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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니아빠 Sep 26. 2024

어느 금융인의 감사편지_생존경제 1.

투자 좋아하는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

[2024년 9월]

[생존경제 레터 1. 내가 요즘 가장 열심히 투자하고 있는 분야]


  안녕하세요 김형용 팀장입니다. 신입행원 이후 긴 본사생활에 정말 서투른, 신입행원과 다름없는 저에게 중요한 금융거래를 맡겨주셨던 고객들께 레터를 드립니다. 원래 특정 상품을 가입하신 분들께만 드리려고 했으나 막상 현장에서 일해보니 그냥 믿고 거래해 주신 고객 분들 모두가 감사해 일단 마구 공유드리기로 했습니다. 원치 않으셨다면 사과드리고, 앞으로도 원치 않으신다고 답장 주시면 다시는 보내드리지 않겠습니다. ㅎ 본 레터는 3,6,9,12월. 1년에 4번에 걸쳐 쓸 예정입니다. 쓰고 싶은 주제가 많아 생존경제 레터와 금융 레터로 나뉩니다. 당연히 생존이 먼저고, 금융이 그다음입니다. 그래서 생존경제에 대한 레터 먼저 시작합니다.


 제가 요즘 가장 열심히 하는 투자 분야가 있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는 사실을 항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투자냐고요? 아니요, 이 투자는 제가 생각하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좋은 투자입니다. 사실 요즘뿐 아니라 꽤 되었습니다. 2020년 3월 중순, 코로나로 인한 금융시장의 패닉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어쩌면 대학시절 한 학기를 휴학하고 독거노인 봉사를 할 때부터 시작되었던 투자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이 투자를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여기서 잠깐 투자가 무엇인지 살펴봅시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일반적인 투자는 지금 현재 가진 자원을 미래의 수익을 위해 ‘던져 놓는’ 것입니다. ‘던지다’를 뜻하는 한자, 투(投)를 쓰는 이유겠지요. 뭔가를 던져놓으면 내가 던진 그 물체까지 다시 가기까지 그 물건은 쓸 수 없습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무엇인가를 던져놓는다… 직관적으로 매우 잘 만든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많이들 질문하듯 투기와 투자의 차이가 무엇이냐 이것이죠.


 많은 논란이 있고 답이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투자와 투기를 명확히 구분합니다. ‘당신이 무슨 권위로?’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벤저민 그레이엄, 버핏 선생님은 물론 최준철과 같은 국내 투자 대가들의 말씀도 수년간 숙고해서 내린 정의니 한 번 봐주기 바랍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투자를 정의합니다.


 "투자는 다음과 같은 조건 하에 이뤄져야 투자이며 아래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시키지 못하면 투기다.

  1)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2) 자기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실패했을 때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3) 실패에 대비한 장치도 미리 마련해뒀어야 한다.

  4) 실패했을 때 이후 어떤 조치를 취할지도 미리 계획이 세워져 있어야 한다."


  여기서 미래의 수익성, 혹은 가치는 당연한 전제입니다. 투자는 돈 벌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그렇죠. 그런데 왜 돈 벌려고 하죠? 잘 살려고 합니다. 잘 사는 건 뭔가요? 나 스스로 만족하고 풍부한 자존감 속에서 큰 부족함 없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잘 사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 목표를 위한 과정이 저 4가지를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원칙입니다. 다만 오히려 저 네 가지 원칙을 충족하면서 자신의 삶을 증진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 되든 투자라는 것이 투자에 대한 제 생각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가장 열심히 투자하는 분야인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는 사실을 항시 받아들이는 것’은 제가 세운 네 가지의 투자 원칙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첫 번째, 세상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나 자신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는 문장은 저에게 해당되는 문장입니다. 적어도 지금의 저는 충분히 괜찮은 상태라는 결론에 대한 확신에 다다랗고, 그것을 잊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한 투자로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말하자면 이 투자는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입니다. 충분히 괜찮지 않은 사람에게 괜찮은 것을 확신시키는 것은 그저 가스라이팅이죠. 그래서 여기서 살짝 저의 가장 중요한 투자 주제를 ‘자기 상황을 아는 것’이라고 보편화해 보겠습니다.


