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사 Dec 19. 2023

최작가야! 언니도 해봤어!

_ 일상이 글이 되는 최작가의 마법 따라 하기

:


최작가는 최은경. 나의 대학 후배이자, 인생 친구며, 나의 어깨뽕이다. 나의 유일한 구독자이며, 브런치 선배다.



최작가의 브런치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엄청나게 자주 만남을 갖거나 수시로 연락을 하는 사이는 아니다. 그나마 나의 '브런치 작가' 데뷔로 근래는 평소보다 많은 톡을 나눴지만, 매일매일 안부를 묻는 않는다. 최작가와의 만남은 더 드물다. 때로는 연간으로, 때로는 상하반기로, 어떤 때는 계절마다 만나는데 그 계절도 한해에 몰아서 겪지는 못했다. 어쩌다 안부를 묻고, 어쩌다 만남을 갖지만, 어쩌다 안부를 물어도, 어쩌다 만남을 갖게 되어도, 언제나 편안하고 즐겁다.


"갈래? 10, 11일 1박 2일"_ 최작가


"오키 가자"_ 리사


만남은 언제나 최작가의 선톡으로 진행된다. 나는 날짜만 확인하고, 가능 여부만 알려주면 된다. 어디로 가는지 물어볼 것도 없다. 일단 날짜만 맞으면 오케이.

근근이 만나지만 최작가와의 만남은 언제나 기다려진다. 신경 쓸 일은 1도 고, 마냥 신나고 기대된다. 최작가가 가자는 대로 가면 되고, 먹자는 대로 먹으면 되고,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 어딜 가든 무엇을 먹든 어떻게 하든 최작가의 선택은 늘 옳았고, 판단은 빠르다. 거침없이 우리를 이끌면서도 부드럽게 챙긴다. 정말 신경 쓸 일이 1도 없다.


두해 선배인 나도, 한해 선배인 안은도, 우리의 막내 최작가만 졸졸졸 따라다닌다.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니 어찌 즐겁지 아니할까. 선배 둘을 이끄는 최작가 본인은 힘들 수도 있을 테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먹을지 떻게 해야 할지 고민은 늘 최작가의 몫이니. 부담스럽고 싫을 법도 한데 한 번을 티 내지 않는다.


늘 그랬다. 티 내지 않고 묵묵히.  서울깍쟁이 같으면서도 따뜻한.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강인한. 해야 할 일은 당연히 해내고. 해내기 어려운 일도 해내고야 마는. 나의 후배 최은경. 거기에 끈기에 책임감까지 있다. 오마이뉴스에 20년을 근무한 것만 봐도 두말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티 내지 않는다고 하여, 힘들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웃고 있다 하여 마음속까지 웃고 있다는 것은 아닐 것이며, 지도 앱을 보며 우리를 이끌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머릿속은 복잡할 것이고, 20년간의 회사생활이 마냥 평탄하지 만은 않았을 것이다. 최작가가 느꼈을 고단함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모를 테지만, 그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은 안다. 나의 이 미약한 '앎' 속에 최작가에 대한 고마움과 자랑스러움과 든든함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최작가는 알 것이다. 눈치도 빠르니까.


그렇게 25년 전 새내기 후배는 25년이라는 시간이 더해지며 나의 친구가 되었고, 나의 최작가가 되었으며, 나의 자랑스러운 어깨 뽕이 되었다.



나뭇가지가 고스란히 보이는 저 능선이 너무 이쁘지 않아?
난 겨울 능선이 너무 이쁘더라.


어쩌지.. 어쩌면 좋지.. 최작가 따라 할라 했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뭇가지가 보이는 능선"은 확실한데 "능선이 너무 이쁘다"라고 한 것도 확실한데. 그래서 겨울이 좋다고 했는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나뭇가지 능선이 좋다고 했는지.. 가물가물하다. 일상을 글로 바꾸는 마법은 기억력이라는 마법지팡이가 필요한 거였군.


최작가 눈에는 이쁘지 않은 것이 없다. 겨울 능선도 이쁘고, 수리산의 봄 새싹도 이쁘고, 여름 파란 하늘도 이쁘고, 떨어지는 낙엽도 이쁘다 한다. 요새는 물멍에 빠졌다며  꼴꼴꼴꼴 소리를 내며 흐르는 시냇물을 동영상으로 보내오기도 했다.


'최작가야. 너가 제일 예뻐!!'


2년 후배는, 할머니가 손주를 보는 느낌이라 했다.

바로 아래 후배와는 달리 뭘 해도 사랑스럽고, 뭘 해도 이쁘기만 한. 아직 할머니가 되지는 않아 정확한 감정을 알 수는 없지만, 최작가를 대하는 나의 마음을 보면 어슴프레 알 수 있을 것 같다.

수국이 피던 계절, 천안에서 최작가와 먹었던 만두전골.

