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3월 끝에서 배운 것들

서툴지만 진심으로 배운 생활인성부장업무

by 초바샘


“네? 제가 생활인성이요?”

14년 차 교직 생활에서 처음으로 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나이 서열 세 번째였던 저는 후배 교사들에게 일을 미루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장을 맡으라고 했더니 못하겠다고 울어버렸다는 50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언젠가 부장을 해야 할 상황이 오면 “제가 할게요!”라고 하겠다던 다짐이 50대가 되기 전에 이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학교에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김 부장과는 다른 차원의 부장이 있습니다. 대부부의 사람이 교장, 교감 선생님이라는 말보다 흔하게 듣지 못했을 단어, 보직 교사. 학교에서는 보직 교사를 “부장님”이라고 부릅니다.


초등학교에서 보직 교사는 학년 업무와 기능 업무라는 직무를 맡는 교사입니다. 수업과 행사 등 학년 교육과정에 대한 업무가 학년 업무, 수업 이외의 교육에 대한 일들을 총괄하는 것이 기능 업무입니다. 규모가 작은 학교에서는 학년 교육과정과 기능 업무를 한 명의 보직 교사가 맡으며, 규모가 큰 학교에서는 학년 교육과정 보직교사와 기능 보직교사를 각각 다른 사람이 맡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19학급의 학교로 교무, 연구, 생활인성, 정보, 체육, 문화예술, 6학년 업무의 총 7개의 기능 업무 부서가 있으며 각 부서의 보직교사가 있습니다. 6학년 업무에 전담을 맡은 부장님과 교무 부장님을 빼고는 한 사람이 기능 업무와 각 학년의 업무를 모두 맡았습니다. 교무, 연구 부서를 제외한 기능 부서의 명칭은 각 학교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2학년 담임으로 2학년 교육과정과 생활인성 업무 겸임 부장입니다.

생활인성 부장은 인성교육, 생활 안전, 학생 자치회, 학교 폭력, 교권 보호 등을 전반적으로 관리합니다. 원래 저학년을 많이 가르쳤기에 2학년 학급 경영과 교육 과정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생활인성 업무는 처음이라 부담 백배! 교육 과정과는 다른 차원의 막막함이 있었습니다.


부장이 아닐 때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기획 위원회 회의에 들어가는 것이 부장의 가장 큰 일로만 보였는데, 부장이 되어 직접 업무를 해보니 회의는 하기 싫은 소소한 일 중에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내가 맡은 업무를 하면서 계원 선생님들의 업무도 살피고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교직원 메신저로 업무 알림 메시지를 드립니다. 수시로 올라오는 문서를 결재하기기 위해 업무포털에 더 자주 들락거립니다.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와서 업무를 시작해도 해야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하고 내일의 나에게 전달한 적도 많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일에 대한 독촉 전화나 메시지를 받고서야 생각난 일을 처리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업무만 있다면 시기별로 할 일을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을 텐데 생활인성 쪽 업무는 갑작스럽게 닥치는 일이 많습니다. 잘 자고 일어나서 학교에 출근했는데 다른 지역 학교의 선생님께 연락을 받고 공동 학폭을 처리하게 된 일, 수업을 상습적으로 방해하고 담임 선생님을 발로 찬 아이와 선생님의 상황을 살피며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가던 일, 학생생활규정에 중요한 내용이 누락되어 있다는 컨설팅을 받고 규정개정 심의 위원회를 열어서 학생생활규정을 명칭부터 수정하여 개정한 일, 학교 내 시설 안전사고로 모두 안전하게 생활할 방법을 고민한 일 등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일들을 처리하는 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 반 학생들의 학습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고민했던 시간들,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나 혼란스러웠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괜찮아. 내일은 조금 더 차분하게 일을 해낼 수 있을 거야. 수고했어, 오늘도.”


늦은 퇴근길 홀로 서서 스스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곤 했습니다.

업무의 흐름을 알고 나면 갑작스러운 사건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업무는 바꿔 말하면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운이 좋으면 모르고 한 해를 넘길 수도 있는 일이죠. 시기별로 꼭 해야 할 업무를 계절마다 하나씩 처리해 나가다 보면 갑자기 생기는 일들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나만의 업무 근력이 생기는 거죠. 지금은 하려고 하는 마음 하나면 충분합니다.


좌충우돌 두 번의 3월을 보내며, 이제는 생활인성 업무에 대해 누군가 물으면 대답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업무를 맡게 된 선생님, 이 업무에 대해 평생 모르고 싶었지만 알아야만 하게 된 선생님께 이제는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알고 나면 그렇게 두렵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요.


경기도 어느 초등학교에서 생활 인성부장을 맡고 막막해 하고 계실 선생님께 이 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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