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 전 골든타임, 배낭을 멘 소신(2)

빠른 수학 진도 앞에서, 우리는 잠시 다른 길을 선택했다

by 초바샘


중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고등학교 과제를 해야 하는 아이를 보며 걱정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수학이었습니다. 아이가 입학할 고등학교는 수학 진도가 다른 학교와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1학년 1학기에 수학(상), 2학기에 수학(하), 2학년 1학기에 수 I , 2학기에 수 II, 3학년에 확률과 통계, 미적분 등의 선택과목을 공부합니다. 아이가 가게 된 고등학교는 1학년 1학기에 수학(상)과 수학(하)를 한 번에 배웁니다. 1학년 2학기에 수 I을 2학년 1학기에 수 II를, 2학기에 미분적분 등 선택 과목을 합니다. 그렇게 하면 3학년 때 수능 시험에 집중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중학교 1학년 6월까지 예체능 입시를 준비했기에 수학은 선행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입시 방향을 바꾼 후부터 시작한 수학 공부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수학(상)과 (하)의 기본까지였습니다. 그동안 학교 진도 대로 개념을 탄탄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담담했던 엄마는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때도 수학 과목에서 실수가 있어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아이가 여러 과목을 공부하며 수학까지 잘 따라갈 수 있을까? 현행에 집중하면 된다는 내 생각이 맞았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정보가 없으면 불안한 법입니다. 그동안 다녔던 학원에 두 달간 빠르게 수학 I 을 한 번 볼 수 있을지 바로 문의했습니다. 2년여 다닌 학원에서는 따로 해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부러 고등반까지 있는 학원을 보낸 건데 막상 고등부 수업을 따로 빠르게 해 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네요.

아이가 동네의 내신대비 학원으로 간 건 이유가 있었습니다. 발레를 그만두면서 진로를 바꾼 아이에게 수학은 중요한 과목이었습니다. 학교 진도대로만 공부하고 있던 아이의 빈 시간을 채워주기 위해 지인이 추천해 준 수학 학원에 무작정 보냈습니다. 그 학원은 입시를 위주로 빠르게 진도를 나가는 학원이었고 아이는 힘에 부쳤는지 고등학교 수학 진도를 들어가던 그 겨울, 학원 앞에 데려다주었지만 학원에 들어가지 않고 주위를 뱅뱅 돌았습니다. 아이가 학원에 오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고 생각했습니다. ‘학원의 과정이 아이에게 버거웠던 거구나.’ 아이와 이야기해 현행에 충실하다는 동네 학원에 보냈습니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시점, 아이가 선택한 고등학교의 수학 진도가 다른 학교보다 빠르다는 사실 앞에서 그 전의 나의 선택이 맞았나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자식의 일은 그런 것 같아요. 아이 대신 살아줄 수는 없어도 아이 대신 예측해서 조금의 힘듦이라도 없게 해주고 싶은 것, 그게 안 될 때 미안하고 괜스레 미안해지는 것입니다. 아이가 감기만 걸려도 이불을 덮어주지 않은 내 잘못인 것 같고요.

첫째 아이는 강제로 대형학원이라는 곳으로 학원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한 달여 수업을 듣는 동안 고입 전 성적을 위한 골든 타임이 우리 가족만의 시간을 나눌 골든 타임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 겨울에 아이 졸업하면 멀리 여행을 갈 거야.”라던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배낭을 메기로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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