맛깔스러운 음식이 나오면 최작가는 폰을 들이댄다. 우리는 최작가가 사진을 찍을 때까지 기다린다. 사진을 찍을 이유가 없다. 특히 음식 사진은 맛깔나게 잘 찍어 우리는 톡으로 받기만 하면 된다. 사진을 찍고 "앙. 맛있겠다!!" 일본 고양이 인형처럼 두 팔을 왔다 갔다, 두 다리는 산책 나가는 강아지처럼 동동거린다.


'귀여워!'


'맛있어 보이는 음식'에 최작가의 저 액션이 더해지면, 정말 맛있는 음식이 된다. 그 어떤 조미료보다 감칠맛 나는 액션. 기분 좋은 상태로, 한입 뜨면 역시나 맛난다. 지금 생각해 보니 기분이 좋아서인지, 음식이 맛나서인지 헷갈리긴 한다.

나는 '살라고' 먹는 사람이며, 엄마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난 사람이라서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우연히 간 맛집이라도 엄청나게 맛있던 적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최작가와 먹는 음식은 언제나 맛난걸 보니, 기부니가 좋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만두전골 또 먹고 싶다..


코로나 시대 충북도교육청에서 코로나 담당자로 미친 듯이 살아야 했던 친구는 그래도 코로나 덕분에 사람이 걸러졌다 했다. 코로나 팬더믹에도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게 되었다며. 공포를 감내하면서도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고, 그 사람들이야 말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사람들인 거 같다고 했다.


코로나 팬더믹. 나에게도 코로나는 특별했다. 엄마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11월 심장수술을 했고, 심장 수술 후 면역력이 약해져 우리 가족은 타인과의 만남을 꺼려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택시를 하는 아빠는 KF94 마스크를 두 장씩 끼고 영업을 했으며, 나는 사무실에 혼자 근무하면서도 언제 방문할지 모를 방문자가 두려워 근무시간 내내 KF94 마스크를 끼고 근무했다.


그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작가를 만났고, 교육청 친구와 오창 친구 그리고 이화를 만났다. 매일매일 안부를 전하지 않아도, 뜬금없이 연락해 만나자 해도 기꺼이 웃으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 비록 많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내게는 의미 있는 사람들. 나이만 숫자에 불과한가, 친구 수도 숫자에 불과하지.


그리하여, 근로를 통해 만나는 세입자들과 갓물주, 거래처 사람들이 나의 주요 브런치 풀밭이 되었지만, 그 밑바닥에는 몇 안 되는 친구들이 비옥한 토양이 되어 나의 풀밭을 받쳐주고 있다. 더 아래는 지구의 핵 같은 가족이 있지만 오랜 시간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고, 가슴에 구멍이 뚫려 시린 바람이 불어도 온기를 잃지 않는 것은 이들 친구가 있어서지 않을까 싶다.


오늘 점심은 오창 친구와 먹기로 했다. 아.. 내 마법지팡이.. 뷔페를 먹자 한건 기억이 나는데.. 새로 생긴 뷔페집이라는 것도 기억이 나는데.. 내 기억력도 문제지만, 얘는 기억을 하고 있으려나?  "오늘 점심 먹으러 오는 거지?" 톡을 보냈지만 아직 답은 없다. 약속을 잊었을 수도 있고, 잊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잊었다면 다시 날을 잡으면 되고, 잊지 않았다면 같이 밥을 먹을 거다.

최작가가 나의 어깨뽕이라면, 오창 친구는 음.. 얘는 그냥 나다. 얼굴과 몸은 다르지만, 생각과 성향은 나와 다름없는 거울 속의 나 같은 친구.


2023년을 마무리하는 12월,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최작가를 만났으며, 오창 친구를 만난다. 오창 친구는 오늘이 아니더라도 며칠 내로 만날 거다. 틀림없지.. 교육청친구와는 지난 주말 한 시간이 넘게 통화했고, 이화와는 아직 연락하지 않았다. 주요 법인 두 개의 가결산 자료를 넘겼고, 작가의 서랍 속 글들을 차근차근 발행 중이다. 대단했다 아리사! 오늘도 수고하렴.


+


세 권의 책을 발행하여 이미 공인이 된 최작가를 제외하고는 등장인물들에게 가짜 이름을 붙였다. 가짜 이름이더라도, 등장인물 본인이 누군지 알 수 있는 구체적인 항목은 제외하라고 최작가가 일러준 것도 있고, 보여주는 쓰기를 시작했지만 아직은 다 보여주지 않는 나도 '아리사'라는 필명을 쓴다. '아리사'는 나중에_죽기 전에 언젠가 내가 타로카드를 전직으로 삼을때 쓰려고 지어둔 이름이었는데, 이렇게 쓰이게 되었다. 아리사라는 이름을 짓게 된 스토리도 정리해 봐야겠다.


_ 2023년 12월 19일 화요일 오전 11:24 _ 여전히 오창친구에게서 답톡이 없지만, 점심시간이 가까워 온다. 전화해야지.



# 최작가는 최은경

# 고맙고, 사랑하고, 감사해




매거진의 이전글 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