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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사 Dec 23. 2023

일어나는 그 모든 일들에 의미두기

_ 글이 머릿속 생각을 따라오지 못하니 : 아직 멀었다

:


2023년 12월 01일, 작가 된 날 기념으로 브런치스토리 앱을 핸드폰에 설치했다. 그제서야 앱을 까는 나를 보고, 최작가는 굉장히 놀라워했지만 근무시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나는 PC를 이용하는 게 편하고 익숙하다. 카톡도 회사에 있을 때와 퇴근 후에는 답의 속도와 길이가 달라질 정도로 PC와 친숙하다.


나의 핸드폰 안에는 딱 필요한 앱만 설치되어 있는데, 딱 필요한 앱은 '쇼핑' '은행' '카드' '자격증'으로 크게 분류되고, SNS는 인스타그램 하나 깔려있다. 그 외 특이한 앱이 있다면 만세력(사주 보는 앱)과 더데이(생리주기 관리 앱). 이제는 브런치 앱도 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폰은 갤럭시 S22 울트라 512기가다. 쓰기던 찍기던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격증 공부를 위해 기존 폰보다 나은 성능의 폰이 필요해서 2년 전 '과감히' 바꿨다. S23가 나온 지 한참 된 지금도 여전히 "갤럭시 S22 울트라 512기가거든?!"이라고 폰자랑을 해대곤 하는데, 처음으로 제 돈 주고 산 폰이라서 그렇다.


갤럭시 S22 울트라 512기가 이전에는 갤럭시 S7을 썼다. S9이 나오면서 저렴하게 구입했던 S7. 자격증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껏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S7은 용량이 32G였는데, 자격증 동영상 몇 개 저장하면 금세 용량이 바닥 나서, 앱 하나를 깔기 위해서는 앱 하나를 지워야 했고, 더 이상 지울 수 없는 상태가 되니 슬금슬금 짜증이 올라왔다. 


폰을 바꿀 당시 갤럭시 S22 울트라가 카메라 성능이 최고여서 100만 원이 훌쩍 넘었지만, 과감히 선택했다. 그래도 혹시 오래 쓸 수 있으니, 기본 용량인 256기가 대신 512기가로 바꾸는데 10만 원 정도 더 지출했다. 난생 처음으로 제  주고 폰을 사다니.


"조금만 기다리면 더 싸질 텐데, 왜 지금 사는데?"


조금 더 빨리 쓰겠다고, 제 값을 다 치르는 것은 나의 기준에 매우 비효율적인 소비행태였지만, 제값 주고 갤럭시 S22 울트라 512기가를 사봤다.


"뭐 하러 이자를 내! 집은 잠만 자는 곳인데!"


그 무렵, 이사도 했다. 아이는 특성화고에 진학했 기존 집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학교 근처로 이사하였는데 이사한 집은 평수가 기존 집보다는 넓어 부득이 대출을 받아야 했다. 잠만 자는 곳인데 대출이라니.


나의 기준에 매우 비효율적인 소비행태를 비슷한 시기에 벌였더니, 희한하게 생각도 바뀌었다. 기준이 바뀌게 된 것이다. 저마다 삶의 기준은 다르지만, 대체로 '효율'로 잣대를 세우는 나에게 '가치'라는 기준이 들어 것이다.


위키백과
효율 : 효율 또는 효율성은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재료, 에너지, 노력, 돈 및 시간 낭비를 방지하는 측정 가능한 능력이다. 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일을 성공적으로, 낭비 없이 잘 수행하는 능력이다.
가치 : 가치(價値)는 일반적으로 좋은 것, 값어치 · 유용(有用) · 값을 뜻하며, 인간의 욕구나 관심을 충족시키는 것, 충족시키는 성질, 충족시킨다고 생각되는 것이나 성질을 말한다.


난 정말 몰랐다. 왜 사람들이 좋은 차를 타려고 하는지, 왜 좋은 곳에 살고 싶어 하는지, 왜 좋은 것을 보러 다니는지. 이미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왜 자꾸만 좋은 것을 찾아대는지.


편리했다. 편리하니 편안했다.

갤럭시 S22 울트라 512기가와 집.  딱 두 개 바꾸어 봤는데도, 알겠더라. 편리함이 가져다주는 편안함. 편안함이 가져다주는 만족감. 만족감이 가져다주는 평온함.


