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섯 프리스쿨(D10)

About Freedom

by Esther Active 현역

우리 반 아이들은 자유롭다 free player라 하여 학교에 도착하면 교실 어딜 가든 제약받지 않고 가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 다짜고짜 화구가 있는 곳에 가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레고가 있는 곳에서 레고 블록을 가지고 뭘 만들 수도 있으며, 소꿉놀이를 할 수도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고 피곤하면 cozy corner에 가서 이불 덮고 누워 있을 수도 있다. Play dough를 좋아하는 애들은 쿠키 커터나 rolling pin으로 케이크도 만들고 과자도 만들고 자유롭게 논다. 단 한 가지 제약이 있다면 친구가 내가 놀고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 하다면 반드시 친구도 놀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리고 어떤 특정 center가 인기가 많아 너무 많은 애들이 모이면 인원 제한을 둔다. 한 center당 4명의 인원 제한이 있다. 가령 drama center에서 놀고 싶은데 이미 4명이 그곳에 놀고 있으면 다른 center를 찾아봐야 한다. 다른 곳에서 놀면서 자기 순서를 기다린다. 물론 옆에 서서 구경하며 기다릴 자유도 주어진다. 일종의 줄서기다. 그리고 또 하나 모두가 모여야 하는 circle time이나 story time, project time에는 반드시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어리지만 따라야 할 일종의 질서가 있다.


어느 center든 center에 들어가기 전 앞에 놓인 check in 표에 자신의 사진이 붙은 빨래집게를 집어 check in 하고 다른 center로 가기 전엔 놀던 곳을 clean up 하고 자기 사진이 붙은 빨래집게를 가져와 check out 한다. 자신의 입출을 표시함으로써 시작과 마무리를 의식적으로 표현하게 한다. 이게 처음부터 가능할까? 아니다. 아이가 하나뿐인 집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많은 경우 애들이 spoiled 되어서 어지럽혀 놓기만 하고 치울 줄 모른다. 엄마 아빠가 다 알아서 치워 주니까 치울 줄을 모른다. 부모 나름이지만 엄격한 부모를 둔 애들은 보고 자란 게 있어 그렇겠지만 잘 치우는 편이다. 이런 오합지졸 올망졸망들을 교육시켜 움직이기 전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 두기를 가르치는데 정말 꼬박 일 년이 걸린다. 물론 대충대충 비스므레하게 정리하는 게 아니라 분류를 해서 정리하는 것은 더 오래 걸려 킨더를 졸업할 때 즈음 되어야 완성된다. 가령 wild animals과 ocean animals를 구분해 각각 다른 basket에 집어넣는 게 2-3살 때 바로 되진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한다. 자유를 주되 규칙과 질서, 원칙, 책임등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이런 가르침은 개인 성장에 큰 의미가 있다. 우리는 내가 속한 국가가 강대국이길 그리고 선진국이길 희망한다. 또 내가 속한 그룹이 좀 더 교양 있고 품위 있으며 책임 있는 리더 그룹이길 원한다. 그렇다면 선진국과 후진국 강대국과 약소국을 분리할 때 내가 사는 미국은 어느 matrix 안에 들어갈까? 강대국이며 선진국일까? 강대국이긴 하지만 후진국일까? 또 내가 속한 그룹은 과연 교양 있고 품위가 있을까? 난 미국이 강대국이며 선진국이길 바란다. 물론 현미경으로 미국을 들여다본다면 후진국적 요소들도 엄청 많다.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자유와 질서 규칙 책임 수준도 못 쫓아갈 만큼 멋대로인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참 많이 배우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는 것 중 하나가 대부분 내가 경험한 미국인들은 가장 기본이 되는 매너, 질서, 규칙을 잘 지킨다는 것이다. 자유를 주면 모두 다 제 멋대로 일듯 싶은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 어린아이들도 Thank you! 와 I am sorry! 를 입에 달고 산다. 남자는 여성과 아이들을 늘 먼저 배려하며 조용히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릴 줄 안다. 공항에서 비행기가 delay 되거나 cancel 되었을 때 이들의 반응을 보면 놀랍도록 차분하고 질서 정연하다. 참을성도 너무 많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난 선택할 자유를 주되 남들도 나와 같은 선택의 자유를 가졌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가르치는 것, 그리고 늘 남과 sharing 하도록 가르치는 것,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도록 가르치는 것 등에서 나온다고 본다. 순서를 지키지 못할 때, 기회를 공평히 나누지 못할 때, 무엇이든 자기가 우선시될 때 우리 반 교실의 자유는 무너진다. Free play는 균열이 생긴다. 그건 아마도 어른 세계도 마찬가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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