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분석하면서 사용자들의 불편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리하고 나니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이 불편함 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을까?”
“이 말들을 남긴 사람은 어떤 상황에 있었을까?”
리뷰 분석으로 문제는 찾았다.
하지만 한 가지 더 확인이 필요했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진짜 맞는 걸까?'
리뷰는 단서였지만, 그 안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엔 데이터를 사람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내 아이디어가 실제 사용자에게 맞는지 검증하기 위해.
리뷰를 묶으면서 단순히 문장을 나열하지 않고,
디자인 띵킹 프로세스의 ‘Define(문제 정의)’와 ‘Synthesize(통찰 도출)’ 단계를 거쳤다.
비슷한 감정과 상황을 묶어 Pain Point와 Need로 정리하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했다.
일부 문장은 실제 리뷰에서 가져온 것이고,
일부는 리뷰 내용을 토대로 내가 재구성한 것이다.
사용자들이 직접 한 말보다는,
그 말들 속에 공통으로 드러난 ‘경험의 흐름’을 정리한 결과물이다.
1. 표현의 한계
“배경, 폰트, 비율을 내 마음대로 바꾸고 싶은데 자유도가 낮아요.”
“오타가 나면 수정이 안 돼서 아쉬워요.”
“배경이 한정돼서 다 비슷해 보여요.”
사람들은 기능보다 ‘표현의 자유’를 원하고 있었다.
2. 저장의 불안
“기기를 바꾸면 기록이 사라질까 봐 불안해요.”
“앱을 쓰다 보면 광고가 갑자기 떠서 집중이 깨져요.”
사람들은 단순히 저장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교제를 안전하게 남겨둘 공간’을 원했다.
묵상은 데이터가 아니라 마음의 기록이었으니까.
3. 흩어진 기록들
“기도, 감사, 묵상이 다 다른 앱에 있어서 찾기 어려워요.”
“단순하게 기록만 하고 싶은데 기능이 많아서 헷갈려요.”
그들은 의지가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었다.
너무 많은 도구 속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필요한 건 ‘새로운 기능’이 아니라 –
‘단순한 공간’이었다.
4. 나만의 말씀카드
“좋은 말씀카드는 많지만, 내가 쓴 글로는 만들 수 없어요.”
“다 비슷해서 내 이야기가 담기지 않아요.”
사람들은 ‘예쁜 카드’보다
‘나에게 주신 말씀을 나답게 담는 카드’를 원했다.
이 네 가지 흐름을 기반으로
AI에게 “이런 특징을 가진 가상의 사용자를 만들어 달라”라고 요청했다.
AI를 이용하면 인터뷰 전에 사용자 모습을 미리 그려볼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가설적 페르소나(Proto Persona)라고 부른다.
하지만 AI가 만들어준 첫 페르소나는 조금 맞지 않았다.
기록도 꾸준하고, 디자인도 잘하는 사람이었다.
겉보기엔 완벽했지만 – Pain과 Gain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현실의 사용자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솔직했다.
그래서 직접 수정하기로 했다.
가상의 페르소나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 스크립트를 작성하며
나온 결과물을 확인하며 조금씩 수정해 갔다.
수정된 예은은 좀 더 현실적이었다.
29세 직장인, 교회 청년부에서 활동 중.
매일 큐티를 하지만, 기록은 꾸준하지 못하다.
기록의 유익을 알고 있지만,
퇴근하면 피곤해서 “내일 써야지” 하며 미루기도 한다.
“기록은 저한테 하나님과의 대화예요.
근데 피곤하면 그냥 넘어가요.
그래도 적으면 마음이 정리되고, 말씀을 적용하기 쉬워요.”
예은은 기록 정리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메모앱, 노션, 카톡, 손노트를 오가며 쓰지만
내용이 흩어져 다시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기록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은혜를 기억하는 행위다.
기록은 곧 순종의 실천으로 이어진다.
“기록하면 말씀이 제 안에 머물러요.
안 쓰면 그냥 흘러가버려요.”
