'에 대한 갑을론박이 벌어졌다. 수많은 여성 탁구인들이 두 전형 사이에서 고민한다. 전형을 선택했다고 해서 끝난 것도 아니다. 선택만 끝났을 뿐이지 지금의 나처럼 전형에 따른 어려움이 '어서 와' 하면서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다. 그리곤 수시로 물어온다. '너 이래도 계속 드라이브 전형 고집할 거야? 네가 선택한 게 맞아?'  


그럼에도 드라이브 전형의 길을 가려한다. 임창국 코치의 말을 응원가로 삼으려 한다. “탁구의 꽃은 드라이브잖아요. 여자분들도 꽃은 살짝 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꽃 봉오리는 펴 보고 라켓 접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래. 꽃 봉오리 한 번 펴 보자고. 이러한 심리적 무장 역시 포핸드 드라이브를 받아들이는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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