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출신이라고 하여 특성화고 관련과만 응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4년제든 2년제든 동일하다. 처음 대학입시를 알아볼 때는 특성화고 관련과만 되는 줄 알고 '기계과' 위주로 수시지원 목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아이는 기계공학과 쪽으로 가고 싶지 않다며, 촉박한 시간을 쪼개 알아보고 정리해 놓은 응시대학가능 목록 1차 정리본을 전부 폐기처분하게 했다.
대학은 가고 싶지만, 전공과(기계과)로는 가고 싶지 않다는 아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책 제목처럼 상반된 감정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대학은 가고 싶지만, 전공과로는 가고 싶지 않다길래 대학 가서도 게임을 하고 싶다는(e스포츠) 아이의 생각이 여전한지 물었다.
반도체 쪽으로 갈까 생각 중인데!
오 그래? 이역시도 유튜브에서 정보를 얻었다고 하였지만 이번에는 흘려듣지 않고 귀담아 들었다. 청주에는 하이닉스라는 반도체회사가 있고 충북지역에 소재한 그 어느 학교든 반도체학과를 졸업하면 하이닉스 취업의 길은 활짝 열려 있었기에 나는 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간 하이닉스 성과급이 몇천만원 이라더라는 얘기를 너무나도 자주 들었기에 은근 기대도 되었다. '하이닉스 취업하면 피부과 일 년 치 끊어달래야지.' 야무진 꿈을 키우며 신나 했다.
기계과 위주로 정리되어 있던 응시목록 1차 정리본을 아쉽지만 폐기처분하고, 반도체공학과 쪽으로 다시 알아봤다. 특성화고 관련과가 아니기에 가산점도 과감히 포기했다. 그나마 성적이 중간은 갔으니, 가산점이 아니어도 합격은 가능할 것 같았다.
** 특성화고 관련과 가산점 : 2년제만 해당하지만 관련과에는 자격증 가산점도 있다. 아이는 관련과 자격증 보유자. 딱 한 개지만 한 개라도 있으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었다. 학교별 상이하니 해당 연도 입시안내서를 꼼꼼히 보셔야 합니다.
2023년 09월 04일(월)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 시 "전문대는 여러 곳 합격하여, 어디 갈지 고민할 것이다"라고 선생님도 장담하지 않으셨던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수시원서를 낸 아이의 성적은 전문대 합격 커트라인을 훨씬(까지는 아니지만 성적만으로는 안정권) 웃돌고 있었기에 마음 놓고 있었다.
그.러.나. 2년제의 경우 성적에 면접점수까지 더해져 최종합격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2년제는 상기 4대 대학 4개 과에 접수했는데, 특성화고 전공과(기계공)와는 무관한 과를 선택하여 가산점도 못 받는데 면접까지 있으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충북도립대학교를 제외하고 면접 점수 비율이 최저 20% 에서 최고 40%라니, 이러다 전문대도 떨어지는 거 아닐까라는 걱정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 13.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일이 하나 없다_특성화고 대학입시(03) (brunch.co.kr) > 편에서 학교로 방문하여 접수 시 원서접수비 무료라고 하였는데, 충청대학교(방문접수 시 면제 > 과미결정/홈페이지접수/25,000원)도 방문접수 시 원서비 면제임에도 불구하고 과를 결정하지 못해 25,000원을 지불하고 학교 홈페이지에 접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충청대학교는 반도체 전자과에 응시하려 하였으나, 하필 학교에 방문하여 학과설명을 하셨던 교수님이 '컴퓨터전자과' 전공교수님이셨다. 2년제 대학의 경우 수시원서 접수 기간 전 이미 과를 정해놓은 상태여서 각 학교에서 방문 시 접수하기로 나와 아이는 합의하였는데, 학과설명회를 듣게 된 아이가 고민이 되었던 모양이다. 다른 학교는 고민 없이 응시원서를 접수하였으나, 유일하게 충청대학교 설명회를 들은 후 혼돈이 왔나 보다.
