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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사 Feb 13. 2024

내아이 성적표도 안보면서, 조지아텍 성적표를 보고있다!

_ 04. 90분 동안의 졸업식은 9000줄이 넘는 쓰기로


: 04. 내 아이 성적표도 안 보면서, 조지아텍 성적표를 매 학기 보고 있다!_ 현실판 SKY 캐슬


김 과장님!
아이가 일용직으로 산다고 하면
그렇게 하라고 할 거예요?
하나밖에 없는데!


"하나밖에 없어도 그런다면 그래야죠. 일용직이라도 해서 먹고산다는데 얼마나 기특해요!" 사장님은 학원을 1도 보내지 않는 날 굉장히 한심스럽게 봤지만, 나는 사장님의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따박따박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장님은 아이 공부에 열과 성의 다하셨다. 아이에게만큼은 헌신적이라는 점은 나와 결이 비슷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방향은 매우 달랐다.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23.8%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던 당시 사장님의 아이도 고등학생이었고 성적도 매우 좋았다.


생기부관리, 수행평가, 입시컨설턴트, 출석관리 등등 사장님이 일러주시는 많은 얘기들은 게임을 하며 외계어로 떠드는 아이의 게임언어처럼 낯설기만 했다. 대부분 흘려듣기 일쑤였지만, 사장님께 주워들은 이야기들은 성적에 관심 있는 부모들과의 대화에서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정보는 되었다.


SKY 캐슬 홈페이지_2018년~2019년 방영_ 캡처


당시 웹&앱 콘텐츠개발 수업을 같이 듣게 된 인연으로 가끔씩 만나 커피 한잔씩 나누는 언니 두 명이 있었다. 언니들은 각각 두 명의 아이들을 두고 있었는데, 아이들 중 한 명씩 같은 고등학교, 같은 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언니들의 아이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는 청주에서 인(in) 서울 보내기로 유명한 고등학교인데, 그 고등학교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간다는 학사반이 있었고(이러한 학사반은 인문계 고등학교라면 다 있는 듯하다), 아이들 둘 다 학사반이었다. 똘똘이들.


둘 다 학사반이었지만, 한 아이는 말 그대로 자기주도학습의 모범케이스였고, 한 아이는 부모주도의 학습자 케이스였다.(이런 표현이 잘 전달될지 모르겠는데, 저도 표현이 어렵기만 하네요. 아이들 학습에는 전혀 상관없이 살아왔던 사람이라. 에라 모르겠다. 그냥 써봅니다 :)


'부모(父母) 주도'의 그 모(母)에 해당하는 언니는 아이들의 학원비와 과외비로 600만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 있었고, 매일매일 아이들 픽업하러 다니느라 일하는 낮보다, 밤시간이 더욱 바빴다. 엄마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성적은 대학교수인 아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고, 아빠의 성적에 대한 타박은 언니에게 상처로 돌아왔다.


"과외선생님 연락처, 사장님한테 물어봐줄래?" 사장님 아이가 수학과외선생님을 바꾸고 성적이 올랐다는 내 말에 언니는 연락처를 부탁했고, 나는 흔쾌히 그러마라고 했다. 학교는 달랐지만 사장님의 아이도 언니들과 같은 학년이었고, "김 과장님도 나중에 필요하면 말해요. 엄청 유명한 선생님이야. 내가 소개해줄게"라고 하셨으니 이 정도 부탁은 해도 될 듯싶었다.


사장님은 단칼에 거절하셨다. 본인도 과외 선생님 연락처 알아내고, 연락 후 대기만 일 년 가까이했다고 했다고 한다. 대기가 오래 걸리니 지금 알려준다 한들 소용없을 거라는 부드러운 말로 수습은 했지만, 연락처는 공유하지 않았다. 언니에게 사장님 말씀을 고스란히 전했더니, "사장님 뵈러 회사에 방문하려고 하는데, 어디지?" 네에?? 죄송해요. 언니. 그런 이유라면 알려드리기 곤란해요.


나에게는 알려줄 수 있는 연락처를 언니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 직원이라는 특수성도 있었겠지만 나의 아이는 중학생이었고, 언니의 아이는 사장님의 아이와 같은 학년이었다. 성별은 틀렸지만, 그 둘은 경쟁자였고, 두 부모 역시 경쟁자였다. 


