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건

by 백목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다. 예전에 별걱정 없이 살았을 땐 남들이 나에게 힘들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게 참 고마웠다. 내가 그 정도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해 줬으니까. 그런데 막상 내가 힘들어서 누구에게 이야기해야 하나 찾아보니 딱히 없다고 느꼈다. 있긴 한데 너무 친한 친구들, 부모님, 직장동료. 털어놓기 힘든존재들만 가득했다. 내 마음을 털어놓고 그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기에. 털어놓을 수 없었다. 용기 내어 털어놓은 한마디가 얼마나 그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알고 있다. 정말로 털어놓은 내 고민에 진심으로 이입하면 정말 그 사람도 힘들어지는 걸 안다. 더군다나 그 힘듦을 같이 짊어질 용기조차 없다면, 털어놓는 게 의미가 없다. 친구에게 한 번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진심으로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내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 더 똑같은 고민, 조금은 다르게 이야기를 하면, 결국 지친다. 상대도. 나는 다시 가면을 쓰기로 했다. 괜찮아진 척, 이젠 별거 아닌 척, 행복한 척 가면이 가면을 쓰고 내 진짜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언젠가는 나에게 진심으로 힘든 이야기를 한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이 너무 소중해서 다 안고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그냥 편한 사람. 분명 나는 고통을 나누어 받았는데? 나눠준 게 아니라 대부분을 나한테 넘긴 건가? 왜 저 사람보다 내가 더 힘들지? 내 일이 아닌데? 이런 생각들을 했다. 내가 안아버린 고통은 이제 내 것이 되어버렸다. 예전엔 이런 적이 없었는데... 그냥 상대가 마음 편하게 들어주기만 하고 내가 받아준 적은 없는데. 그저 짐을 편하게 들어주기 위해 손을 뻗기만 했지, 떠넘겨 받은 적은 없었는데....

그 사람도 떠넘길 생각은 없었을 거다. 내가 뺏은 거다. 그 고통을.


내가 놔버리면 다시 그쪽으로 고통이 전달될 텐데... 그래서 난 놓지 못한다. 내손으로 이어받은 고통은 내가 짊어지고 있다.


내 것도 아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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