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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Feb 26. 2024

121. 부산세계탁구선수권 대회 관람후기(1)

(대한민국 대 중국 준결승전)

“대-한민국, 짝짝 짝 짝짝”

“대-한민국, 짝짝 짝 짝짝”

월드컵 축구 경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우리나라 특유의 리드미컬한 응원구호가 벡스코 경기장에 울려 퍼진다.

     

”한국에 탁구가 도입된 시기는 확실치 않지만 탁구계는 경성일일신문사가 1924년 1월 개최한 ‘핑퐁 경기대회’를 그 효시로 본다. 그래서 2024년은 한국 탁구 100주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해다.”(출처:세계일보 신문)  

    

한국 탁구 100주년이 되는 해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탁구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이번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는 남. 여 각 40개국 2000여 명이 참가한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홀수해엔 개인전, 짝수 해엔 단체전을 여는 방식으로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짝수해이므로 남자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을 연다. 우리나라 여자팀은 8강에서 세계 1등 중국에게 패했지만 오늘 우리나라 남자팀은 세계 최강 중국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경기장 입장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구름 떼 같은 관중이란 말을 실감했다. 길게 줄지어 선 관람객들 사이에서 2023년 평창 아시아 선수권 대회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놀랐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뿌듯했다. ‘그래. 탁구도 이렇게 관중이 많을 수 있다고’ 탁구협회 계자도 아닌데 관람객이 많은 게 마치 내 일인 양 어깨가 봉긋 솟아오른다.


경기장 안에서는 경기 전 한국 대 중국 관람객의 댄스 배틀이 이어진다.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그녀들의 춤사위를 보고 있노라니 탁구에 흠뻑 빠져 있음을 마음껏 분출하는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지난 평창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중국 관람객들의 기세에 눌려 소심하게 박수만 치다 온 내가 생각나 '좋은 걸 좋다'라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평창 아시아 선수권대회의 주 관람객이 중국인들이었다면 부산세계선수권 대회 준결승전의 관람객은 중계를 맡은 이동건 아나운서의 말대로 우리나라와 중국의 비율이 대략 반반 정도다. 팽팽한 댄스배틀에 이어 드디어 경기가 시작된다. 국제무대에서도 생소한  SPP(스포츠프레젠테이션)의 도입으로 탁구대에 화려한 조명이 비치고 박진감 넘치는 음악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가운데 선수들이 입장한다. 마치 한 편의 쇼를 보는 듯해서 '탁구라는 종목이 이렇게 트렌디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탁구가 새로운 옷을 입은 듯하다.


첫 번째 매치는 세계랭킹 14위 장우진 선수와 세계킹 2위의 왕추친 선수. 그런데 장우진 선수의 백핸드 스핀이 심상치 않다. 주력인 포핸드 스핀에 비해 백핸드 스핀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장우진이 오늘은 백핸드 스핀으로 점수를 내기도 하고 백핸드 탑 스핀 후 포핸드 스핀으로 점수를 내며 날아다닌다. 장우진이 한 점 한 점 딸 때마다 함성을 지르고 “장우진”을 외친다.


응원하는 데 소심한 성격인데 그런 나는 온데간데없다. 옆 자리에 앉은 외국인 관람객도 우리나라 선수를 응원하고 내 자리에서 멀지 않은 대여섯의 청년들도 우리나라를 목청껏 응원한다. 묻어가기로 한다. 장우진이 마지막 매치 포인트에서 점수를 따 왕추친을 이겼을 때는 벌떡 일어나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발을 굴렀다. 3대 1로 장우진의 승리. 그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왕추친과 인사를 하러 가는 도중 다리가 풀휘청휘청한다. 그럴만도 하지.

“아! 한국이 중국을 이기는 날도 있구나. 이런 역사적인 순간을 한께 하고 있구나!”


두 번째 매치는 임종훈 선수가 아쉽게도 세계 1위 판젠동 선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세 번째 매치는 세계 랭킹 27위의 이상수와 세계 랭킹 3위의 마롱 선수의 대결.

“닥치고 공격하는 닥공 스타일인 이상수 선수와 치기는 편하지만 이기기는 어렵다는 마롱 선수"(정영식 해설위원)의 대결. 이상수 선수의 닥공 스타일이 통했나? 2-2 접전 끝에 3-2로 마롱을 이기고야 말았다. ‘이상수 너마저 마롱을 이기다니! 웬일이냐고? 이러다 진짜 세계최강 중국을 이기는 거 아냐?’ 경기장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르고 나 역시 흥분을 감출 수 없다. 내가 이렇게 가슴이 터질 듯 한데 선수들은 어떤 기분일까?


이긴 것도 의미 있지만 이상수 선수가 경기 후 "내 선수 생활에서 오늘 경기는 2-3번째 안에 드는 경기였다."라는 소감에서처럼  뚫을 수 없는 처럼 느껴지던 중국 선수를 '한 번 해 볼만 한데?'라는 희망이 생긴 것 자체가 더 큰 기쁨이지 않았을까? 뚫지 못하는 벽은 아니구나! 옹성 같던 이 더이상  벽처럼 느껴지지 않던 그 순간이 얼마나 좋았을까?  매번 중국선수들에게  면서도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간 끝에 이뤄 낸 승리. 우리는 항상 선택해야 한다. '졌을 때 그대로 쓰러질 것인가? 아니면 다시 일어나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결국 4 매치 장우진 선수가 판젠동 선수에게 지고 5 매치에서 임종훈 선수가 왕추친 선수에게 져 중국에게 패했지만 내 평생 다시 못 볼(?) 멋진 경기였다. 직관하면서 선수들의 긴장감과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 경험은 특별했다. 웅성거리며 시끄럽다가도 선수가 서비스 자세를 취하면 숨 죽은 듯 조용해지며 그 작은 탁구공 하나에 모두의 눈이 집중되는 그 찰나의 순간. 멋진 랠리가 이어질 때는 “오!”를 연발하고 실수할 때에는 “아!”라는 탄식을 함께 쏟아내는 시간들. 탁구 시합을 보면서 이번 대회만큼 선수들의 이름을 목청껏 외치고 손바닥이 얼얼하게 박수를 쳐 본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소리 지르며 벌떡벌떡 일어나 함성을 지른 적이 있었던가?  

      

중국과의 경기 후 소감을 묻는 인터뷰에서 장우진 선수는 "팬이 없으면 선수도 없다. “라면서 열띤 응원을 해 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상수 선수 역시 “응원이 없었다면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팬이 응원할 수 있는 선수, 응원하고 싶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마롱 선수 역시 "한국 관중의 응원에 위축됐다. 한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도 이렇게 많은 관중은 아마 처음이지 않았을까?

랠리가 빠르게 이어지는 걸 보며 감탄하앞자리의 관람객이 이렇게 말한다.

“탁구 재미있는데?”

‘맞아요. 탁구 정말 재미있죠? 직접 탁구를 치면 얼마나 재미있게요?’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손을 맞잡고 탁구의 세계로 인도(?)하고 싶었다.

 “탁구가 재미있네”라던  혹시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후 탁구에 입문하셨으려나?


직관을 했는데도 여운이 가시질 않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중국과의 준결승전 경기를 다시 봤다. 시 보아도  명승부다조용히 눈물이 차오른다. 100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세계탁구 선수권 대회가 열렸으니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다시 세계탁구선수권 대회를 볼 날이 있을까? 앞으로 언제 열릴지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장장 5시간 30분이 걸리는데도 한달음에 부산으로 달려갔다.

버스 타고  srt 타고 다시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춤은 못 추지만 달려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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