상류층 부모의 공부대한 갈망을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간접 체험 했다면, 경쟁자들 간의 날카로운 신경전을 사장님과 언니를 보며 현실 속에서 직접 체감했다. 언니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던 나는 그 뒤로 언니와 커피 한잔 나누지 못했다. 그날의 연락을 끝으로 언니와도 연락이 끊겼다.




사장님의 아이는 공부에 욕심이 있고, 잘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 아이는 현재 미국 조지아텍에서 공부 중인데, 내 아이 성적표도 안 보는 내가 미국 조지아텍 성적표를 매 학기 보고 있다. 성적이 나올 때마다 사장님은 카톡으로 보내주시며 세상 밝은 얼굴로 자랑을 하신다. 사장님의 그간의 노력을 알기에 나도 웃으며 자랑을 들어준다.


중, 고등 시절 부모의 노력이 없었다면, 사장님의 아이가 맞이하게 될 '기회'라는 문은 좁았을 것이다. 대학교 문턱에 들어서기까지 사장님은 매우 애썼고, 애쓴 만큼 아이도 잘 따라주었다. 대학교 문턱에 들어서면서부터 타국에서의 생활과 성적은 온전히 아이 몫이었는데, 사장님의 아이는 너무나도 잘 해내고 있다. 만점에 가까운 사장님 아이의 성적표. 사장님의 아이지만 너무나도 기특하고, 이쁘다. 


65점을 목표로 공부했지만 58점으로 최종 포기했던 어학시험 지텔프 Level 2. 수십 년 만에 공부한 영어단어와 독해를 사장님 아이의 입학허가서와 성적표를 보는 데 사용했다. 술술 읽히지는 않았지만, 대충 내용 파악은 되니 뒤늦게 영어공부를 시도했던 나 자신도 기특하다. :D 역시나 쓸모없는 일 하나 없다.



_ 90분 동안 진행된 졸업식 단상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에서 성인이 된 아이의 졸업식은 제게도 의미 있더라구요. 특성화고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엄마라는 이름이 내게 처음으로 주어진 것만큼이나 낯설었습니다. '특성화고 엄마'라는 이름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아이는 졸업을 했습니다. 뒤돌아서면 까먹는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졸업식만이라도 기억하자 싶어 쓰기 시작했는데 90줄, 900줄 점점 길어집니다. 9000줄까지는 안 갈 수도 있고, 그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9000줄이라는 어감이 좋아(뭔가 대단히 길어 보이기도 하고) 소제목으로 얹어봤습니다. [ form_ Arisa ]


_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다 하여, 그들이 틀리다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때는 맞았는데, 지금은 틀리더라'는 말도 매우 와닿습니다. 엄마가 된 이후로 '결코'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는데, 혹시 사진과 같은 운동화 보셨을까요? 파워레인저 운동화. 불이 번쩍번쩍 납니다. "저런 걸 왜 신겨?" 결혼 전 저런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 엄마의 패션감각까지 들먹이며 떠들어대기 일쑤였습니다.


_ 나는 절대 신기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파워레이저 번쩍이 운동화. 그런데 웬일입니까? 파워레인저 운동화에 파워레인저 트레이닝복을 입고, 파워레인저 장난감 벨트에, 파워레인저 칼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아이. 제 아이였습니다. 저런 걸 신기고 입히는 패션감각 1도 없는 엄마. 저였습니다. 대 하지 않으리라던 일도 하게 되는 날들도 오더라구요. '어떤 상황이 어디서, 어떻게 나에게 닥칠지 모른다.' 그래서 저는 장담하지 않고, 늘 여지를 둡니다. :)



01. 기본에 풍성함 약간 얹어 7만 원_ 졸업식 꽃다발

02. 내 졸업은 기억 못 해도 아이의 73회 졸업은 기억하리라! _ 졸업식 시작

03. "그렇다면 저는 특성화고를 보내겠습니다"_ 중3 담임선생님 면담

04. 내 아이 성적표도 안 보면서, 조지아텍 성적표를 매 학기 보고 있다!_ 현실판 SKY 캐슬

05. 특성화고 보내겠다고 과외시키는 엄마라니 _ 특성화고 특별전형

06. 아이의 세상은 내 세상보다 위대하고 찬란하다 _ 엄마와 아이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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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레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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