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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사 Feb 22. 2024

대학! 가고 싶으면 가야지_ 특성화고 대학입시(01)

_ 11. 90분 동안의 졸업식은 9000줄이 넘는 쓰기로


: 11. 대학! 가고 싶으면 가야지_ 특성화고 대학입시




"만약에 대학을 간다면 이스포츠학과에 가고 싶어" _ 밍큐군


그게 뭔데? 스포츠면 운동이야?


"아니아니. 엄마 페이커 알지?" _ 밍큐군


알지 알지. 페이커. 롤(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으로 유명한 선수잖아. 무슨 시합에서 져서 엥 울었는데?


"페이커처럼 게임을 하는 선수가 되는 거라고 보면 돼" _ 밍큐군


그래? 어디서 들었는데?


"유튜브" _ 밍큐군


그래? 이스포학과가 있는 대학이 있어?


"조선대학교라던데?" _ 밍큐군


나 조선대학교 가봤는데. 학교 겁나 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건물도 있는데! 근데... 특성화고에서 이스포츠학과를 갈 수 있을까? 조선대학교는 국립이라 엄청 셀 텐데!


_ 조선대학교는 국립이 아니라 사립이었고, 조선대학교 인문대학은 동양에서 가장 긴 건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하네요.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니다.


_ 이스포츠학과는 e스포츠학과였습니다. e스포츠(eSports)는 전문적인 컴퓨터 게임 대회와 토너먼트를 포함한 디지털 스포츠라고 합니다.


_ 페이커는 2023 리그오브레전드(롤) 월드챔피언쉽 우승자이며 2023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가대표이며, MBC 라디오스타, tvN 유 키즈 온 더 블록 등 다양한 티비 프로그램에 나왔습니다. 저는 엥 우는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엄청나게 유명한 프로게이머입니다.  찾아봄 :)



3학년 학기 초, 한번 대학 얘기를 적이 있었는데 우리의 대학 얘기는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만 남긴 채 끝이 났다. 유튜브에서 하는 얘기를 듣고 대학 얘기를 꺼내는 아이의 말을 흘려듣기도 했지만, 여름 방학이 시작될 때까지도 아이는 아무 말이 없어 대학은 머릿속에서 지워진 줄만 알았다. "이수는 실습 나갔다며? 방학인데 실습도 나가?" 친구 소식 한마디 물었을 뿐인데, 후폭풍은 대단했다.


엄마. 나 대학 갈까?


막상 취업을 하려고 보니 두려웠나? 게임만 하며 편히 놀다 취업할 생각을 하니 본인도 싫었나? 전공과로 취업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다른 거 배우고 싶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선뜻 묻지 못했다. 아이에게 묻지도 못하고 얼음이 되어 서있는 내게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 취업하기 싫어. 그냥 대학 갈래." 아이는 대학을 취업의 도피처로 선택했다.


대학 가고 싶어? 그럼 가야지.


취업하기 싫다는데. 대학 가고 싶다는데. 도피처면 어때? 도와줘야지! 피할 수 있으면 피해라. 세상 힘든 일 다 겪으면 살 필요 없다. 가끔은 그렇게 살아도 된다.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안다. 힘든 일을 겪으며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안다. 나도 다 안다. 나도 다 알지만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 피한다고 피해도 찾아올 고통은 찾아온다. 고통은 나도 모르게 찾아와 내 뒤통수를 후려친다. 지옥에 발 담그고 사는 자를 지옥 한가운데로 몰아넣기도 한다. 막을 수 없는 고통은 어쩔 수 없지만, 피할 수 있는 고통은 피하고 싶은 게 내 맘이다.  


