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졸업만 하게 해 주세요. 앞으로 삼 년 동안, 자주는 아니어도 일 년에 꼭 한 번은 찾아뵙겠습니다.
부처님께도 여지를 두는 여자가 바로 나로구나. "일 년에 꼭 한 번은 찾아뵙겠다"는 약속 앞에 '자주는 아니어도' 여지를 붙이다니.. 와우. 쓰다 보니 별 걸 다 깨닫게 되네.
청주 한복판을 흐르는 '무심천'을 사이에 두고 청주공고와 용화사는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청주 용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5 교구 본사인 법주사(보은 속리산 위치)의 말사로, 조선 광무 6년(1902) 3월 14일 고종의 후궁인 엄비(嚴妃)의 명에 의해 청주 지주 이희복이 창건했다고 한다.
고종의 후궁인 엄비가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미륵부처님이 일곱 선녀님들의 부축을 받고 꿈에 나타나 "우리가 위태로운 처지이니 우리를 구해달라”라고 간청하며 사정은 청주군 지주에게 물어보라고 말한 뒤 서쪽 하늘로 사라지셨단다. 꿈에서 깬 엄비는 고종에게 고하여 청주군 지주 이희복에게 어명을 내려 조사하도록 요청하였고, 고종은 이희복에게 어명을 내리게 된다.
어명을 받은 청주군 지주 이희복도 엄비와 비슷한 시기 비슷한 꿈을 꾸었고, 이를 기이 여겨 사람들을 서쪽으로 보내 조사를 시키게 된다. 서쪽으로 가니 큰 늪이 있었으며, 늪의 물을 퍼내어 보니 그곳에 약사여래불 · 미륵불 · 석가모니불 · 유마거사좌상 · 보현보살좌상 · 미륵불입상 등 7구의 석불이 묻혀있었다.
청주군 지주 이희복은 이 사실을 고종에게 고했고, 엄비도 이 사실을 듣게 되자 매우 기뻐하며 내탕금을 내려, 사찰을 짓고 일곱 부처를 안치토록 했다. 이에 1902년 신라천년고찰 용화사가 창건되고, 늪에서 발굴한 칠존불을 모시게 된다.
칠존불은 1989년 4월 '용화사 석조불상군' 명칭으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지정됐고,이 불상들은 장륙불(높이가 일장 육 척이 되는 불상) 또는 그 이상의 거대한 불상군으로 고려시대 조성된 불상으로 귀중한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_ 불교닷컴 + 용화사 홈페이지 참조
청주공고 맞은편에 위치한 용화사 칠존불_갤럭시S22 울트라 512기가
특별전형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비 오는 날 빵뎅이를 흔들어 재꼈던 기쁨도 잠시, 두려움에 휩싸였다. 기계를 다룬다는데 위험한 건 아닐까? 실습 나가서 사고도 많이 난다는데 실습은 꼭 나가야 하는 걸까?
"선생님. 저는 이 아이 한 명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부디 안전하게 잘 부탁드려요." 합기도 학원을 다닐 때, 축구학원을 다닐 때, 차량운행을 하는 학원에 등록할 때마다 선생님 손을 꼭 붙잡고 말씀드렸다. 90도 배꼽인사를 하고, 웃는 얼굴로 '외동'임을 강조하는 내가 얼마나 부담스러우셨을까?
모르지 않는다. 아이 아빠도 학원운영을 십 년 넘게 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탁을 빙자한 강요를 매번 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라는 자리. '엄마라서 그래요'라는 말이 도가 지나치면 '맘충'이 됨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사회의 사건사고는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공포로 다가왔다. 두 손 꼭 잡고 부탁한다 하여 일어날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겠지만, 엄마인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부탁 밖에 없었다.
우리 엄마는 고등학생인 나를 위해 팔공산 꼭대기 갓바위 부처님께 기도를 드렸다.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신다는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엄마의 소원성취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매달 불공을 드리러 가는 엄마 마음은 내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정성 어린 엄마 마음을 따라 나도 부처님께 기도를(기도라 쓰고 부탁이라 부릅니다) 드려 보기로 했다. 대구까지는 너무 멀어 나는 아이의 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용화사 부처님께 기도를(부탁을) 드리기로 했다. 학교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으니, 부처님의 자비로운 손길 안에 놓여 있는 것만 같았다. 청주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그동안 단 한 번을 가보지 않았던 용화사에 나는 이렇게 발을 들이게 되었다.
안전하게만 졸업하게 해달라고, 앞으로 삼 년 동안 자주는 아니어도 일 년에 꼭 한 번은 찾아뵙고 인사드릴 테니, 꼭 안전하게 졸업시켜 달라고. 마음을 다해 기도했다. 나는 부처님과의 약속을 지켰고, 부처님도 나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청주 용화사. 어디서 들어본 거 같지 않으세요? 용화사의 전설은 저도 쓰기를 하며 처음 봤습니다만, 용화사로 검색하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용화사는 김은숙 작가님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촬영지였습니다. 더 글로리를 보며 어쩐지 낯설지 않은 풍경들이 종종 있었지만 검색해 볼 생각은 없었다.
