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선택이 만든 추억

딴짓이 만들어준 따뜻한 이야기

by 초바샘


딴짓은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고,
그 일을 어느 장소에서 할 때 가장 좋아하는지,
그때 내 표정과 느낌은 어떤지,
그 모든 과정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내 아이가 언제나 즐겁게 딴짓을 할 수 있게 돕자.
이것이야말로 가장 근사한 꿈 교육이며, 진로 상담이다.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 김종원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 취미는 뭐였어요?"

아이의 질문에 생각해 봅니다.


딱히 생산적인 취미는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어렸을 때 TV 만화를 자주 봤고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빌려보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말하며

조금은 머쓱해졌습니다.


남편은 친구들과 운동을 많이 했다고 하네요.

특히 농구를 많이 했고 별다른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딴짓'도 해본 사람이 하는지

하나에 푹~ 빠져서 한 딴짓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우리 가족이 함께한 '딴짓'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늘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살아왔던 저는 엄마가 되면서 '딴짓'을 고민하는,

'딴짓'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나 봅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딴짓이야말로 내 아이를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내 아이의 다양한 가능성의 씨앗을 뿌리는 근사한 꿈 교육의 현장이죠.


우리 가족이 함께한 딴짓, 병아리를 부화시키려고 애썼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6년 전 어느 날, 시장 구경을 갔다가 유정란 두 판을 사 왔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정란과 유정란을 설명하는데

"그럼, 여기에서 병아리가 나오는 거예요?"라는 아이의 말에

"글쎄, 이거 유정란이 아닐 것 같은데?"라고 남편이 대답했습니다.

유정란이라고 하기에 달걀 두 판의 가격이 너무 쌌거든요.


남편의 말에 순간 속으로 발끈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시장 어른들을 믿지 못할 사람들로 만드는 것만 같았거든요. 시장 사람들이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남편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반신반의하면서 "당연히 나오지~ 키워볼까?"라고 말했어요.

닭 부화시키는 법을 검색하여 아이들과 함께 수동 부화기를 만들었습니다.

다음 날 자동 부화기를 가지고 있는 지인에게 부탁하여 부화기를 빌려왔습니다.

수동 부화기에 하루 둔 7개의 유정란을 부화기 안에 가지런히 놓았습니다.


시장 사람들은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과연 우리 집 유정란들은 부화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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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수와 똑같이 다섯 마리가 부화했습니다.

가족들이 한 마리씩 이름을 정해주었는데 큰아이는 해리포터 팬이라 해리,

둘째는 건강하게 나오라고 건강이, 셋째는 병아리가 따뜻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햇살이라고

이름 붙여 주었습니다. 상상력 없는 엄마와 아빠는 삐약이, 삐삐약이가 최선이었답니다.

그중 해리와 햇살이만 살아남아서 우리 가족과 오랜 시간 함께 했습니다.


아파트에서 어떻게 병아리를 키울까요?

조금 더 자란 두 마리의 병아리 해리와 햇살이의 집은 발코니를 반 막은 곳이었습니다.

답답해할까 봐 매일 먹이는 거실에서 먹이고 뛰어다니게 했어요.

조금 자라서는 아파트 단지를 산책시켰습니다.

아파트의 작은 풀밭을 뛰어다니던 해리와 햇살이가 행복해 보였던 것은 저의 착각이었을까요?

상자에 담겨 산책 나온 해리와 햇살이는 어느덧 아파트 단지 내의 유명 인사가 되었어요.


해리와 햇살이와의 행복했던 추억과 함께, 병아리가 닭이 되면서 했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닭장에서는 지독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요. 닭이 발코니에 있으니 방충망 사이를 뚫고 똥파리가 들어왔는데, 아파트는 닭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많은 고민 끝에 친정아버지가 아시는 친구분 댁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딴짓에 대한 기억들...

닭과 달걀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해리와 햇살이 입니다.

올겨울에도 즐거운 딴짓으로 추억거리를 더 만들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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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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