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왜 상대적일까?

기다림과 기대

by 백목이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출근을 했다. 반도체 엔지니어 특성상 주말 출근은 필수 불가결이기 때문이다. 일요일은 상대적으로 일이 적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나 유튜브보기로 때우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왜 상대적일까?


최근에 직장을 잡고 이사를 하면서 주변 친구들이 사라졌다. 그래서 오늘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와 책 읽기를 같이 소통할 수 있는 소모임에 가입했다. 가입하기 전에 이 모임 저모임 찾아보면서 내 마음에 드는 모임을 찾고 가입을 했다. 시간을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에 미용실 예약을 해놨는데 큰일이 났었다. 그렇게 후다닥 나와서 머리를 하고 점심을 먹는데 저번 주말 출근 했을 때는 그렇게 안 가던 시간이 오늘은 왜 이리 빨리 갔을까? 생각을 했다.


며칠 전 친구랑 전화를 한 적이 있는데 “벌써 6월이네. 1년의 반이나 지나갔어. 시간 참 빠르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올해 시간이 빠르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는데 벌써 6월이었다. 매일매일 하루가 너무 안 가네. 아직도 수요일이야? 아직도 다음달 되려면 멀었네. 이런 소리만 반복했으니까. 그러다 월급날이 다가오면 와 벌써 월급날이네. 이제 곧 다음 달이네. 이런 말을 줄곧 했다. 결국 내가 원하고 기대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그 시간이 재밌어진다. 설렌다. 기대된다. 이런 느낌들로 하루를 채운다. 그래서 그날을 기다리면 시간이 되게 빨리 간다.


어느 순간 월급날이 돼버린다. 하지만 월급날이 지나고 다음 월급날까지는 터무니없이 길게 느껴진다. 왜 이런 걸까? 사실 가는 시간은 똑같은데 왜 더 늦게 느껴질까. 따지고 보면 같은 시간 같은 날에 월급을 받는 건데. 이거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해봤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게 느껴지고 기대하는 시간은 짧게 느껴진다.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는가?


나는 기다림과 기대를 같은 선상에 두고 살았다. 기대를 하면 기다리니까. 하지만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았다. 기다리는 건 그 시간이 올 때까지 액션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는 그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알찬 시간을 보내는 게 기대라고 생각한다. 액션 없이 시간이 흘러가기만 하는 걸 기다림, 어떻게 하면 기대하는 시간이 올까를 생각하며 알차게 시간을 보내면 기대라고 나는 말한다.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길다. 나는 전애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별하고 5개월을 기다렸다. 정말 느리게 흘러간 적이 있었다. 전애인과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기대한 적이 있었다. 취업준비를 하고 가까운 곳으로 가기 위한 시간이었다. 그 3개월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기대했으니까. 내가 취업하고 가까워지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근데 그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이후부터는 시간이 정말 지옥이었다. 하루하루가 너무 느렸다. 아직도 1월이 안 지났다. 아직도 2월이 안 지났다. 이제 겨우 3월이네. 곧 생일이네. 3월에 들어서도 내 생일은 16일. 중간에 있었지만 그 2주가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어찌나 이렇게 시간이 안 가던지. 나의 25년 1분기는 마치 6개월과 같았다. 어떤 날이 와도 ‘아직도’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으니까. 그러다 생일이 되고 그 사람에게 연락이 오고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다음부터는 시간이 조금 빨리 갔다. 왜냐면 연락이 왔다는 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기대’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기대도 잠시, 다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그 사람은 아직 준비가 안됬다며 말하였고, 나는 또 스스로 ‘기다림’으로 빠져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안 가는 이 시점을 어떻게든 빨리 가게 하려고 하루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정말 평일에는 출근을 하고, 주말에는 어떻게든 집에 있지도 않고 뻘 생각도 줄이려고 밖으로 나갔다. 무작정 걷고, 구경하고 그랬다. 그렇게 바쁘게 살다 보니 ‘기다림’의 시간보다는 빨리 갔다. 하지만 그 기다림 끝에는 또 한 번의 기다림이 존재했다. 결국 모든 기다림은 나의 선택이었다. 괴롭다는 걸 알면서 인지하지 못했고, 그걸 반복하고 있었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팠던 나도 나고,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나도 나니까.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나는 또 다른 사람과 같은 상황이 오면 기다린다고 할 것이다. 이번 기다림은 나는 거의 포기했다. 포기하니 조금 편한 거 같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의 찝찝함이 항상 남았다. 기다림을 포기한 지 약 3주가 지난 지금 시점에서 나는 나한테 또 물어봤다. 왜 그렇게 찝찝한 건데. 안 기다린다며. 니 삶 살겠다며. 왜 그러는 거야. 결국 나는 내 마음속에 기다림을 눌러놨던 것이었다. 포기가 아니라.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게 내 본질이니까.


결국 난 결과가 보여야 실감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다른 사람에게도 감정을 또 느낄 수 있고 나라는 결과가 나오던, 내 기다림 끝에 그 사람이 오던. 어떠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난 기다림은 항상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게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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