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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소라수경 Jul 15. 2024

강사의 본분

"강사로서의 소명"

7월 한 달 강의 일정으로 분주한 삶을 살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부르는 이가 없어서 손가락을 빨던 몇 해 전에 비하면 진심으로 감사하고 벅찬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신입강사를 수련하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하며 강사로서의 삶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국어사전을 보자면 '스승'은 자기를 가르쳐 인도하는 사람을, '선생'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강사'는 학교나 학원 따위에서 위촉을 받아 강의를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 따져보자면 나는 '스승'이기도 하고 '선생'이기도 하고 '강사'이기도 하다. 뭔가 명칭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 같지만 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스승, 선생, 강사라고 하는 이름이 무색해지지 않으려면 그 마주하는 대상 즉 피교육자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관점이다.) 내가 하는 강의가 그들에게 한 조각이라도 유의미하게 느껴질 때, 조금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던져줄 때 강의도 빛나로 강사로서의 영광도 있는 것이다. 


요즘은 강의를 다녀오면서 가슴이 아리아리하다. 나와 아이컨택을 하는 대상인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군장병의 눈빛을 읽게 되면서 더 그러하다. 

장난꾸러기 남자 친구가 내가 발견한 그 친구의 장점 하나로 수업이 끝날 때까지 바른 자세로 앉아 내 말에 경청을 하다가 3교시 마치고 나에게 저벅저벅 걸어와서는 "선생님! 오늘만 오시는 건가요?"하고 물었다. "응... 그렇지. 왜? 아쉽니?"하고 물으니 머리를 긁적긁적하면서 "네... 수업이 재미있어요." 하고는 자기 자기로 간다. 그 수업은 직업 가치관에 대한 시간이었는데 '가치관'이라는 말을 의미적으로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신을 모둠 친구들과 나누고 가치관을 사는 경매를 진행했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가지기 위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여느 때와 사뭇 달랐는지 친구들도 놀라는 기세였다. 그 수업은 장난꾸러기 학생의 열정으로 최고의 수업이 되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설문 조사 결과를 받고 학생들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내가 왜 그 자이에 서 있는지 간과하지 않는 강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주에 갈 군인성 강의를 준비하며 지난 강의 때 받은 소감문을 정리하면서 몇 장이 눈에 들어왔다.   




나의 마음가짐이, 강사로서의 소신과 사명감이 이제 새싹처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청년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했다. 

군 강의를 준비하며 소감문을 꺼내 읽는 이유는 20대의 빛나는 청춘이 18개월이라는 시간을 고립이 아닌 성장의 시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그리고 사회화를 준비하는 값진 시간으로 가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기 위해서다. 피교육자가 자신을 성찰하고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때 강사로서 가장 보람되고 행복하다. 그것이 내가 오늘도 쉬지 않고 떠드는 이유가 된다. 


내일은 중학교 진로수업 마지막 날이다. 이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며 건강하게  자랄 그들을 응원하고 올 것이다. 이 밤이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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