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테시아 Jan 15. 2023

고양이 파양을 맞는 우리의 자세

고양이 열두 녀석과 살아가기


2022년 5월 어느날. 10마리 고양이의 평화가 깨지는 날이었다.

물론 내 마음도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두 아이를 입양해 간 아내의 사촌 언니가 그의 남편(정신적인 문제를 최근에 겪음) 때문에

더 이상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없는 데 어떡해야 하겠냐는 전화 때문이었다.

사촌 언니는 이미 몇 지인에게 고양이 입양을 제안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나는 바로 "안 돼"라는 말을 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우선은 다 큰 아이를 합사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같은 어미를 두고 있지만, 이미 남이나 다름 없었다. 

거기에 열 아이들이 가질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닐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또한 입양한 아이(내가 가장 사랑스러워 했던)는 같이 간 아이와도 사이가 안 좋아

가끔 크게 싸운다는 얘기까지 들어서 더더욱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반려동물을 처음 키운 사촌은 낯설은 아이 중에 그나마 잘 딸랐던 '환환'이란 아이와 

시간을 많이 가졌던 모양이다. 때문에 적응이 늦었던 아이는 점점 같이 간 아이와 멀어지게 되었다.

그런 상황을 알았던 나는 그 아이들과의 동행을 불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갈 데가 없는 아이들이 어찌하랴...

파양을 맞아 들어온 첫날. 저 안에서도 싸워 작은 아이는 다른 케이지로로 옮겼다.

사촌 언니는 미안함 마음이 너무 컸다. 물론 아이들과 헤어지는 슬픔도 크게 다가왔다.

3년을 같이 살았으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까...


고향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예상대로 당황했다. 숨쉬는 것조차 힘들었는지 입을 벌리고 하악거렸다.

우리 아이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면 소리를 지르고 케이지 밖으로 손을 내밀고 공격했다.

자기들끼리 싸우기도 했다. 혼돈의 시작이었다.

좁은 공간에서 두 녀석을 함께 둘 수 없다고 판단, 한 녀석은 옆 케이지로 옮겼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가까이 두는 게 낯선 환경에서는 좋을 듯 싶어서.


2-3일은 정말 힘들 시간들이었다. 기존에 있던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파양을 맞아 온 아이들은 그들대로. 신경이 최대치로 예민해져 있었다.

제일 힘든 것은 미드나잇 시간대였다. 그 시간이면 아이들이 잠을 잘 시간이지만.

새로운 아이들이 울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쩌지 못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울어대기 시작하면

내 마음조차 갈갈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입양을 보내지 말았어야지라는 자책감이 그들의 울음소리가 섞여 나를 힘들게 했다.

거실에서 내가 있을 때는 울지 않지만, 자려고 방으로 들어가면 다시 시작됐다.

하는 수 없이 그들 앞에 침낭을 깔고 누웠다. 

'환환'은 사랑을 많이 받아서인지 빨리 적응해서 아이들과 평화롭게 지냈다.

4일 되는 날부터 아이들이 좀 진정됐다. 우리 아이들도 그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케이지에 다가와 새로운 아이들의 체취를 맡으며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였다.

그제서야 나도 작은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 녀석부터 합사를 준비시켰다. 우선 안방을 개방해서 그녀석이 공간을 익히도록 했다.

물론 안방 문을 닫는 게 아니라 밖에서 볼 수 있는 기존 철재 디펜더를 이용해서 분리시켰다.

이틀 후 '환환'은 합사 시도. 조금은 당황한 아이들이었지만, 큰 무리 없이 안착했다.


문제는 내가 제일 사랑했던 아이 '섹시'였다. 입술에 점이 있어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케이지 안에 물을 갈아주려고 할 때도 공격성을 보였던 아이였다. 물론 둘째날이었지만.

날카로운 손톱으로 인해 손가락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두려워하거나, 섹시와의 관계를 포기한다면 아이는 더 외톨이가 될 것이 뻔했다.

그럴수록 나는 손을 내밀어 그의 목덜미를 쓰다듬어 줬다. 다른 아이보다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합사 후 얼마 동안은 자기 곁에 오는 애들을 공격하더니 이제는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섹시'는 안방에서 며칠을 나와 같이 더 지냈다. 여전히 밖에 있는 아이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분리되서 그런지 그나마 하악질은 거의 하지 않았다.

결전의 날!!! 내가 이성을 가지며 살아가면서 그날처럼 떨렸던 적이 단연코 없었다.

합사가 시작됐다. 안방의 디펜더가 열리자 궁금했던 아이들은 안방으로 몰려왔다.

그럴수록 '섹시'는 당황했다. 이 아이를 성향이 그랬다. 

겁이 많은 아이. '섹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한 아이였다. 이후 이 아이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병원에서 일주일 동안 링거를 맞아야 했다.


며칠 동안은 하악질의 연속이었다. 기존 아이들도, 새로운 아이들도. 섹시가 하악질을 하니까.

환환도 덩달아 날카로워진 모습이었다.

하악질이라고는 몰랐던 기존의 아이들까지 ㅡㅡ;;;

한두달이 지나고 눈만 마주치면 하악질을 해대던 녀석이 조용해졌다.

물론 자신의 진짜 아빠와는 아직도 서열 싸움이 안 끝나서인지. 곁을 내주지 않고 있기는 하다.

내가 누워 있는 이불 위로 올라와 잠을 자는 섹시.

대신 나와는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성향을 보인다. 서재에 있을 때는 내 발밑에 조용히 잠을 잔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디에 있던지 나에게 달려온다.

안으려고 하면 조금 달아나지만, 이내 다시 내게 온다.

그리고 자신이 안기고 싶을 때는 나를 자신이 처음 이 집에 있었던 케이지 안으로 들어간다.

신호다. 나를 안아주세요. 그 안에 있는 아이를 끌어내 안는다. 그때만은 반항하지 않는다.

그리곤 세상 평화롭게 내 품에서 눈을 감는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 감사하다. 고맙다. 미안하다.

가끔 어느 한 구석에서 평화롭게 혼자 놀고 있기도 하다. 감사할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괜찮다"고 꾹꾹이 해주는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