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도날드 트럼프와 카멜라 헤리스의 첫 번째 TV토론은 카멜라의 승리로 보인다. 난 은근히 미국 역사상 최초 유색인종 여성, 본인은 Back이라 부르지만 난 Asian이라 부르고 싶은 대통령 후보다. 참으로 뿌리 깊은 인종 차별과 난제 중 난제인 의료 개혁, 경제 회복과 어지러운 국제 정세 정리 등의 문제에 있어서 카멜라는 참으로 논리 정연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 깊은 인상을남겼다.
프리스쿨에서 정치를 논할 기회는 없지만 선거 때가 되면 아이들도 투표를 하고 후보를 지지하고 투표에 참가했는 스티커를 가슴에 붙이는 등 나름 선거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색깔도 공화당 민주당이 빨강과 파랑으로 매치되듯 두 색깔을 골라 나누고 코끼리 당나귀 나뉘듯 동물도 두 가지 나눈다. 그냥 콘셉트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하지만 또 이맘때가 되면 좀 우울해지기도 한다. 내가 사는 곳엔 상당수의 redneck이 사는데 이들의 후진적이고 편협하고 덜 배운 티가 팍팍 나는 행동들을 선거철에 많이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집 근처에도 한가정이 산다. Redneck이란 햇볕 아래 일하는 시간이 많아 목이 빨갛게 그을린 working class 남부 출신 백인을 informal 하게 부르는 말이다. 배움이 짧아 저임금에 근로 시간이 길며 상대적으로 바깥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관계로 다른 문화나 여행 체험 고등 교육이 적어 넓은 안목과 이해 포용을 가지기보다는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좁고 거칠고 고집 센 의견을 굽히지 않는 부류이다.
내가 사는 곳은 내가 이주한 지난 12년 동안 정말 엄청난 속도로 인구 유입이 늘어났는데 북쪽 주에서 이곳으로 내려온 이들도 많지만 반대로 남쪽 주에서 이곳으로 올라온 사람들도 많다. 물론 사람 나름이지만 북쪽 주 사람들은 뭔가 좀 더 open-minded 한 반면 남쪽 주 사람들은 뭔가 narrow-minded 하다. 노예 제도를 오랫동안 유지해서 그런지 아직도 오는 눈빛이 곱지 않은 redneck들이 종종 있다. 이들은 선거철에 좀 더 티를 낸다. 삶의 질적인 수준이, 교양과 인문학 수준이, 문화와 문학과 문명에 대한 이해 수준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단지 백인 이기 때문에 우월감을 느끼며 산다. 이들은 가끔 유색인종의 전문 서비스를 거부하기도 하는데 내가 아는 한국인 약사는 대놓고 백인 약사 찾는 손님을 너무 많이 본다고 했다. 그뿐인가? 여기 유색 인종 의사는 백인 파트너 의사와 같이 일해야 할 때가 많다. 하긴 아무리 유색인종이 늘었다 해도 여전히 50%이상이 백인이니 할 수 없다.
우리 프리스쿨이 중요시하는 것은 diversity다. 다양성 그 자체를 중시한다. 카멜라 해리스의 다양한 정체성 그 자체가 diversity의 모델이다. 카멜라는 이민자 인도인 어머니와 역시 이민자 출신 자메이카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고 5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편모밑에서 성장했다. 암을 연구하는 researcher이자 시민운동가이며 힌두교인 어머니의 영향력 아래 산 카멜라만큼 우리 학교의 diversity조건에 맞는 사람이 또 있을까? One fits all 같은 사람이다. 난 메르켈 총리와 마가렛 대처 수상의 팬이기도 하다. 이들의 강하지만 부드럽고 냉정한 듯 때뜻하고 느슨한 듯 짱짱한 리더십을 좋아한다. 첫 아시아계 여성 대통령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