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섯 프리스쿨(D9)

자기 돌봄 기술 Self helping skills

by Esther Active 현역

자기를 스스로 돌볼 줄 안다는 것은 태어나는 순간 우리에게 주어진 인간의 숙명이다. 생명이 끝나는 마지막 호흡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우리를 돌봐야 한다. 혼자서 화장실을 가고, 옷을 갈아입고, 음식을 혼자서 챙겨 먹을 줄 알고, 주변을 정리 정돈할 줄 알고,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이 모든 것들을 수행할 수준이 된다. 개인 간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아이들의 경우 만 사세가 되었는데도 이게 안 되면 OT 받는 경우를 많이 봤다.

Occupational Theraphy는 어떤 이유 등으로 평범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때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 과정이다. 내가 치료 과정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수술처럼 한 번에 딱 끝나는 치료가 아니라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까지 걸리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self helping skills를 학교밖 환경에서 therapist가 가르치는 것이다.


다행히 올해는 우리반에 OT 받는 애가 없는듯한데 아직은 모를 일이다. 다른 반에는 일주일에 한 번, 일주일에 두 번 OT 가는 애들이 한두 명씩은 꼭 있다. 주로 몇 가지가 겹쳐 있어 얽힌 실타래 풀듯이 풀어내는데 공통으로 들어가는 것이 potty training이다. 만 6살이 되어서도 똥오줌 못 가려 기저귀 차는 애도 있고 만 4- 5세 인데도 소변, 대변보고 뒤처리 못하는 건 기본이고 속옷을 혼자 올리고 내리 줄 모르는 애들이 의외로 너무 많다. 그러니 이런 아이들에게 왼쪽 오른쪽 신발 똑바로 신고 제대로 단추 끼우고 지퍼 올려 바지 입는다는 건 상상도 못 한다. 점심 도시락을 혼자 열고 먹고 닫고 자기 학교 가방에 물병과 함께 챙겨 넣어 집에 간다는 건 어쩌면 몇 년 후에나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주목하고 싶은 건 미국 부모들의 여유 있는 태도다. 물론 부모마다 다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대륙의 힘인가? 가진 자의 여유인가? 경쟁 자체가 필요 없어 느긋한가? 싶을 때가 있다. 밥을 먹는 것도 세월아 네월아 , 옷을 갈아입는 것 백 년, 손 씻는 거 오십 년, 줄 서기 십 년, 정말 너무 오래 걸리는데 누구 하나 소리 지르고 닦달하고 손 붙잡고 끌고 가지 않는다. 젓가락은 고사하고 누구 하나 숟가락, 포크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데도 아무도 서두르지 않는다. 심지어 숟가락, 포크를 아예 도시락 가방에 넣어주질 않는다. 손으로 집어 먹으란 뜻이다. 2세 이상은 그나마 낫다. 하지만 만 1세 반은 정말 난리도 아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아이에게 먹을 걸 떠먹여 주지 않는다. 혼자 먹어야 한다. 옷과 얼굴 손이 음식으로 범벅이 되도 그냥 놔둔다. 식사가 끝나면 그때가서 손 씻으라고 얼굴도 닦으라고 한다. 완벽할 수 없으나 스스로 다 해보게 한다. 이건 아주 중요한 self helping skills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쫓아다니며 아이들 밥먹이는 사람은 Asian 엄마, 할머니뿐이다.


우리 반 쌍둥이 형제 C&G는 모든 게 좀 느리다. 동작이 좀 더 느리다. 손 씻는데 50년, 예배 보러 이층 올라가는데 100년 걸린다. Potty training은 올해 안에 끝날까 싶다. 아이들도 아무렇지 않고 부모도 아무 문제없다. 문제는 나다. 내가 내 조급증을 못 참고 손 붙잡고 빨리 올라가려는 마음이 늘 스멀스멀 거린다. 하지만 여기서 난 또 한 번 유대인의 지혜를 배운다. 이 유대인 듣는다 끝까지 듣는다 끝까지 들으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인내는 곧 참는 것이다. 내 욕심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도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도움이 필요하다 스스로 말하거나 전문가가 판단하면 그때 가서 도와준다. 하지만 섣불리 끼어들지 않는다. 새싹이 땅을 뚫고 나와 햇볕을 찾아 스스로 몸을 돌리듯, 뿌리가 물줄기를 찾아 뿌리 끝을 뻗어 내리듯 그만큼의 보이지 않는 시간을 지나와야 self helping이 시작되는 거다. 평생을 스스로 도우며 살아야 하는데 어려서부터 가르치지 못하면 언제 가르칠 수 있을까?


난 운전이 필수인 미국서 운전도 못해 대학교 사 년을 내내 등하교시켜주는 한국 부모도 봤고 심지어 양말 신발에 도시락까지 챙겨 아들 출근 시키는 물리학 천재 한국 엄마도 봤다. 이분은 아들 퇴근 시간 때 직장 앞에서 기다렸다. 천재 아들이 유명 회사 다니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 늘 내게 자랑을 하셨는데 어느 날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난 그 아들은 한쪽발엔 파란색 양말과 크록스를 다른 한 발엔 회색 영말과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너무 놀라워하는 내 모습을 보고 도서관에서 누구랑 만나 중요한 연구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자기가 경황이 없어 아들 양말 신발을 제대로 못챙셨다고 자책하는 그 엄마를 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오늘도 난 C&G를 내 앞에 세우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지만 포기 없이 끝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예배당 자기 자리에 앉아 예배 볼 수 있도록 참고 기다리고 인내하였다. C&G는 예배 후에도 가장 늦게 예배당에서 내려왔는데 난 단 한 번도 손을 잡아주거나 붙들어 주지 않았다. 스스로 돕도록 끝까지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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