어라? 저 부처님은 우리 부처님 이신대?
어제 봤던 부처님이 티비에 나오고 계신 게 아닌가? 폭풍 검색해 봤더니 역시나 '더 글로리'에 나온 사찰 장면은 청주 용화사에서 촬영되었다. 문동은(송혜교)이 기도하는 장면_6화, 최혜정(차주영) 시어머님과 문동은, 최혜정이 만나는 장면_7화, 스튜어디스 최혜정이 문동은에게 사과하는 장면_8화. 에 나왔다.
더 글로리 6화 _ 문동은(송혜교)이 불공을 드리고 있는 용화사_ 우리 부처님이 티비에 나오셨습니다.
2022년 12월 30일 넷플릭스 드라마로 공개된 '더 글로리'는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어린 시절 학교폭력으로 고통받은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이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고 복수하는 내용이었는데, 문동은(송혜교)의 온몸에흉터로 남은 고데기 사건. 이 사건이 청주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해서 너무충격이었다.
청주 여중생 고데기 사건. 2006년 청주시의 한 여자중학교에서 A양의 단짝 친구인 B양이 고데기로 A양의 온몸을 지져 화상을 입혔다. 이에 더해 화상 상처가 아물만하여 상처를 뜯어내고 다시 상처를 입히는 잔혹함도 보였다. 또한 야구방망이, 주먹, 발로 구타하거나 옷핀으로 가슴을 찌르는 등 상습 폭행을 가하고 금품을 갈취했다._ 이리저리 검색하여 찾아본 사건의 전말.
김은숙 작가님은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청주 용화사를 촬영지로 선택하셨나? 부처님의 자비가 이르지 못한 학교폭력의 피해자. 복수라는 미명과 부처님의 자비는 어울리지 않지만, 이제라도 부처님의 자비가 너에게 미치어 내 너를 도와 구원에 이르게 하겠다는 미륵부처님의 강한 의지. 여전히 가해자들이 청주에 살고 있고, 그들이 지난 죄를 속죄하지 않고 살고 있다면 너희들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할것라는 부처님의 메시지... 나 너무 갔나? 작가님의 의도를 몰라서겠지만 청주 용화사에서 기도를 하는 문동은(송혜교)의 모습은 내 생각을 멀리도 가게 했다.
엄마 나 대학은 언제가?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네요. 그렇지 그렇지. 너 대학 보내야지. 졸업식 꽃다발을 들고, 지춘호 도서관, 중3 교실, 특성화고 자격증 필기시험 면제, 공포를 지나, 용화사, 더글로리까지 멀리 돌아왔구나. 졸업도 시켜야 하는데 졸업식은 언제 끝나려나. 일단 대학부터 보내보자. 너 대학 보내는 길도 이만큼 길었었지... 커피 당긴다. 3학년 학기 초, 딱 한번 대학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_ 90분 동안 진행된 졸업식 단상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에서 성인이 된 아이의 졸업식은 제게도 의미 있더라고요. 특성화고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엄마라는 이름이 내게 처음으로 주어진 것만큼이나 낯설었습니다. '특성화고 엄마'라는 이름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아이는 졸업을 했습니다. 뒤돌아서면 까먹는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졸업식만이라도 기억하자 싶어 쓰기 시작했는데 90줄, 900줄 점점 길어집니다. 9000줄까지는 안 갈 수도 있고, 그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9000줄이라는 어감이 좋아(뭔가 대단히 길어 보이기도 하고) 소제목으로 얹어봤습니다. [ form_ Arisa ]
_ 이제는 용화사에도 '더 글로리' 촬영지라는 안내판이 곳곳에 놓여있습니다. 템플스테이도 하고 불교대학도 운영 중이라고 하십니다. 밤이든, 낮이든, 주말이든, 주중이든 언제든 열려있는 청주 용화사. 부처님! 안전하게 졸업시켜 주신 아이는 타 지역으로 갑니다. 가끔씩 찾아뵐게요. :)
더 글로리_ part 1. E02_ 청주 중앙공원
_ 커다란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문동은(송혜교)과 주여정(이도현)이 바둑을 두고 있는 이곳도 청주입니다. 청주 중앙공원. 중앙공원 앞 졸졸호떡은 이미 청주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유명세에 호떡 한번 먹으려면 엄청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맛은있습니다.
_ 저처럼 오래 기다려 음식 먹는 걸 싫어하신다면, 가게 안으로 들어가 떡볶이와 함께 호떡을 주문하여 드시길 바랍니다. 떡볶이를 좋아하시지 않는다면 쫄면을 추천합니다. :) 가게 안에서 음식 주문 시 호떡도 같이 주문(포장도 가능)할 수 있는데 호떡 개수는 미리 생각해 두시기 바랍니다. 음식을 먹는 도중 호떡을 주문한다면(호떡 추가 주문도 마찬가지) 음식을 다 먹고도 한참을 기다릴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이상 청주토박이 아리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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