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하찮은 성공(?)이 이렇게 즐거울 수가
“오늘 백 쪽에서 돌아서 거는 드라이브를 두 번이나 성공했네요. 이렇게 조금씩 늘려 가면 되겠죠? ”
“그럼요. 잘하고 있어요.”
요즘 함께 3구 연습(서비스를 2 개식 번갈아 넣고 하고 싶은 기술을 연습하는 방법)을 하고 있는 이질 고수님과 휴식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물었다.
아! 이제야 그토록 오매불망하던 백 쪽에서 돌아서 거는 포핸드 드라이브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백 드라이브에 미쳐 이질 고수님 공을(이질 러버의 공은 대부분 커트 공으로 넘어온다) 무조건 백 드라이브로만 걸려다 포핸드 쪽으로 오는 커트 공에는 자신이 없어 포핸드 드라이브를 걸 때 쭈뼛쭈뼛하기 일쑤였다. 자신 없는 마음이 드리이브 스윙에 그대로 나타났다. 스윙이 말해 주고 있었다. “너 자신 없는 거 다 티 나거든?”
포핸드 드라이브를 잘하기 위해서는 스윙 폼이나 파워, 속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내가 해 온 방법으로는 포핸드 드라이브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경우 백 드라이브나 백 쪽에서 돌아서 스매싱하는 것에 자신감이 붙었을 때는 관장님과의 레슨, 탁구 로봇과의 연습, 파트너와의 연습, 이 3가지가 맞물려 돌아갈 때였다. 운동 신경도 없고 할 줄 아는 거라곤 꾸준히 반복하는 것 밖에 모르는 사람이 할 줄 아는 거라곤 한 놈만 냅다 들이 연습하는 것뿐이었다. 한 가지만 들입다 파는 기질의 인간이란 걸 탁구를 하면서 알았다.
또 하나 언제부터 싹텄는지 모르겠지만 연습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이다. 이건 아마 첫 코치님의 “몸에 때려 박아서 저절로 나와야 한다.”라는 말이 가슴에 박혀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 말만 믿고 정말 무식하게 반복 연습에 미쳐 있다.
탁구 로봇을 부여잡고 나름의 시스템(백 드라이브와 백 쪽에서 돌아서 스매싱하기를 중점적으로)을 만들어 연습해 오고 있다. 연습 파트너와도 비슷한 시스템을 만들어 거의 2년 동안 같은 시스템을 연습하고 있다. “왜 매일 똑같은 연습만 해?”라는 말이 들려도 개의치 않는다. 다른 사람 눈엔 똑같아 보여도 어제의 연습보다 오늘의 연습이 조금씩 나아지다가도 다시 후퇴하기도 한다. 이를 수없이 반복한다.
관장님 레슨도 비슷한 시스템이다. “매번 새로운 걸 배우기에는 능력이 안 되니 같은 시스템을 반복하는 레슨을 받고 싶다.”라고 부탁드려 거의 같은 레슨을 2년째 이어오고 있다. 레슨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회원은 “누님은 항상 똑같은 레슨만 받네요?”의아해한다. “이렇게 똑같은 것만 레슨 받아도 될까 말까 한 인간이라 그렇습니다” 대답하고 싶지만 뭐 다 구구절절 이야기 해야 할까 싶어 웃음으로 답을 대신한다.
이렇게 2년 정도 연습했더니 '백 드라이브와 돌아서 스매싱하기'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무수히 반복해 온 연습의 결과가 자신감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수없이 반복해야 뭔가가 저절로 나오는군. “ 몸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백 드라이브와 돌아서 스매싱하기'는 시작일 뿐 자신감이 바닥인 포핸드 드라이브란 놈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놈 또한 수없이 많은 반복을 해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성공(?)한 아니 자신감을 가져 본 경험이 있기에 같은 방법으로 해 나가면 되겠거니 생각한다.
다만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백 드라이브와 돌아서 스매싱하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놈인 포핸드 드라이브를 냅다 들이 팔 차례다. 탁구는 실력이 느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기술(엄청난 기술은 아니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술의 정도?)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감 있다고 이 기술들의 연습을 등한시했다간 도로아미타불 이미 있던 감각마저 사라져 버린다. 그런 경험을 수차례 해왔다.
어찌 되었든 기존 연습에 백 쪽에서 돌아서 거는 포핸드 드라이브 연습을 추가했다. '돌아서 스매싱할 수 있으면 포핸드 쪽에서 스매싱하기는 훨씬 쉽다.'라는 걸 지난번 몸으로 체험했으니까. 그래서 백 쪽에서 돌아서 거는 포핸드 드라이브 연습을 중점적으로 연습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번처럼 한 2년 걸리려나? 경험치가 있으니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
아널드 버넷의 책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나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전적으로 하찮은 성공이 중요하다. 하찮게라도 성공해야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늘 돌아서 거는 드라이브가 두 번이나 성공했다. ”두 번 밖에 “가 아니라 ”두 번이나"다. 다음에는 두 번이 아니라 네 번이 될 수도 다섯 번, 여섯 번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감이 붙겠지? 아! 하찮은 두 번의 성공이 마냥 기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뿜뿜 한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너, 돌아서 거는 포핸드 드라이브. 딱 기다려라. 수없이 연습해서 널 갖고야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