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흘러가는 데로

대충 살자

by 백목이

흘러가는 대로…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20대 중반까지 살면서 나는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에 집중했다.

인생의 길을 바꾸려고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공부를 열심히 한 적도 있었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직업을 가지려 애써보기도 했다. 떠나가는 사람을 잡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흘러가는 인생을 억지로 틀기 위해 했던 행동들은 나를 기쁘게 하진 못했던 것 같다.


‘그냥 흘러가게 놔둘걸.’

이런 생각도 조금 하게 되었다.


원하는 대학도 결국 눈앞에서 놓쳤고, 공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들인 노력은 모두 면접 앞에서 사라졌다. 나를 멀리하려는 사람도 결국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흘러가는 인생에 전부 반항했던 것들이, 지금 생각해 보면 죄다 헛짓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 땐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열심히 하며 지금까지 친한 친구들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여자친구도 생겼다.

그런저런 대학을 나와서도 나와 결이 다른 친구들을 만나 다른 나를 발견했고, 공기업에 떨어진 이후엔 그냥 마음이 시키는 일을 택했다.

지금은 어느 중소기업에 들어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며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도 단 하나, 거슬리는 게 있다.


‘내가 지금 떠나간 그 사람을 그냥 흘러가게 두는 건지,

아니면 아직 바꾸려는 중인지 모르겠다.’


마음은 붙잡고 있지만, 머리와 몸은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으니까.


나는 대중적으로 나와 있는 자기 계발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결국 다 똑같은 이야기다.

사람은 각자 다 다른데, 왜 다 똑같은 행동 패턴을 하면 성공한다고 말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고, 내가 보고 느낀 것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고 대조하면서 앞길을 정한다.

자기 계발서는 ‘내가 잘 가고 있는 건지 점검하는 책’ 같다.

그 안에 있는 내용 중, 내가 평소 하는 행동과 비슷한 게 하나라도 있다면 ‘잘 가고 있는 거다’라는 확인용.


“연연하지 마라.

스스로 깨닫고 실천해 보는 게 가장 습관 들이기 쉽다.

물어보지 마라. 깨달아라.

네가 하는 게 맞는 길인지만 물어봐라.

가는 방향을 물어보지 마라.”


이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맞는 길이 아니라고 해도, 억지로 다른 길로 틀어서 가지 마라.

그게 더 꼬인다. 그냥 가라.

끝을 보고 와라. 그래야 다시 안 들어가니까.


지금 하고 있는 이 글쓰기가, 내가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삶의 가장 좋은 예시다.


어렸을 때 나는 글 쓰는 걸 정말 싫어했다.

연필로 글을 쓰는 건 손도 아프고, 생각도 많이 해야 하니까.

머리를 쥐어짜서 문장을 만들고, 글을 짜내야 하는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국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또, 책 읽는 건 좋아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진짜다.

책도 꼭 내가 원하는 것만 골라 읽었다.

부모님이 사다 주신 자기 계발서나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되는 추천 도서 같은 건 아예 보지도 않았다.

그 시간에 차라리 좋아하는 소설이나 만화책을 읽었다.

그게 재밌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독서하는 습관이 생겼다.


싫어하는 걸 억지로 습관으로 만든다는 건,

내게는 금연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그만큼 강한 의지가 필요하니까.

나는 그런 의지가 부족했다.

나에게 동기가 없으면, 끌리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았다.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기도 하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책은 계속 읽었다.

그때그때 필요하고, 끌리는 책들을 읽었다.

처음엔 힐링이 필요해서 에세이를 읽었고,

군대에선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소설을 읽었다.

졸업 시즌이 다가왔을 땐 인간관계 책을 읽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처럼 ‘내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책은 항상 곁에 있었다.’


아무리 유튜브 시장이 발달해도,

책이 주는 깊이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책은 더 진정성 있고, 생각을 깊게 하게 만든다.

나는 이렇게 비교한다.


유튜브 = 인스턴트 음식,

책 = 슬로푸드.


유튜브도 잠깐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진짜 ‘잠시’ 일뿐이다.

책은 읽다가도 중간에 문장 하나에 멈춘다.

생각이 끝나기 전에는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같은 주제를 다뤄도 유튜브는 몇십 분이면 끝나지만, 책은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남들에게 책 읽는 걸 강요하지 않는다.

나도 안다. 흥미 없는 책을 읽으라고 하는 건,

수면제를 처방하거나 라면 받침대를 하나 더 사라고 말하는 거니까.

그냥, 살면서 궁금한 게 생기고, 그에 대해 생각 좀 해보고 싶어지면 그때 책을 권하고 싶다.

읽고 싶을 때, 읽어라.


브런치를 이용하는 독자들은 이미 책 읽는 습관이 있는 분들도 있을 거고,

브런치만의 짧은 글을 좋아해서 보는 분들도 있을 거다.


결국 ‘보는 것과 읽는 것의 차이’는,

얼마나 더 깊이 생각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결국 내가 보고 싶은 책만 읽는 습관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팬이 아닌 키보드로 글을 쓰는 내가 되었다.


흘러가는 대로 살아라.

그 길이 아니더라도, 결국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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