응시접수료 25,000원이 들어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니, 방문접수 시 응시원서를 내지 말고 수시원서 접수 기간에 접수하기로 아이와 합의하면서 혼돈의 시간을 연장했다.
2. 충청대학교
▶ 컴퓨터전자과 :학생부 성적 60% + 면접 40%
▶ 반도체전자과 :학생부 성적 80% + 면접 20%
2023년 수시원서결과를 기준으로 하여 두 과를 비교했을 때 컴퓨터전자과(평균등급 5.63)/ 반도체전자과(평균등급 5.09)로 평균등급은 컴퓨터전자과가 낮았으나, 면접비율이 40%로 면접점수가 산출성적등급을 뒤집을 수 있을 만큼의 큰 비율로 느껴졌다. 고민 끝에 아이는 컴퓨터전자과로 과를 정했다. 학교설명회에서 기깔나게 학과설명을 해주신 교수님도 면접관으로 들어오신다고 하니 후하지는 않더라도 평균은 주시지 않을까 싶었다. 생기부에 적혀있는 "게임을 잘하여"만 봐도 평균이상 점수를 받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
드디어 면접일이 정해졌다.
1. 충북보건과학대학교 : 2023년 10월 13일(금) 오후 01시
2. 충청대학교 : 2023년 10월 13일(금) 오전 09시
3. 폴리텍대학교 : 2023년 10월 17일(화) 오후 01시 20분
폴리텍을 제외한 두학교가 13일(금) 오전 오후로 나누어 면접을 보게 되었다. 하필 13일의 금요일에 면접이라니. 13일의 금요일이라 하여 그간 별일도 없었으면서 13일의 금요일 면접은 왠지모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했다.
드디어 면접일. 첫 면접을 진행하는 충청대학교에 아이를 내려주고 주차장에서 대기했다. 오후에 보건과학대학교 면접이 잡혀있어 왔다 갔다 움직이느니 기다리는 게 낫겠다 싶었고, 면접 시작시간은 있으나 끝나는 시간은 없으니 괜히 움직였다가 촉박하게 움직이기 싫어 차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설마 떨어지겠어' 싶다가도 '설마가 사람 잡나' 싶은.. 입시마다 반복되는 생각은 그날도 미친년처럼 널을 뛰게 만들었는데 다행히 자격증 사냥꾼인 내 앞에는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기사(태양광)' 실기 시험(11월 05일(일) 치름)이 놓여있었다.
대기하는 시간 동안 실기시험 정리본을 보며 마음도 다스리고, 실기준비도 하려 했지만 공부는 잠시잠깐이었고 마음은 면접실에 앉아있는 아이에게로 가있었다. 드디어 아이가 나왔다. "어땠어?"
합격할 거 같은데
떨리진 않았어? 질문에 대답을 잘했어? 학교설명회에 오셨던 교수님이 면접관이었어? 합격할 거 같다는 아이 말에도 폭풍질문을 쏟아부었다. 엄청 떨리지도 않았고, 질문에 대답도 잘했고, 학교설명회에 오셨던 교수님이 면접관이셨다고 했다. 그래서 합격한 거 같은 거야? "미달이래" 합격의 확신은 그 무엇보다 응시자 미달이었던 걸로. 왐마. 뭔 일이라니. 어쨌든 합격!
이어 충북보건과학대(이하 보건과학대)로 이동했다. 오후 한 시에 잡힌 면접시간 때문에 점심을 먹을까 싶었는데,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아이는 멀미를 했고, 차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나는 입맛이 없어 면접 끝나고 밥을 먹기로 했다. 열두 시쯤 보건과학대에 도착했는데 여기는 또 뭔 일이라니. 조용했던 충청대와는 달리 보건과학대는 꼭 축제 현장 같았다.
충청대는 세로로 긴 학교라면 보건과학대는 가로로 긴 학교였는데, 넓은 잔디밭에는 푸드트럭이 즐비어 있었고, 솜사탕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줄지어 있었으며, 각 학과별 천막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학교 축제기간인가? 면접시간이 아니어도 올라와도 된다는 보건과학대 학과장님의 말씀에 따라 아이는 면접장소로 올라갔고 나는 또 홀로 차 안에 앉아 오락가락하는 생각과 널을 뛰는 마음과 싸우고 있었다.