말씀드렸듯 이 투자는 세상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전제합니다. 그래서 세상 이야기를 좀 해봅시다. 의외로 세계의 수억 명은 현재 끼니 걱정을 하고 미래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현재만 살지 않았습니다. 늦어도 10만 년 전에는 호모사피엔스라고 이름 불리며 숱한 세월을 살아간 우리 인류의 역사를 통틀면 지금 인구보다 더한 사람들이 살다 갔습니다. 중위소득의 절반도 못한 소득으로 살아가는 삶을 ‘절대 빈곤’이라 부릅니다. 예를 들어 2024년 현재 우리나라의 1인가구 중위 소득은 약 220만 원인데, 1인가구가 110만 원 소득 이하의 삶을 영위한다면 그것을 빈곤이라 하고, 2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약 360만 원인데 2인가구가 180만 원 이하의 소득 갖고 산다면 그것을 빈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류사에서 전 세계의 귀족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인구는 물질적 조건에서 봤을 때 우리의 절대 빈곤계층의 평균보다도 못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다양한 책이나 문서들을 통해 많은 분들도 이미 알고 계시는 객관적 사실이니 이만 줄입니다.


그렇다면 절대 빈곤계층은 무조건 충분치 않은 걸까요? 글쎄요,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장애를 갖고 절대 빈곤 수준의 삶을 살면서도 감사함을 갖고 살고, 어떤 분은 풍족한 삶의 여건에도 가정폭력 등으로 불행한 삶을 살고 계시죠. 삶은 참 다차원적인 복잡계와 같아서 물질로서 이 모든 것을 판단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한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이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고 대답하지 못하는 삶이 그것을 기꺼이 대답하는 삶보다 낫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충분히 괜찮지 않다고 고백하는 삶을 두 가지의 바람직한 선택이 있을 뿐입니다. 건강이나 편안함을 포기하고 스스로 극복하려고 이를 악물어 노력하는 삶, 그리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남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삶. 나는 후자의 삶도 도움에 대해 감사함을 갖고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기 존엄만 갖춘다면 정말 훌륭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모든 사람이 어떤 분야에서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직업생활을 자랑하는 커리어 휴먼이 집안일을 잘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부모님 혹은 비용을 지불하고 가사 도우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겉으로 빛나보이는 삶도 어떤 측면에서는 한없이 무능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ADHD약을 복용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멀티태스킹에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지요. 그래서 은행 지점에서의 다양한 멀티태스킹, 그리고 다양한 서류 처리를 꼼꼼하게 하기 힘듭니다. 지적도 많이 당하고 이런 업무에서 실수도 더러 있지만 조직과 주변 사람의 도움을 염치없이 받아먹습니다.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며, 다른 방식으로 꼭 이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겠다 다짐하면서요. 힘들지만 이렇게 적당히 염치없는 것이 사람 사는 맛, 사람 사는 삶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삶은 또 한 편으로 저처럼 “지금 충분히 괜찮다”라는 고백을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첫 레터로 저의 이 투자를 소개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투자, 정말 쉽지 않습니다. 제가 앞서 진술한 명백한 사실은 사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들어 더더욱 널리 퍼지고 있는 사실들이기도 하죠. 남한 땅에서 그냥 태어난 것만으로 사실 전 세계적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소위 ‘금/은/동수저’ 중 하나라고. 그런데 정말 많은 이유로 잊습니다. 정말 일이 힘들어서. 자꾸 자존심을 깎는 한국 직장 조직 특유의 문화 때문에. 잘살아 보이는 사람들 혹은 수십억 도 우스워보이도록 만드는 매스컴 때문에. 그리고 그 외 수많은 이유들 때문에..


