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꼭 1등이어야 하나요?

성적표보다 넓은 아이의 삶을 위하여

by 초바샘

학창 시절, 부모님은 제 성적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시험을 잘 봤다고 크게 칭찬하지도, 못 봤다고 크게 나무라지도 않으셨죠.

“중간만 하면 된다.” 부모님이 자주 하시던 말입니다.


그 말 덕분에 결과에 조급해하지는 않았지만, 기대하지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기대가 없다는 건 무심함처럼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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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무심함이 서운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아이를 낳으면서 저는 ‘내 아이는 특별한 아이로 키우겠다’는 욕심을 품었습니다. 조금 일찍 걷고, 조금 빨리 말하는 것에 엄마인 제가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고, 또래보다 앞서는 모습을 보며 괜히 제 공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죠.


아이를 키워본 분들은 아실 거예요.
무엇이든 될 것 같은, 무엇이든 잘할 것 같은, 그 벅차고 따스한 희망의 시절을요. 그리고 아이가 커가면서 평범하게 수렴해 가는 것을 느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 역시 “우리 아이는 1등으로 클지도 몰라” 라며 자만을 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등’이 치러야 하는 긴장감, ‘모범’이 요구하는 타율성에 비해 ‘중간은 풍요하고’,
‘꼴찌는 편안하며’, ‘쪼다는 즐겁다’는 역설도 자기 합리화라 단정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진실을 담고 있다.”

신영복 선생님의《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지낸 10년 동안 저는 ‘1등’을 지키는 아이들의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조금의 실패도 용납 못 해 스스로를 괴롭히는 아이, 자신의 기준에 맞추라며 친구들을 힘들게 하는 아이, 선생님의 지시 없이는 시작조차 어려워하는 아이…


반면 ‘중간’ 아이들은 성공할 때도, 실패할 때도 있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습니다.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실패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 친구들과 비슷한 눈높이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그 여유로움이 오히려 아이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음 편한 꼴찌도 있죠. 자신이 즐거우니 다른 친구들의 삶도 즐거울 것이라 믿는, 그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


저는 이제 압니다. 아이에게 1등은 선택일 뿐, 필수는 아니라는 것을요. 1등을 하는 동안 무엇을 잃을 것인지, 1등을 신경 쓰지 않는 대신 무엇을 얻을 것인지, 그 선택은 결국 각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을 보며 저는 놓치기엔 아까운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그래서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저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그보다 아이의 천진난만함, 호기심, 세상을 향한 개방성을 지켜주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일 필요도 없고,

경쟁 속에서 지칠 필요도 없다는 걸 아이 스스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다른 아이의 성장이 아니라 내 아이의 리듬과 속도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 제가 선택한 방법이었습니다.


1등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자기 길에서 성장하고, 자기 방식으로 특별함을 만들어가면 됩니다. 그것이 결국 아이의 평생을 지탱해 줄 가장 단단한 성공 아닐까요?



작은 하루를 쌓아간 도토리는 참나무가 된다.

-초바샘(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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