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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소라수경 Jul 03. 2024

월봉 54만 원

그것도 감사하여라...!

2013년 청소년교육과에 입학하여 2018년 '청소년학'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했다. 

앞만 보고 달렸다. 

목표가 생기니 공부를 하라거나 하지 말라거나 하는 말은 허공에 떠 다니는 수증기만도 못 했다. 내가 하고 싶고 꼭 해야 하니까 밤이든 낮이든 공부했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뚜렷하게 없었다. 그저 그 공부가 하고 싶었다. 

공부를 하면서 생각했다. 

'나는 이 공부를 왜 하는가?'
'이 공부를 마치고 난 이 학문을 어떻게 사용할까?' 

책장을 펴고 읽는데 '아! 그래.... 그랬구나...! 맞다 맞다...!'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고 다른 이론이 궁금해졌다. 공부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었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이것을 누군가를 위해 사용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기에 나의 나이가 너무 많았다. 

40대 중반을 넘긴 나를 받아 줄 곳이 있을까? 

집 근처 청소년수련관부터 이력서를 넣어 봤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구를 중심으로 가까운 수련관부터 하나씩 나의 이력서를 넣었다.  그리고 돌아온 "죄송하다. 다음 기회에 다시 응모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핸드폰을 뒤적뒤적하다가 아르바이트 어플이 보이길래 다운로드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검색해 보다가 광고 하나가 눈에 딱 들어왔다. 

"독서 지도사 구인. 아르바이트 가능" 

'바로 이거다!' 싶어서 바로 이력서를 보내고 그다음 날 면접을 하고 바로 교육을 받고 그다음 달부터 일을 시작했다. 공부에 재미가 붙었는지 교육 기간 내내 즐거웠다. 

교육 마치고 10명쯤 되는 친구들과 수업을 하게 되었고 그다음 달에 받은 수수료가 54만 원이었다. 

감격스러웠다. 

초보인 나와 함께 수업해 준 나의 학생들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이들을 위해서라도 학생들보다 더 깊게 책을 읽고 책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6년의 시간이 지났다. 

 월봉 54만 원을 벗어났다. 강사 생활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강의가 잡혀 있다.


나의 학습 대상이 되는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강사가 되고 싶다. 

먼 훗날 나의 학생들의 훌륭한 멘토로 서고 싶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갈 길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오글 3일 차, 나에 대한 성찰로 가슴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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