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김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by 김혜진




어깨에 약간의 피멍이 들더라도 어른인데 당연히 직접 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 라며 무거운 짐은 물론이고 힘든 고민들도 무작정 혼자서 처리하려 무던히도 애썼습니다. 어렵고 힘겹더라도 직접 해야만 하는 것이라 여겼지요.



이십 킬로는 족히 될 법한 김치냄새 솔솔 풍기던 배낭을 짊어 메고 서울에서 동경 집으로 향하던 유학시절 급작스레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는데요. 그 어느 누구의 도움도 챙김도 받을 수 없었기에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만 했습니다. 홀로 뭐든 해 보고자 떠난 맨땅헤딩과도 같았던 유학이기에 집에 SOS 신호를 보내는 순간 실패라는 생각을 했었던 듯합니다. 이십 대 중반의 말 그대로 꽃다운 나이이건만 스스로는 젊다는 생각조차도 못했지 싶고요. 그러다 보니, 무엇이 되었건 혼자 처리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여기게 되었습니다. 힘이 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움을 청하는 것은 언제나 어색했고 가끔 있던 타인의 내민 손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지요. 언제나 말버릇처럼 하던 말은 괜찮아. 였습니다.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사실 전혀 괜찮지 않았습니다.



힘들어 울기도 하고 버거워 숨이 막힐 것만 같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 앞에서는 힘든 내색 하지 않으려 무던히 애쓰고 절대 눈물은 내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그것이 어른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랬던 어른이 달라졌지 말입니다. 무거움을 감지하는 팔은 더 이상 물건을 들어 올리지 않고 생각의 생각을 해도 도저히 답이 떠오르지 않는 고민들도 가슴속에 품지 않게 되었습니다. 버거운 무게의 짐은 대신하여 기꺼이 들어주고 골치 아픈 생각들은 함께 머리 맞대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부르면 그 즉시 답하며 나타나는 나만의 슈퍼맨 - 신랑이자 남편이라 불리는 배우자 - 그 남자가 곁에 있지 말입니다.



힘들면 힘들다 말할 수 있어 좋습니다. 괜찮지 않음을 괜찮지 않다고 표현할 수 있어 홀가분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누릴 수 있음에 그간의 힘듦이 달게 받아들여집니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깨닫게 되니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게 됩니다.



아침 일찍이 홍삼차 한잔을 만들어두고 먼저 출근하는 이 남자의 챙김이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 아닌 다른 이의 보살핌을 있는 그대로 감사히 받아들일 수 있어 기쁩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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