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8) 걸어온 길, 나아갈 기
달리기를 할 때 목표 거리의 반보다 조금 더 지났을 때 속도가 붙습니다.
몸이 풀리면서 움직임에 익숙해지고, 뛰어야 할 거리가 뛴 거리보다 짧아지면서
결승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희망에 몸도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지금 딱 그 지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오늘이 백일 동안 백장의 글을 쓰기로 결심한 지 56일째 되는 날이거든요.
백일백장에 두 번째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루 한 편의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이 첫 번째 백일백장이었습니다.
어떤 문장으로 시작할까 키보드 앞에서 망설이는 날도 많았습니다.
하루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이게 뭐라고...' 하며 놓아버리고 싶은 날도 있었어요.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의 발행 버튼을 누르고 나서 의기소침해진 날도 있었죠.
하지만 백일이 지나자
글쓰기는 ‘해야 할 일’이 아닌 '하지 않으면' 찌뿌둥한 일이 되어 있었습니다.
몸이 풀리듯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하루의 리듬이 되어버린 것이죠.
하루 한 편, 무엇이라도 쓰지 않으면 오히려 무언가 빠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백일이 지나서 완주의 기쁨을 만끽했지만
기쁨은 잠시 스쳐간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쓰지 않으면 허전했던 마음은 금세 잊혔습니다.
혼자도 써볼 수 있겠다는 호기로움 무색하게도
하루 한 장 쓰기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이 되어버린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백일백장을 신청했습니다.
두 번째는 조금 더 쉬웠습니다.
몸속 어딘가 남아있던 글쓰기 DNA는 다시 리듬을 찾았습니다.
리듬을 찾은 자리에 동기님들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다는 여유가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백일백장은 쓰기보다 읽기에 더 힘을 들일 수 있었습니다.
쓰기 위해 읽다 보니 쓸 거리가 보였고,
글벗님들의 삶과 글이 연결되니 읽기가 재미있어졌습니다.
읽기가 재미있는 만큼 쓰기도 수월해지더군요.
'쓰려고 읽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직 백일의 끝은 오지 않았지만
반보다 조금 더 지난 지금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글쓰기는 의지만으로 이어지는 일이 아니라,
함께 읽고 쓰면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갈 때
비로소 계속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속도가 붙은 글쓰기의 리듬을 믿고
남은 거리는 조금은 천천히 걸어가 보려 합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글벗님들의 글 주위를 둘러보며,
때로는 물도 마시면서 건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남은 날을 지내보려고 합니다.
결승점에 도달했다는 사실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글쓰기 리듬 속에서 글벗님들의 글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음미하며
함께 읽고 썼다는 사실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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