다 자란 엄마인 나도 그런데, 너도 그럴 수 있지. 그래 가보자 대학! 근데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니? 나는 특성화고도 깜깜이였지만 대학입시는 더 깜깜이였다. 아이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고, 특성화고 아이의 대학입시는 더더군다나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래도 간다잖아. 알아봐야지. 가즈아!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고 대학입시에 깜깜이였던 나는 3학년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리는 대신 학교에 전화를 했다. 3학년 학기 초 학부모 총회를 겸한 설명회에서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방문하시면 됩니다. 저는 이 옆 진로지도과에 항시 있습니다."라고 진로지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게 떠올랐고, 방학인데도 학교에 나와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으니 진로지도 선생님도 나와계시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학교에 전화를 했다.


진로지도과 직통번호를 몰라 교무과로 전화했는데, 방학이라 진로지도 선생님께서도 출근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시무룩해진 내 목소리에 교무과 선생님께서는 대신 당직일에는 선생님들이 나오시니 진로지도 선생님이 당직인 날 방문하시면 어떠시냐고 물으셨다. 흔쾌히 알겠다 하고, 핸드폰 번호를 남겼다. 꼭 연락 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을 드렸다. 지금 나의 동아줄은 진로지도 선생님뿐입니다.


네. 선생님!

07월 24일 월요일 오전 담임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담임 선생님 번호를 저장해 두어 "네. 선생님" 응답을 했지만 담임 선생님과의 전화 통화는 언제나 긴장된다(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자꾸 긴장되는지...). "제게 전화를 하지 그러셨어요" 진로지도 선생님께 꼭 연락해 달라고 했는데, 학교는 담임 선생님께 전달했나 보다. "진로지도 선생님이 학교에 계시는 줄 알고 학교로 먼저 연락했습니다. 방학이라 선생님께 전화드리는 것도 죄송했고요." 학교에 먼저 전화를 하게 된 사정부터 말씀드리고, 곤란하게 해 드렸다면 죄송하다고도 말씀드렸다.


특성화고에 깜깜이였던 나를 위해 나의 어깨뽕 나의 최작가는 간간이 특성화고 관련 기사들을 보내줬다. 취업률에 예민하다는 사립 특성화고 국어 선생님이 쓴 글을 보고 나니 취업이 아닌 학업을 선택한 아이의 대학 상담을 위해 담임 선생님께 전화드리기가 어려웠다. 아이 학교에도 있을법한 이야기들이라 마음이 무거웠고, 사립과 공립은 다르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리려니 너무 죄송했다.


https://www.neosherlock.com/archives/21436


너무나도 감사하게 담임 선생님은 취업이 아닌 학업을 선택한 우리에게 별다른 말없이 입시관련하여 개략적으로 설명해 주셨다. 학교 설명회 자료와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토대로 대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이스 학부모 서비스' 선생님이 보내주신 링크를 타고 생활기록부를 다운받았다(_고 생각했는데, 민원 24에서 발급받았고, 내 아이디로는 발급받을 수 없어 아이가 민원 24 가입해서 아이디와 비번을 나에게 전달해서 내가 직접 발급받았다).


1. 인적•학적사항, 2. 출결상황, 3. 수상경력, 4. 자격증 및 인증 취득사항(국가직무능력표준 이수상황), 5.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 6. 교과학습발달상황, 7. 독서활동상황, 8.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중 8번.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중 일부 보여드릴까요?


▪1학년 : 말을 재미있고 귀엽게 하여 주변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게임을 잘하여 선호하는 친구들이 많음.


▪2학년 : 눈치가 빠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음. 항상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운동신경이 좋고 게임을 잘하여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음.


▪3학년 : 항상 밝은 모습으로 활기차며 배짱이 있고 대담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성격으로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침착하고 어떤 과제에 대한 대처 능력이 좋음. 성격이 온화하고 다정하여 급우들과 친밀감이 매우 높은 학생으로 비교적 대담하여 어려운 일이 닥쳐도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 않음.


