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인생의 가장 못났던 나

by 백목이

글쓰기를 멈춘 지 약 한 달이 되어갔다. 이 한 달 동안 되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동안 차마 버릴 수 없던 물건들, 추억, 기억 온전히 버리기 시작했다. 한순간이었다. 그러자고 마음먹은 것이. 그냥 이젠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랬다. 애써 부정해 왔던 시간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홀가분했다. 약속을 한 적이 있다. 너와 헤어저도 너랑 나누었던 추억은 평생 못 버릴 것 같다고. 하지만 그 말과 나의 헛된 희망들이 반년이 넘는 시간을 나를 괴롭히던 것이었다. 버리고 나서 알았다. ‘ 내가 스스로 나를 아프게 하던 거였구나. 그 사람이 날 괴롭힌 게 아니라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은 내가 문제였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일상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좋은 형들, 누나들, 동생, 친구. 내 인생은 원래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었다. 그렇게 혼자 남겨진 8개월은 헛되지 않았다. 원래 나를 찾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조금 더 다가가보고 싶은 사람도 생기게 되었고, 우연히 8년 전 알게 된 동생과 같은 동네인 것도 알았다. 가끔은 생각이 안 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젠 정말 거기까지이다. 예전엔 궁금하면 찾아보았고, 뒤 저 보았고, 혼자 슬피 울었다. 하지만 이젠 그럴 때마다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갔다. 드디어 내가 된 거 같았다. ‘ 그럴 수 있지’라고 넘기던 내가 드디어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멍청한 내 뒤에서 언제 꺼내줄까 기다리던 내가 나왔다. 올해가 겨우 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6개월을 너무 허무하게 써버려서 남은 5개월은 정말 의미 있게 살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힘주면서 살진 않을 것 같다. 이젠 힘을 주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걸 깨달아버렸기에. 그냥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6개월을 그대로 지내면서, 나에게 스며든 내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게 좋을 것 같다.


나에게 편지 한 장 남깁니다.


-나에게-


그동안 참 미안했어. 괴롭게 해서 미안해. 너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을 텐데, 외롭게 하고, 힘들게 하고, 살고 싶지 않게 만들고, 겨우겨우 하루를 버티게 살게 해서 미안해. 이제는 그렇게 두지 않을게. 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줘. 네가 가장 잘하는 것 있잖아ㅎㅎ. 그냥 대충 살기. 힘 빼면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기. 그게 나였으니까. 너의 25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그 순간, 그 계절을 즐기고, 너의 옆에 있는 사람들과 재밌게 지내면 그게 행복이잖아. 너무 힘주면서 살지도 말고, 올해는 감정 쓰는 걸 조금만 덜 해보자. 네가 가장 못하는 거 알고 있어. 누군가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그게 누구든 마음을 있는 힘껏 쓰게 되는 너. 이젠 너한테 있는 힘껏 마음을 써봐. 네가 가장 좋은 사람이니까. 내가 좋은 사람이니까 항상 좋은 사람들만 옆에 있는 거 아니겠니ㅎㅎ. 여기서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도 하지 말고, 네가 마음 내키는 만큼만 하도록! 지금처럼 운동도 틈틈이 너의 스케줄대로 하고, 친목도 다지고 싶을 때 나가고, 술도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사진도 열심히 찍고! 누가 인정 안 해도 내가 인정하니까. 내가 좋은 사람이지 누가 좋은 사람이겠니. 버텨줘서 고마워. 여기까지 오느라 많이 지쳤을 텐데 용기 내줘서 고마워. 묵묵히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혹여 나중에 또 가장 보고 싶지 않은 내가 튀어나와 시간을 허무하게 쓴다면, 이번엔 지금보단 조금만 쓸게. 네가 혼자 너무 오래 묵묵히 내 안에서 기다리지 않게 할게. 남은 5개월 재밌게 지내자 우리. 고마워.


- 인생에서 가장 못났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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