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
A형인지 B형인지 아니면, O형인지 그도 아니면 AB형인지. 사람 몸에 흐르는 혈액에 혈안이더니, 요즘은 초면인 자리에서 MBTI 알파벳으로 대화를 한다.
모든 일에 대해 계획을 세우며 상상력이 풍부한 INTJ 전략가 타입인지. 청중을 사로잡고 의욕을 불어넣는 카리스마 넘치는 ENFJ 지도자인지. 사물과 사람을 관리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지닌 ESTJ 경영자인지. 항상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유연하고 매력 넘치는 ISFP 모험가인지 등. 성격유형 카테고리 16가지를 두고 이야기가 오간다. 혈액형 중 어디에 속하는지. MBTI 중 어떤 타입에 해당되는지 도통 모르겠으나, 내가 찾고 있는, 원하는 남자는 어떤 사람일지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생각한 대로 다 이뤄지리라 보장은 못한다. 다만 서른 중반이 넘은 시점에서, 연애든 결혼이든 무엇이든 한 남자를 내가 마음먹은 대로 만날 수 있다, 하면 어떤 사람이면 좋을지 생각해 본 것이다. 어찌 보면 혼자만의 즐거운 상상이고, 다른 한 편으론 절실했던 듯하다.
연예인으로 치면 누구누구 하는 얘기는 버리자. 의미 없다. 일단 외모는 뒤로 미루고서 이상형을 그려보았다.
인성: 어휘와 말투가 듣기 좋은, 성실한 사람
성격 : 원만한 성격이면 된다. 바라자면 배려심 있는 사람정도
배움: 지식자랑 보다 지식활용을 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직업: 하는 일에 회의를 느끼며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싫다
집안: 재산을 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빚은 없으면 좋겠다
술담배: 술은 살짝 즐기되 담배는 안된다
취미: 운동 그중에서도 수영과 테니스를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매너: 문을 잡아주며, 여자 혹은 아이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하는 사람이 좋다
외모: 내 키 이상의 신장이어야 한다(그랬으면 좋겠다). 무쌍보 다는 조금 진하게 생긴 얼굴이 좋다. 다리는 O자형이 아니면 한다. 웃을 때 건치면 좋겠다.
서른 중반을 넘어서던 시점의 내가 생각한 나의 이상형이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그런 사람 없습니다' 라지만. 난 왠지 있을 것만 같았다. 서울에 없다면, 한국에 없다면 바다 건너 일본이든 미국이든 다른 나라에 있으리라. 하고 생각하곤 했다. 선배들에게도 말했다. 내 이상형이 주변에 있거든 꼭 좀 알려달라고. 나라불문 달려가겠다고. 그렇지만, 아무도 못 봤단다. 그런 사람 여기도 없습니다, 였다.
나의 이상형에 대해, 애인이든 배우자든 내 남자 될 사람 찾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타 부서의 친하게 지내던 부장님 두어 분과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거두절미하고. 딱 하나만 골라봐. 그 하나만은 절대 못 놓치겠다. 하는 게 뭐야?"
글쎄요. 하나요? 하나만이라면... (하는 찰나에 머릿속엔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다. 그리고 대답했다) 하나는 어렵겠어요. 취미도 중요하고, 집안은 모르겠지만 하는 일도 중요하겠고... 매너도 너무 중요해요. 근데 사람은 뭐니뭐니 해도 인성이 중요하지 싶네요. 말. 평소 하는 말을 보면 어느정도 알 것 같아요. 욕을 섞어한다거나, 욱하는 말투라거나 우물쭈물하는 말투나 아는 척. 잘난척하는 말투는 너무 싫더라고요. 말하는 습관이나 세심한 말투를 보면, 그 사람 자라온 배경부터 앞으로의 장래성까지 모두 인성에서 묻어나는 것 같아요.
"그럼 그것만 찾아. 다른 건 다 두고. 그럼 만나게 돼있어. 더 빨리 만날 거야."
그때는 왜 굳이 하나만 고집하라 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했다. 두 개도 세 개도 안되고, 딱 하나만? 하며,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런데 일년 이년이 지나, 서른 하고도 여섯이 되던 때. 그 옛날 코웃음 치며 스쳐갔던 잠깐의 대화가 백만볼트 스파크가 터지듯 순간 떠올랐다. ‘이대로는 아무도 못 만난다.’ 결국 이상형 챌런지 월드컵이라도 해서 단 하나의 최우선순위의 이상형을 알아내자 싶었다. 인성 vs 집안, 인성 vs 직업, 인성 vs 외모... 그리하여 결정지어진 최종 승자는 바로, "인성" 좋은 남자. 나의 최우선순위 이상형이 결정지어진 순간이다. 그리하여 한 줄로 만들어진 내가 찾는 이상적인 사람은 ‘올곧은 인성을 장착한 성실한 남자’가 되었다.
서른여섯의 나는, 인성 좋은 인성 바른 남자를 만나리라 하는, 주관이 뚜렷한 여자가 되었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게 되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면 상대의 사용하는 말부터 유심히 듣고 보게 되었다. 우선순위를 하나로 정하고 생긴 변화는 사람 보는 눈이 단순해졌다는 것. 소개팅이든 모임이든 나가서, 사람들을 대할 때 만나고픈 사람인지 아닌지의 구분이 빠르게 되더라는 말이다. 사람을 한두 번 보고 어찌 아나. 할 수도 있지만 알았다. 나와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인데 그것을 모르랴. 바로 느껴진다.
이성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그렇다. 딱 하나다. 딱 하나만 정해보자.
그런 후, 주변을 둘러보고 그에 맞는, 상응하는 남자가 있는지도 세심하게 둘러보자. 그러다 보면 남자 보는 눈이 차츰 길러진다. 거르다 보면 누가 남느냐고? 남지 않는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럼에도 다시 찾아야 한다. 내 남자. 내 애인. 내 배우자를 고르는 건데, 시간 조금 더 걸리면 어떠리. 그렇게까지 공들여 골랐는데, 만나다 헤어지면 어쩌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헤어질 남 자면 만나는 때부터 징조가 없지 않다. 분명 있다. 만나는 자체가 시간낭비로 느껴진다면 그런 남자는 빠르게 과감히 제외시켜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내가 절대 포기 못할 한 가지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그런 다음 절대 포기 못할 그 하나를 진중하게 바라보자. 보면 볼 수록 장점이 늘어나는 것이 느껴진다면 이제는 알아 차릴 단계다. '아. 이 남자가, 바로 내 사람이구나.' 하고 말이다.
결혼할 남자는 도대체 어디서 찾아야 한담. 내 남자는 도대체 어디에 있담. 한탄하던 때가 있다. 오빠에게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다. 오빠는 어떻게 결혼했데? 어떻게 새언니를 찾았데?라고.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 한마디는 이랬다.
"착하더라고. 할 때 되면 다 하게 되더라. 나타나더라." 아마도. 오빠의 가장 우선순위는 '착함' 이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