그래서 늘 실패가 뒤따르고 실패가 일상적입니다. 그런데 이 투자는 신기하게도 돈이 들지 않아 재물에서 낭패를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패의 가능성을 늘 인정하고 감당 가능한 자원만 투입해야 한다는 두 번째 원칙을 그저 철저히 고민하고 공부하는 것만으로 충족합니다. 또한 실패에 대한 장치와 실패 이후의 계획 역시 지속적으로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한다는 것으로 충족합니다.  

 

그리고 이 투자는 반드시 검소함을 불러옵니다. 차를 사더라도 2년 차 아반떼 하이브리드 중고차가 15년 전의 비엠더블유 소형 세단 신차보다 훨씬 좋다는 여러 객관적/주관적 요소들을 주지하게 해 비싼 차가 아니더라도 감사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여러 어려운 여건에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단출한 식사에도 감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실패하더라도 저축을 더 많이 할 확률을 매우 높여줍니다. 개인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가장 보편적인 저축과 목돈 마련 노하우는 이렇게 자신이 생각한 최소한의 물질적 삶에도 감사하게 살고, 그 최소한의 기준점을 낮추는 삶의 철학을 성숙시켜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 안주하고 도전을 멈추게 만드는 ‘셀프 가스라이팅’ 아니냐고.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의 삶이 지금도 충분하다는 생각은 가장 도전적인 삶으로, 도전 과정 자체가 행복한 삶으로 스스로를 이끌 수 있습니다. 저는 코로나에서의 패닉 상황에서 “난 지금으로 충분하다.”는 고백을 통해 금융인으로서 전재산을 금융시장에 투자해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렇기에 제 전재산을 저에게 금융에 대한 도움을 청할 언젠가의 누군가를 위한 R&D로 활용해 여러 위험 상품에 투자하며 금융시장의 풍파 속에서도 평화롭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힘든 업무 상황, 적성에 맞지 않는 여건 속에서도 지금 업에 대해 진지함을 가지며 자존감과 자부심, 그리고 희망을 가지며 금융인으로서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품 안에서 잠든 아기를 바라보며, 그리고 그 아가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일 때마다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 맛있는 음식이라는 게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매일의 끼니 혹은 만원 내외의 생선구이 백반 한상, 그런 것들입니다. 그래서 더 작고 소소한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려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을 하면 저는 그냥 '은행원 아빠'를 넘어 '우리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더 낳게 하는 사회인'으로서 우리 아이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기도 합니다. 제 은행원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계속 그런 은행원으로 살 거고 혹여나 은행원을 그만두더라도 그러한 삶을 도전적으로 살아갈 생각입니다. 이 투자는 저에게 가장 중요하고 가장 대단한 투자입니다.


그리하여 저의 투자는 더 많은 저축, 더 많은 몰입,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 투자를 저를 믿고 저에게 기회를 주신, 소중한 분들께 공유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큰 스승으로 모시는 역사적 인물은 세 사람입니다. 존 템플턴, 예수님, 부처님. 그중에 존 템플턴은 생소할 겁니다. IMF 당시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큰돈을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수십 년의 세월 꾸준히 매우 우수한 수익률을 올린 펀드매니저입니다. 이 분에 대한 책들이 읽는데 그냥 제가 다음과 같은 몇 개의 문장으로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늘 감사하려고 노력하라. 감사하다 보면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 열심히 살다 보면 돈을 벌게 될 것이고, 감사한 삶 속에서는 함부로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축이 쌓일 것이다. 그 재산을 더 나은 세상과 미래를 향해 도전적으로 투자하라. 이미 감사한 재산이니 조금 잃어도 우리는 괜찮을 수 있다. 건전한 마음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고 투자를 이어가다 보면 부를 이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부를 어려운 사람과 나누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


 12월에는 제 본업, 금융에 대해서 첫 레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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