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결정하는 자는 누구?
주식하면 집안 망하는 줄로만 알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주식은 다가가기 무척이나 꺼려워한다. 친구 중에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지 않는 건 나뿐이다.
주식은 위험하다. 생각도 마라.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어디에서 그런 사고 오류를 흡입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출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어릴 적부터 뉴스에서 보았고, 그리고 부모님의 한마디가 파장을 일으켰고 결국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냈지 싶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을 비롯해 1남 3녀 자식들 모두 내가 속한 집안엔 주식을 하는 사람이 없다. 아니 없었다. 살짝 정정하자면, 이제껏 없었고 2-3년 전 코인붐과 함께 집안의 몇 명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한 듯도 하다. 그리고 대학생인 조카 두 명이 학과 수업의 과제로서 몇 군데의 주식을 갖고 있다 한다.
주식으로 망했다, 그로 인해 자살을 했다.라는 뉴스 기사가 나올 적마다 부모님은 쯧쯧 혀를 차며 큰 소리로 얘기하셨다. '너네들 주식 절대 하지 마라.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손도 대지 마라. 큰일 난다.' 딱히 누구랄 것도 없이 네 자식들에게 통으로 알아들어라 하듯 말씀하셨다. 그리고 누구 하나 대답하지 않았건만 내 달팽이관은 초음파까지 잡는 능력이 있었는지 말소리 주파수에 꽤나 민감했었나 보다. 어릴 적 들은 부모의 한마디는 십 대 이십 대를 지나 삼십 대이던 시절까지 '주식 = 빚 = 집안 망함'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공식이 어느샌가 형성되어 있었다.
결국 나는 주식은 물론, 부동산이니 투자니 그 어떤 재테크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궁금해하지도 않았기에 누가 얼마를 벌었다거나 누가 얼마를 잃었다거나 관심 밖이었다. 무관심이었다. 주식이야기가 시작되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삼십 대가 된 이후 두어 번 관심을 가질 뻔도 했지만, 참았다. 그때마다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주식하면 망한다'라는 외마디 울림이 따라왔다. 거참 오래도 따라다녔지 싶다.
그런데 말이다. 무관심하려 오랜 세월 버텼건만 이제는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밀려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을 하지 않는다? 워런 버핏은 물론 우리에게 친숙한 존리의 말까지 더해져, 나의 생각에 무언가 크게 잘 못 됨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주식.
그 꽃 나도 한번 갖고 싶다.
어릴 적 무심코 듣게 되는 이야기들 그리고 어른들의 소소한 행동까지. 알게 모르게 정말이지 의외로 깊숙하게 우리의 무의식 공간에 들어와 자리하곤 한다. 그 무의식은 어른이 된 지금도 무언가를 결정지을 때 상당히 큰 영향을 휘두르기도 한다. 훅 떠오르는 그 생각 하나로, 인생 방향키를 잡고 삶이라는 진로마저 뒤흔드는 듯하다.
생각해 본다. 상상을 해 본다. 어린 시절에 나의 아버지가 존리였다면? 나의 어머니가 오프라윈프리였다면? 그랬다면 나는 또 당신은 달랐을까?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지금을 보내고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피식, 웃음이 나온다. 우선 생김새 상상이 안된다. 뭐 그렇다 치고 과연 내가 존리의 사고방식을 배워 주식 천재가 되었을까 싶고, 또 오프라 마냥 말주변이 엄청나게 뛰어났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무의식 공간에 다양한 영향을 받았으리라. 그렇지만 과연 그다음은 어땠으려나. 벗어난 생각 바로 고쳐 잡고, 내 부모에게 돌아가자.
저는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누가 그 미래를 결정하는지는 압니다.
오프라 윈프리 (Oprah Winfrey)
이십 대와 삼십대라는 어엿한 어른이라 일컫는 때. 머리회전이 될 만큼 되는 나이건만 그저 귀찮음에 그리고 필요성 없다 하며 나 몰라라, 방관을 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것이 무의식이든 의식이든 간에 관심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러한 이유로 아직까지도, 그 수많은 관심사 중 경제 뉴스란은 맨 마지막 순위에도 들지 못한다.
부모의 주식에 대한 편견으로, 혹은 주위의 지인들에게서 안타까운 모습을 보았기에 자식들에게도 손도 대지 못할 무서운 것으로 간주하게끔 만든 것이리라. 그 생각, 마음, 말씀 모두 이해된다. 이해하려고 한다.
다만, 아쉬운 건 이십 대의 삼십 대 시절의 그리고 지금의 나다. 어린 시절을 벗어난 이후에는 스스로 좀 더 다방면으로 사고를 해 봤어야 했다. 모든 것에 의구심을 품어야 했다. 더 생각하고 배우고, 깨닫는 사고를 해야 한다.
그렇다 해서 지금 당장에 주식 박사가 되어보자 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여전히 주식과 투자 그리고 부동산은 미지수의 세계이다. 하느냐 안 하느냐를 선택하고자 함을 떠나 알아는 두자, 싶은 생각이 크다.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가
당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투자다.
워렌 버핏(Warren Edward Buffett)
얕은 지식이나마 알아두도록 하자. 이십 대인 나에게 말하고 싶다. 배움에 있어 겁먹지 말고 환하게 반겨보라고. 삼십 대인 나에게 전하고 싶다. 어차피 궁금해할 거였다면, 알아야 할 거였라면 조금이나마 어린 그 시절 배워두는 게 좋지 않겠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