초기 AI 페르소나에서는 디자인 감각이 강조됐지만,
실제 예은은 감성은 풍부하되 툴을 다루는 게 부담스러웠다.
예쁘게 표현하고 싶지만 Canva나 미리캔버스는 어렵고 복잡했다.
“제가 쓴 묵상문을 카드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배경이랑 글씨체가 자동으로 어울리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예은은 ‘기록의 꾸준함’과 ‘표현의 자유’를 동시에 원했다.
기록할 때는 단순하고, 표현할 때는 감성적으로 –
이 두 욕구가 만나는 지점이
내가 만들고자 하는 앱의 핵심 방향이 됐다.
이 과정은 단순히 사용자를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내가 만들려는 앱의 방향이 맞는지,
실제로 사람들이 원하는 게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예은의 하루를 여정으로 정리해 봤다.
‘고객 여정 맵(Customer Journey Map)’은
서비스디자인에서 자주 쓰이는 도구로,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며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단계별로 정리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단순히 “무엇이 불편한가”를 넘어서 –
“언제 사용자가 멈추는가, 어떤 감정이 흐름을 끊는가”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었다.
1. 영적 자극 (Trigger)
인스타에서 말씀카드를 본다. (감정 7점)
“나도 이렇게 남기고 싶다.”
은혜의 순간을 붙잡고 싶지만,
기록할 도구나 여유가 없어 사라질까 불안하다.
2. 기록 결심 (Intention)
출근길에 마음이 남는다. (8점)
“퇴근하고 정리해야지.”
마음은 있으나 실행이 지연된다.
‘해야 한다’는 부담과 귀찮음이 충돌한다.
3. 기록 실행 (Action)
주말 오전, 여유가 생긴다. (6점)
“그래, 이 시간이 참 좋지.”
쓰면 좋다는 걸 알지만, 꾸준히 하기 어렵고 흐름이 자주 끊긴다.
4. 기록의 흩어짐 (Fragmentation)
여러 앱을 오가며 기록한다. (4점)
“어디에 썼더라?”
감사, 기도, 묵상이 메모앱, 노션, 카톡에 흩어져
하나의 이야기로 모이지 않는다.
5. 시각화 (Visualization)
묵상문을 카드로 만들려 하지만 툴이 복잡하다. (5점)
“배경이랑 글씨 맞추는 게 너무 어려워.”
6. 공유와 나눔 (Sharing)
완성한 카드를 카톡방에 공유한다. (7점)
“이건 꼭 나누고 싶었어.”
7. 회고와 재방문 (Reflection)
한 달 뒤, 지난 기록을 다시 본다. (9점)
“하나님이 이렇게 인도하셨구나.”
가장 낮은 점은 4단계, ‘기록의 흩어짐’이었다.
예은에게 필요한 건 –
흩어진 기록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단순한 공간,
그리고 그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할 방법이었다.
리뷰 분석과 페르소나 작성, 그리고 고객 여정맵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디자인 띵킹의 필수 과정이었다.
디자인 띵킹(Design Thinking)은
문제를 정의하기 전에 사용자를 깊이 이해하는 ‘공감(Empathize)’ 단계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가상의 페르소나는 바로 그 시작이었다.
익명의 데이터 속에서 ‘이 사람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를
구체적으로 그려보기 위해 만들었다.
고객 여정맵은 그다음 단계였다.
리뷰와 인터뷰로 얻은 조각난 감정들을
‘시간의 흐름’ 위에 올려보면 –
사용자가 언제 몰입하고, 언제 포기하는지 명확히 보인다.
이 모든 과정은 기능을 정리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문제를 정의하기 위한 도구였다.
결국 내가 한 일은 단순했다.
데이터를 사람으로 바꾸는 일,
그리고 그 사람의 하루를 이해하는 일이었다.
흩어진 기록을 모으고,
AI로 쉽게 카드를 만들고,
단순하지만 감성적인 공간.
가상의 예은은 검증 도구였다.
이 과정을 통해 확인했다. 내가 생각한 방향이 맞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