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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 프리스쿨(D15)

Mandatory paid sick leave law

by Esther Active 현역

일요일 오후부터 머리가 좀 아프고 온몸이 쑤시는 듯 해 일지감치 잠을 청했다. 월요일은 오전 8시 이전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락 세 개 싸고 둘째 아들 7시 전까지 고등학교 등교 시켜놓고 막내아들 밥 먹여 중학교 등교 준비 시키려면 5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직장 관계로 아이들을 8시에 학교에 데려다 놔야 하는 부모들의 아이들을 내가 봐야 하는 날이 월요일이다. 물론 우리 학교는 사립이기 때문에 early drop off 또는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까지 남아 있어야 하는 late pick up 다 돈을 받는다. 주 1회부터 5회까지 early drop off를 선택할 수 있고 마찬 가지로 주 1회부터 5회까지 late pick up을 선택할 수 있다. 한번 선택했다고 1년 내내 계속해야 되는 건 아니고 매월 스케줄을 정해서 Admin Office에 전달하면 알아서 계산해 tuition과 함께 내면 된다. 즉 1주 차에는 월요일 1회 early drop off만 하고 2주 차에는 월요일 1회 early drop off에다 금요일 late pick up 하고 3주 차에는 월, 수, 금, 3회 early drop off 하고 4주 차에는 5회 early drop off 등을 선택했다가 다음 달에는 전혀 다른 스케줄을 Admin office에 줄수도 있다. 학부모도 선생님도 학교도 모두 flexible 하게 움직이는데 익숙하다.


사실 오늘처럼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sick leave를 내고 집에서 쉬었어도 된다. 일요일 저녁때쯤 스케줄 담당자한테 몸이 안 좋아 좀 쉬어야 하겠다면 그냥 바로 "I hope you feel better soon!" 하고 끝이다. 다음날엔 나를 대신할 sub이 내 교실에 들어간다. 미국 school system은 이 sub이 너무나 잘 되어있는 나라다. 어디 sub 뿐인가? assistant teacher에, special teacher에 floater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병가, 휴가, 출산 휴가, 특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되어있고 그렇게 해준다. 물론 이것도 주마다 달라 어느 주는 병가까지 다 paid leave로 쳐주지만 어느 주는 doctor's note가 있어도 paid leave가 안 되고 그냥 excused leave로 처리되어 근태 관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정도로 취급된다. 내가 사는 주는 원래 paid sick leave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데 우리 학교는 사립이라 좀 다르게 sick leave를 적용한다.


대한민국 태생이라 그런가 난 병가도 잘 못 낸다. 그냥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오늘처럼 그냥 버틴다. 왜 그런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한 번도 병가를 않냈다거나 휴가를 안 쓰거나 하지 않았다. 우리 학교는 아프던 안 아프던 1년에 5일은 paid sick leave가 급여에 포함되었다. 즉 병가 5일을 않쓰면 5일치 급여가 연말에 따로 나온다. 가령 5일을 unpaid leave로 휴가 내고 금토를 앞뒤로 끼운 다음 5일을 paid lsick eave, 병가로 사용한다고 하면 최대 16일을 휴가로 쓸 수 있는데 난 3월 봄방학 때 봄방학 5일에다 여기 16일을 붙여 최대 23일을 쉬곤 했다. 주로 한국에 엄마를 보러 가는데 썼다. 이번 겨울방학은 2주간 방학에 병가 5일을 붙여 23일간 paid leave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엄마 얼굴도 보고 친구도 잠깐 만나고 일본 여행도 다녀오려 한다. 그동안 내 교실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 Sub이 와서 일할거다. 우리 학교에는 늘 8명 정도의 part timer가 있고 이들은 대게 sub으로 전환돼서 일할 수 있으며 2명의 floater가 상주하고 있는데 이런 flexiblity 때문에 어느 선생님이든 늘 자유롭게 휴가를 쓴다. 그래서 난 가끔은 한국 학교도 이게 가능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 어린아이를 본다는 건 기쁘기도 하지만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상주하는 floater가 2명 있는 거다. 가끔 아이들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으면 난 floater를 내 교실에 불러 아이들을 보게 한 후 teacher's lounge에 가서 차를 마시거나 달달한 군것질을 하며 숨을 돌리거나 office에 있는 staff들과 small talk를 하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이들은 구세주다! foater가 한국 유치원이나 학교에도 있을까? 있어야 한다.


어린아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출산율 이야기를 해야겠다. 한국의 출산율을 보면 진짜 나라 없어지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미국 가정은 적어도 아이가 둘이다. 보통은 셋이며 spanish계는 아이를 이보다 더 많이 낳는다. 그런데 한국은 부부가 한 명도 안 낳으니 나라가 소멸할 운명에 처한 게 아니겠는가? 당연히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스쿨이 줄겠고, 초등학교수도 줄겠고 엄청난 수의 교직이 사라지지 않겠는가? 그런데다 상사 눈치 보고 회사 근태 관리 눈치 보느라 휴가도 내 맘대로 못쓰는 경직된 시스템이라면 누가 맘 놓고 애를 갖고 출산하고 푹 쉬다 복직하려 들까? 아마도 아무도 그러지 못하리라. Flexible한 노동 환경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편하게 휴가를 쓸 수 있는 Flexible 한 노동 환경은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수많은 part timer가 flexible 한 시간과 스케줄에 따라 일을 하고 비교적 짧은 시간 일하는 단기 계약직 등이 사회의 밑을 받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내가 육아 때문에, 나이 때문에, 처한 환경 때문에, 전문성 부족 때문에 단시간, 단순 업무를 하게 된다 하더라도 미국인들은 마다 하지 않는다. 이 시스템에 익숙하다. 필요에 따라 full time으로 옮겨 가기 위해서 관련 분야에서 단순일을 하며 쉬 어기듯 part time일을 지속하는 경우도 많다. 난 substitute분들께 늘 감사하고 있다. 이분들이 없다면 미국 교육 시스템도 무너졌으리라. 언젠가 내가 다시 공부를 더 하고 싶다 생각되서 대학원에 등록하게 된다면 나도 sub으로 일할것이다. 학비에 보템이 될것이니 어찌 마다하겠는가? 두통이 안없어진다.좀더 기다려 보다 구세주에게 내일 일을 부탁할지 결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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