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말+오는 말 = 고운 말
엄마 화내는 말 같아.
나 안 할래.
부쩍 듣는 말에 민감해진 아들입니다. 등원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잠옷 바람으로,거실 바닥에 누운 채 미니카를 만지작거리고 있기에 언성 높여 한마디 했죠.
얼른 씻고 준비해야지, 이러다 늦겠어! 하고요. 이 정도면 양반이다 싶으며 얘길 했건만, 돌아오는 대답은 화내며 하는 말은 듣지 않겠다 합니다. 그리고선 콧노래까지 부르며 다시 하던 놀이로 돌아갑니다. 순간적으로 몹시 화가 났고 또 동시에 두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먼저, 한 템포 쉬어야 해 하고 빠르게 숨을 들이셨고 천천히 내 쉬길 두세 번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나니 두 가지 생각 중 어떤 것을 취할지 결정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한 생각을 따라보자 맘먹고 아이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아무 말 않고 잠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아들이 먼저 말을 걸어오네요.
"화내는 말은 나 듣지 않을 거야."
"...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인데 안 하고 있잖아."
"그래도 화내는 말은 싫어. 고운 말로 해야지. 엄마도 나한테 그러잖아, 예쁜 말 써라 고운 말 써라 하잖아"
".... 아들, 이제 준비하고 등원해야지? 씻고 옷 갈아입었어? 이렇게, 어때?"
"어, 좋아. 이제 화해하자."라며, 불쑥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합니다.
"화해하니 좋다. 그런데. 엄마가 꼭 해야 할 중요한 말이 있어."
"뭐? 빨리 준비하라고?"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 그런 게 더 중요한 게 있어. 조금 전 '화내는 말은 안 들을 거야!' 하고 말했을 때, 엄마기분이 많이 언짢더라. 아들도 엄마한테 원하는 게 있을 땐 꼭 부탁의 말로 친절하게 대해 주면 좋겠어."
"알겠어. 그럼 우리 둘 다 그렇게 하자. 서로 고운 말 하기! 어때?"
바쁜 아침 시간 그중 약 삼분 간의 짧은 대화로, 아들과 극적 평화가 이뤄지는 순간입니다. 맞잡은 손 위아래로 흔들고 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화장실로 가서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합니다. 꺼내놓은 옷을 갈아입고 어린이집 가방도 챙깁니다. 양말까지 다 신고선 '나 준비 다 됐어. 가자 엄마!' 하며 다시금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엄마도 화장 다 끝나가. 조금만 기다려줘, 하니 현관 앞에서 들릴락 말락 한 아이의 한마디가 들려옵니다. '엄만 왜 이렇게 맨날 늦는 거야'. 뒤돌아 즉각 대답하고프나, 결국 늦은 건 늦은 거다 싶어 내일은 내가 더 빨리 할 테다, 라며 홀로 무언의 다짐을 해 봅니다.
"지식을 얻으려면 공부를 해야 하고, 지혜를 얻으려면 관찰을 해야 한다." - 마릴린 보스 사번트(Marilyn vos Savant)
아들을 관찰하려 하니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는 듯합니다. 결국엔 더해져 삶의 지혜가 되는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