차 안에 앉아 있기 답답하여 축제라도 구경하자 싶어 나왔는데, 축제가 아니었고 응시자 면접을 위해 학교에서 준비한 이벤트였다. 푸드트럭 음식뿐 아니라 커피, 솜사탕 등 제공되고 있는 모든 것이 무료였다. 옴마.. 여기가 충북의 한기대고만?!
2년제 대학으로 충청대와 보건과학대는 청주의 양대산맥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보건과학대는 처음 방문해서 규모를 몰랐다. 여기도 괜찮은데?라고 생각하며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을 때 아이가 보였다. 벌써 끝났나? 올라간 지 얼마 안 되는 거 같은데 아이가 내려오고 있었다.
여기도 합격
왜? 왜? 왜 또 그러는 건데? 학과 이름이 적혀있는 천막 안에서 학과장님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고, 아이와 같은 과 친구도 천막 안 테이블에 앉아있어 편히 웃고 즐겼는데 그것이 면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합격인데? "점수를 슬쩍 봤어" 눈치 빠른 놈. 역시 내 아들이 고만. 이제 폴리텍 면접만 남은 것인가...
_ 90분 동안 진행된 졸업식 단상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에서 성인이 된 아이의 졸업식은 제게도 의미 있더라구요. 특성화고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엄마라는 이름이 내게 처음으로 주어진 것만큼이나 낯설었습니다. '특성화고 엄마'라는 이름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아이는 졸업을 했습니다. 뒤돌아서면 까먹는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졸업식만이라도 기억하자 싶어 쓰기 시작했는데 90줄, 900줄 점점 길어집니다. 9000줄까지는 안 갈 수도 있고, 그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9000줄이라는 어감이 좋아(뭔가 대단히 길어 보이기도 하고) 소제목으로 얹어봤습니다. [ form_ Arisa ]
학교마다 면접 시 다양한 질문을 하지만, 공통질문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이 두 질문은 아이가 면접을 보았던 세 개 학교에서 동일하게 질문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1. 대학 또는 학과에 지원한 계기 및 이유
2. 학교에 입학 후 목표나 꿈
_ 아이는 특성화고 전공과가 아닌 '반도체'와 '컴퓨터전자' 쪽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1번 질문은 공통사항이 아니더라도 질문받았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어떻게 답변했는지 너무나도 궁금한 엄마의 긴 질문에 비해 "생각난대로 말했어"아이는 언제나 간단히 답해주기에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학교에 설명회를 오신 교수님들의 과 설명회를 듣고..."라는 말로 시작했다 합니다.
_ 10월 17일(화) 오후 한 시에 진행된 폴리텍 면접에서도 아이는 합격을 확신하였습니다.
학교에 입학 후 목표나 꿈이 있습니까? _ 면접관
"올라오는 길에 플랜카드에 선배님들의 이름이 걸려있는 걸 보았습니다. 저도 저 플랜카드에 이름을 올리고 싶습니다."
학생은 그렇게 될 것입니다. _ 면접관
_ 저 얘기를 듣고, 저도 확신했습니다. 붙었구나! 면접 당일 폴리텍 청주캠퍼스 건물 앞에 내려줬는데, 저도 못 본 플랜카드를 아이는 눈썰미 있게 봤나 봐요. 눈썰미, 위트, 순간활용능력.. 앙.. 제 아이입니다 :D
01. 기본에 풍성함 약간 얹어 7만 원_ 졸업식 꽃다발
02. 내 졸업은 기억 못 해도 아이의 73회 졸업은 기억하리라! _ 졸업식 시작
03. "그렇다면 저는 특성화고를 보내겠습니다"_ 중3 담임선생님 면담
04. 내 아이 성적표도 안 보면서, 조지아텍 성적표를 매 학기 보고 있다!_ 현실판 SKY 캐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