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사 Dec 01. 2023

어라?

_ 브런치 작가가 아니어도 글쓰기가 가능한 건가?

_

쓸 수 있는 건가?

써도 되는 건가?

_

카테고리를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글쓰기를 눌렀다, 작가신청을 눌렀다, 뒤로 가기를 눌렀다. 다시 글쓰기를 눌렀다. 뭐지?

_

쓸 수 있나 보네.

써도 되는 거였네.

_

브런치스토리는 브런치작가들만 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고, 분명 주제를 정해서 신청하라고 했던 거 같은데. 아닌가? 작가신청 버튼을 눌렀던 건가? 글쓰기 버튼이 있었던 건가? 새로 생긴 건 아닐 듯한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글쓰기가 오늘은 보인다. 도대체 이건 뭐지? 내 눈이 의심되고, 내 기억이 의심된다. 물음표 한가득. 뭐지???

_

_

맙소사.

_

쓸 수 있나 보다.

써도 되는 건가 보다.


_ 맙.소.사.


_ 아하.


_ 이거였네. 글 저장은 타인은 볼 수 없고, 나만 볼 수 있는 것. 비공개블로그에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구조였다. 2023년 11월 27일. 다음에 내 공간을 마련한 날. 네이버블로그에서 다음 브런치스토리로 이사한 날. 남들 모르게 나만의 공간을 마련한 기분이다. 비밀의 방. 브런치 저장. 기분 좋아졌으.


_ 나의 스토리는 언제나 비공개였으니. 시작해 볼까?


_ 블로그와는 달리 브런치 스토리는 수정된 시간이 저장된다. 블로그는 처음 저장한 시간이 그대로 나오고, 수정을 해도 처음 저장한 시간을 인식하는데. 까비. 날짜를 적어야 하는 건데.


_ 2023.11.27_월_오후

_ 날짜 쓰는 습관 들일 것.

_ 그래야 내가 언제 이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알게 됨. 수정은 계속할 테니까.

_ 쓰자마자 단점이. 까비.



+


2023.12.01_금 오후 06:49 수정_ 제목 상단, 이미지 파일을 고르며_


+


 나 이제 발행할 수 있는 여자다_ 푸하하. 나 정말 신남.

2023.05.28(일) 시각디자인산업기사 필기시험을 치르고, 차를 향해 걷다, 장미꽃 나리는 담벼락을 보게 됐다. 그날은 비가 왔고, 나는 우산이 없었지만 갤럭시 S22 울트라 512G로 기록하기로 했다. '어쩜 저렇게 보행로에만 꽃잎이 떨어졌을까?' 색깔도 너무 곱다. 핑크핑크. 쓰기를 멈추면서, 사진으로라도 기억하자 싶어 가끔씩 이렇게 찍는다. 핑끄핑끄.

_ 보행로는 꽃 길이다.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 보행로. 꽃 길. 그러나 좁다.

_ 넓디넓은 길은 진입금지. 참으로 넓다.


도로 위 차량을 위한 안내였지만, 생각이 많아졌다. 꽃 길은 좁다. 사람이 일렬로 줄을 서서 저 길을 간다면, 두 명도 채 갈 수 없는 길이다. 진입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길은 넓다. 최소 5명은 갈 수 있어 보인다.


꽃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고, 가시밭 길을 걷는 사람은 너무나 많은. 행복은 멀리 있고, 불행은 내 발밑에 있는 것 같은. 좁고 가파르지만 꽃 길이고, 넓고 완만해 보이지만 금지된 길. 도로의 기울기는 같지만, 시각에 의해 다르게 보이는 현상. '착시' _ 그렇지. 이날 시각디자인산업기사 필기시험 본 날이었지. 글로 배운 착시를 눈으로 경험한 날이었네. 돌이켜 보니.


게다가 저곳은 예술고등학교 담벼락. 예체능 아이들 중, 아니 대부분의 아이들 중 꽃 길을 걸을 수 있는 아이는 몇 명이나 있으려나.


저 끝이 문으로 막혀 돌아올 수밖에 없는 길이지만, 핑크핑크 꽃 길도 아니지만, 어쩌면 여럿이 함께 갈 수 있는 '완만한' 길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완만한 가시밭 길도, 길은 길이니까. _ 이 얼마나 '대비' 되는 말인가. '완만한 가시밭 길' 이라니. '착시'와 '대비'. 필기시험에 나오더라구요. 저는 그날 필기 70점 언저리로 합격했습니다. 실기는 준비 중. 마음만 ;)


+ 아. 맞네. 저 사진을 고른 이유. 저장과 발행사이_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저장하고 수정하고를 반복하다 보니, 보여지는 글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작가신청을 했습니다. _ 뭐지. 이 발표문 같은 딱딱함은. 작가 선정의 기준을 알지 못하지만, 브런치스토리에서 소중한 글을 기대하겠다며 축하메일을 보내왔다. 10여 년 동안 나홀로 블로그를 한 게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검색해 보니, 몇 번의 도전 끝에 브런치작가에 선정되었다는 글들도 많아서 한방에 된 것이 놀랍고, 꾸준히 글을 쓴 내가 대견했고, 이렇게 시작하는 내가 기특하다. 시간이라는 옷을 입고, 차곡차곡 쌓아두니, 발행이라는 길 위를 걷게 됐다. 발행의 길이 좁고 가파르게 느껴지는 누군가를 위해_ 2023.12.01(금)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 언니는 죽지 않았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