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자랑, 자식 자랑

관계의 거리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by 초바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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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커뮤니티의 자유 수다방에서 한 엄마의 고민 글을 읽었습니다.

“남편 자랑,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 친구가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였어요.
짧은 글이었지만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고등학교 동창 L이 떠오릅니다.

언젠가부터 돈 자랑, 남편 자랑, 자식 자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이 피곤하게 느껴졌는데,

L을 만나면 항상 그랬습니다.

남편의 연봉 이야기, 아이의 성적표 이야기, 어디 집값이 뛰었는지, 얼마를 벌었는지,

때로는 시댁에서 받게 될 재산까지.

만나면 늘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 같았습니다.

말은 계속 흘러가는데, 제 마음은 점점 그 자리에서 멀어져 갔지요.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여고 동창생 4명의 모임,

아이와 남편 이야기 말고도 각자의 생각과 마음에 대해 말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거든요.

헤어지고 나면 더 많이 다독여주지 못해 아쉬웠던 모임 후에

언젠가부터 뭔지 모를 찝찝함이 남았습니다.


어느 날 남편 자랑을 또 시작하기에 무심히 말했습니다.
“오늘부터 남편 자랑은 탁자 가운데 만 원 내고 시작하자.”

그 말에 L은 잠시 멈칫했고, 그날따라 신기하게 자랑이 쏙 들어갔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수년째 만나지 않고 지내고 있네요.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기에도 인생은 모자라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인생은 짧습니다.
내 기운을 빼앗아 가는 사람을 덜 만나는 것,
그것이 짧은 인생을 조금 더 길게 늘이는 법이 아닐까요?


자유 수다방에 고민을 남긴 엄마에게 용기 내어 댓글을 남겼습니다.

'보기 싫고, 듣기 싫은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친구를 만나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좋은 이야기만 나누기에도 시간은 부족합니다.

그 친구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만남의 횟수를 줄여보세요,

시간이 흐르면 자랑할 거리도 자연스레 줄어듭니다.'


요즘 저는 이런 마음을 품고 삽니다.
아이의 성적이나 남편의 연봉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세상 말고,

아이와 눈을 맞추며 하루를 사랑으로 채우는 사람,
부모가 생각나서 연락한 아이에게 환하게 웃으며 대답해 주는 사람,

서툴러도 서로를 위하며 사랑하며 사는 부부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살아가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랑 대신 '마음'을 나누는 이 따뜻한 공간에서

비교 대신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는

각자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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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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