2023년 07월 24일 발급받은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는 3학년 내용이 없어, 오늘 다시 발급받았는데 이렇게 쓰여있네요. 앙. 어쩌죠? 제 꼬맹이지만 넘흐 근사하지 않나요? 내용 전부를 기록했다면 더 놀라실걸요?! 흠흠.. 자식 자랑은 하는 게 아니랬는데 저도 엄마인지라.. 근데 봐도 봐도 근사하죠? :)



_ 90분 동안 진행된 졸업식 단상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에서 성인이 된 아이의 졸업식은 제게도 의미 있더라구요. 특성화고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엄마라는 이름이 내게 처음으로 주어진 것만큼이나 낯설었습니다. '특성화고 엄마'라는 이름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아이는 졸업을 했습니다. 뒤돌아서면 까먹는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졸업식만이라도 기억하자 싶어 쓰기 시작했는데 90줄, 900줄 점점 길어집니다. 9000줄까지는 안 갈 수도 있고, 그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9000줄이라는 어감이 좋아(뭔가 대단히 길어 보이기도 하고) 소제목으로 얹어봤습니다. [ form_ Arisa ]


+ 2023년 07월 18일(화)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07월 24일(월) 담임 선생님과 문자를 주고받은 것과 노트북 안에 "!! 수시"라는 폴더, 그 안에 "가즈아!"라는 폴더에 학생생활기록부를 비롯해 진학사, 대학 어디가 성적관리 템플릿 파일이 같은 날인 07월 24일(월) 생성된 걸 보면 이 사이에 대학 얘기가 오갔나 보다.


07월 20일(목) 저녁에 얘기했다. 역시 쓰기는 죽은 뇌세포를 살려낸다. 와우! 이번 쓰기를 하며 여러 번 감탄하는구먼. 푸하하하하


_ 초안으로 썼던 쓰기입니다. 여기까지 쓰고, 잠시 쓰기를 멈추었는데 서랍을 열어 다시 쓰기를 이어가려고 하니 밑에 이런 문장이 놓여있더라고요.


2023.07.22(토) ~ 2023.07.23(일)  [출판] 인디자인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제작 과정을 수료한걸 보니, 07월 21일(금) 저녁에 대학 얘기를 나누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_ 최초엔 금요일로 추측했는데, 07월 20일(목)로 확신을 하게 된 이유가 뭔지 당최 생각이 나지 않았답니다. 쓰기를 하며 순간 되살아났던 뇌세포가 저장과 동시에 소멸되었나 봐요.ㅋㅋㅋ 학교에 전화를 금요일 오전에 했더라고요. 그러니 목요일 저녁으로 확신할 수밖에. 되살아난 뇌세포도 기록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나 봐요. 이제는 잊지 않겠죠? :D


01. 기본에 풍성함 약간 얹어 7만 원_ 졸업식 꽃다발

02. 내 졸업은 기억 못 해도 아이의 73회 졸업은 기억하리라! _ 졸업식 시작

03. "그렇다면 저는 특성화고를 보내겠습니다"_ 중3 담임선생님 면담

04. 내 아이 성적표도 안 보면서, 조지아텍 성적표를 매 학기 보고 있다!_ 현실판 SKY 캐슬

05. 특성화고 보내겠다고 과외시키는 엄마라니 _ 특성화고 특별전형

06. 아이의 세상은 내 세상보다 위대하고 찬란하다 _ 엄마와 아이

07. 남의 아이만 빨리 크는 것 같았는데 졸업이라니 _ 이제 졸업식 시작

08. 자격증 하나는 따야지_ 특성화고 필기시험 면제자 검정

09. 나를 잠식시키는 공포(Phobia)_ 안!전!제!일!

10. 안전하게 졸업만 하게 해 주세요 _ 더글로리 용화사

11. 대학! 가고 싶으면 가야지 _특성화고 대학입시(01)

12. 오예~ 전문대는 합격이다!! _특성화고 대학입시(02)

13. 어느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일이 없다 _특성화고 대학입시(03)

14.



# 특성화고

#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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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시

# 뇌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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