오창친구는 나보다 먼저 좋은 차를 탔고, 좋은 집에 살았고, 좋은 핸드폰을 썼다. 비록 물건이지만, 그 물건이 주는 편리함에 대해서도 자주 얘기했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편리함 보다는 익숙함이 좋았고, 변화보다는 안정감이 좋았기 때문에. 또한 크게 불편할 게 없었다.


다음사전
불편 : 어떤 일을 하거나 무엇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고 번거로움
편리 : 편하고 이로우며 이용하기 쉬움


편리의 반의어는 불편이고, 불편의 반의어는 편리이다. 의미로 보자면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불편하지 않은 것과 편리한 것에는 차이가 분명 존재했다. '분명히 존재하는 차이'에 대해 술술 풀어내고 싶은데, 뭔가 술술 풀리지 않는다. 막연히 느껴지는 감정은 있는데, 머릿속에 착착 정리되지 않는 느낌?!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한 건 오창 친구의 얘기를 이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편리함이 주는 편안함과 만족감, 그리고 평온함에 대한 '공감'. 이제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껴졌다.


갤럭시 S22 울트라 512기가라는 사소한 물건이 마음의 평화까지 이어질 일은 아니었겠지만, 생각의 '변화' 삶의 태도를 변화시킨 건 맞는 거 같다.


나홀로 비공개 글쓰기를 하던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어 보여주는 쓰기를 시작했고, '저장과 발행사이'에서 늘 갈등하던 나는 벌써 15개의 쓰기를 '발행' 했다. 내 글을 보고 라이킷을 눌러주는 분들이 신기했고, 어떻게 내 글을 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제 버릇 남 못준다고, 필요한 것만 찾아봐서 브런치 앱의 기능을 다 활용하지 못하지만, 이제 나도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보고, 라이킷을 누르고 구독을 할 수 있는 상태 되었다.




"꺅~~~~~~~"


이건 또 뭔일이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첫 라이킷을 받을 때와는 다른 느낌, 다른 반응이었다. 라이킷은 보여주는 쓰기를 처음 한 후, 누군가 내 글을 볼 수 있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두려워서 발발 떨었다. 지금까지 15개의 글을 발행하며, 라이킷을 받을 때마다 신나면서도 평범한 직장인의 평범한 글이 누군가의 시간을 뺏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잘 쓰지 말고, 그냥 써"라고 최작가도 말했지만 불편했다. 잘쓰고 싶어졌는데 글이 머릿속 생각을 따라오지 못한다.  즐겁지만 조금은 시큰둥해졌던 제_2023년 12월 21일 목 오후 04:43 최강한파라고 난리가 났던 바로 제_ 나는 첫 구독자님을 만났다.

최작가 열외, 저의 첫 구독자님!

너무 신나고 놀라워서 이 기쁨을 '발행'을 통해 알려야지 싶어, 쓰기를 시작했지만  발행하는 건 실패했다. 이 감동적인 순간을 어찌 전해야 좋을까 "모든 것은 때가 있다"라고 시작을 할까? 첫 구독자님의 제목 '모든 선택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라고 시작을 할까? 또 생각이 오만가지 뻗어서 결국 '저장'을 하고 퇴근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사이 나의 구독자는 3명이 되었다. 정말 뭔일이랴..



to.. 


제 쓰기에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브런치 작가님들과 저를 구독하는 은경, 김원우, 김밀린 작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브런치는 예상치 못한 순간, 예상치 않게 용기를 주네요. '저장과 발행사이'에서 갈등하던 저를 브런치 작가로 선정해 주시더니, 보여주는 쓰기를 해도 된다고 라이킷을 팡팡 날려주셨고, 쓰기에 시큰둥했던 제는 구독자님을 주셨네요. 넘흐넘흐 감사드립니다. 평범한 직장인의 평범한 쓰기지만, 끝이 미미하지 않도록 해보겠습니다.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은 유튜브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저 또 신났습니다. 그 어떤 일이든 의미 없는 일은 하나 없는데, 처음이 주는 의미가 유독 크게 다가와서, 이렇게 자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from_ by 아리사



2023. 12. 21 오늘은 엄마 치과를 잊지 않아서 신났는데, 구독자님도 생김. 신나지만 너무 추운 목요일 오후 05:45.

_ 발행이 늦어지니. 오늘은 어제가 됐고, 어제는 그제가 되었다. 발행해야지.. 고마움은 그때그때!!



# 갤럭시 S22울트라 512G

# 브런치 구독자님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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