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정되었던 수순이었을까? 아니면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드러난 오해의 역습이었을까? Tucan 반 선생님 한분과 Floater 한분이 사직과 해고 통지서의 경계선에 있는 무언가로 학교를 떠났다. 개학한 지 딱 오일 만이다. Labor Day를 지나고 오니 이미 일은 벌어졌다. Summer camp 기간에도 두 분은 열심히 일하는 듯 보였고 종종 늦게까지 남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기에 이번 일은 갑작스럽고 당황스럽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떠난 두 분 선생님은 흑인 모녀 선생님, K와 M이셨는데 학부모도 같은 반 동료 선생님도 자신에게 nice하지 않고 respect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딸까지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나간것이다. 아이들에 관해 학부모가 미리 알릴 것이 있거나 부탁 사항이 있으면 꼭 동료 백인 선생님, C 한테 이야기를 하고 학교도 전달 사항이 있으면 자기를 놔두고 C선생님한테 이야기한다는 주장이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다른 반 선생님들을 지목하여 자기 classroom의 물품을 훔쳐다 교실을 장식했다고 한K 선생님의 주장이었다. 학교에는 모든 선생님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물품실이 따로 있고 거기에 없으면 오피스에 주문해 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물론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선생님은 자기 집에서 가져오기도 하고 직접 사기도 하는데 K선생님 주장은 자기가 사비로 산 교실 장식 용품을 다른 반 선생님 몇 명이 교실에서 훔쳐다가 썼다는 주장을 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학교를 떠날 필요까지 있을까?아니 어쩜 해고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기밀 사항이니 알수없다.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린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모두 다 다른 언어를 쓰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언어에는 온도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난 이기주 작가님의 언어의 온도라는 책을 보고 이분 천재인가? 싶었다. 정말 같은 단어를 조합해 사용해도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톤, 그 사람의 어투, 밝음, 사투리, 그 상황에 따라 차갑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한 말이 된다. 차가운 말은 가벼운 오해를 낳기도 하고 때론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며 어떨 때는 걷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타오르다 새까만 재만 남기도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정말 별일 아닐 수도 있다. 학부모들이 그냥 C 선생님이 편해서 전달 사항을 전달했을 수도 있고 어쩌다 보니 우연이 계속 겹쳐졌을 수도 있다. 그런데 K선생님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던 것이고 이런 분위기 속에선 자기 자신도 딸도 근무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던지 금요일 부터 나오질 않았다. 설득하려고 나섰던 Dirctor한테 소리까지 쳤다는 후문이다. 모두의 속을 새까맣게 태우고 재만 남긴 채 지나가 버린 용암과 같이 뜨거운 말을 쏟아낸 모양이다.
오늘 갑자기 바벨탑 사건이 떠올랐고 그 옛날 사자가 양과 함께 누워 지내던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던 아담과 이브를 떠올리게 되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난 사실 K 선생님의 말투를 좋아하진 않았다. K의 말투는 세다. 강하다. 내가 K의 지시를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며 말한다. 그게 싫었다. 그래서 그 선생님과 같이 일하게 될 상황이 만약 온다면 난 분명히 내 의사를 밝히려 했었다. Team으로 일하기엔 K style과 내가 너무 다르다고. 하지만 정작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도 영어를 하면 표현력이 섬세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강하게 느낀단다. 마치 어린아이를 꾸짖으며 가르치듯 말한단다. 그 지적이 처음엔 많이 힘들었다. 도대체 내가 어째야 좋을지를 모르겠었다. 프리스쿨을 관두고 좀 더 쉬운 다른 일을 찾아볼까도 싶었다. 스트레스받아가며 공부하고 익히고 배우고 고치고 한다는 게 생각만큼 지속 가능할지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늘 쉽지만 정답이 아닌 곳을 헤매고 다닌 나였다. 더러워서 피하고 아니 꼬아 피하고 동급 취급당하기 싫어 피하고 결이 달라 피하고 잘난 척하는 거 보기 싫어 피하고 어려워서 피하고.. K 선생님을 보며 한편으로 나를 보는듯해 안타 까웠다. 피하지 말고 정면 돌파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어렵지만 옳은 일을 하는 것 말이다. 만일 정말 누가 개인 물품을 훔쳤다면 쉽게 그냥 눈감고 넘길일이 아니라 어렵고 껄끄럽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 아닌가? 사람들이 나에게 nice하지 않다고 느낀 다면 그 사람들에게 가서 "제가 뭐 실수한 거 있나요? 저만 그리 느끼는 건지 모르겠는데 절 불편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서요" 누군가 물건을 훔쳤다고 생각된다면 "제방에 있던 물건을 찾고 있는데요 혹시 ×××를 보신 적 있나요?" "어머니, 궁금한 사항이 있거나 제가 알아야 할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하며 작고 나지막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말할 수 있었을지 않을까? 물론 옳다고 생각되는 걸 언제나 하며 사는 게 쉽지 않다. 때로는 물 흐르는 대로 그냥 놔두는 게 가장 쉽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재고도 없이 감정대로 움직이는 건 정말 the easier wrong이다. 화나고 억울하고 불공평해 보여도 이야기를 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설득하는 것이 the harder right이다. 아이들에게도 난 이걸 가르치고 싶다. 내 삶을 통해서. 항상 the harder right를 택하도록 노력하라고.그래서반쪽의 진실에 만족하지 말고 온전함을 거머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