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 공부는 시작됐지만, 엄마의 선택은 달랐다
주말 아침 중학교 3학년이었던 큰 아이가 기지개를 켜며 방에서 나왔습니다. 기말고사 전 마지막 주말이라 더 공부하고 잔다는 말에 먼저 잠들었었는데, 일찍부터 거실로 나온 것이 의아해 물어보니 초췌한 모습을 한 아이는 전 날 밤을 거의 새웠다고 합니다. 가서 자라는 말에 도서관에 가서 마저 공부를 하겠다고 해요. 참 기특했습니다. 시험 점수가 지난 시험보다 떨어졌지만 열심히 했으면 됐다고 생각했어요. 아이에게도 그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시험이 끝난 후 우연히 아이 핸드폰과 연동된 자녀보호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하다가 아이가 도서관에 간 주말 꽤 오랜 시간 핸드폰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빠져서 졸린 것도, 해야 할 공부도 잊었던 것이었어요.
평소에 연동된 애플리케이션은 ‘지켜보고 있다.’라는 신호이자 으름장 놓기 용이었고, 매일 확인하는 꼼꼼한 엄마는 아니었어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느낌이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에 올라와서야 스마트폰을 사용했고 몇 번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으로 만화 등을 본 적은 있지만 다음 날 힘들다는 것을 경험한 후에는 스스로 하지 않는 아이였기에 시험 기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라 시험공부를 하지 않을 줄을 몰랐습니다. 아이에게 물으니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답니다. 다음 날 시험 생각은 나지도 않더래요. 그 경험이 아이의 고등학교 선택을 바꿀 줄 그때는 몰랐습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기숙형 고등학교의 선배들이 학교 홍보를 나왔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등학교랍니다. 아이는 고등학교 시절에도 스마트폰 사용을 절제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저도 처음 들어본 학교에 가겠다고 하였습니다. 집에서 꽤 먼 곳에 위치한 학교였지만 아이가 원하는 곳이라고 하니 입학 설명회, 학교 투어를 신청해서 아이와 다녀왔습니다. 커리큘럼이 좋았고 공기 좋은 산속에 위치한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선택한 학교였으니 큰 문제가 없으면 보냈을 거예요. 게다가 6인 1실의 협소한 기숙사를 견학하고도 3년을 생활할 수 있다는 아이의 말에 학교에 원서를 넣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원하던 고등학교에 합격을 했고, 오리엔테이션 날 국어 문제집 3권과 읽을 책 목록, 수학 문제집 1권, 영어 문제집 1권을 숙제로 받아 왔습니다. 합격과 동시에 고등학교 공부가 시작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