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때이다 보니 선생님도 아프고 애들도 아프고 학부모도 아프다. 한 반에 결석이 한두 명은 꼭 있다. 감기 환자도 있고 covid환자도 있고 그냥 아픈 사람도 있다. 아파도 학교 가서 아파라 하며 등교를 재촉하던 대한민국의 부모님 교육열 탓에 난 초중고등학교 모두 개근상을 탔다. 지금 생각해 보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지만 그때는 근면 성실이 최고의 덕목 중 하나였던 시절이라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이야 비대면 학습도 있고, 원격 진료, 재택근무라는 것도 있으니 굳이 현장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 뭐든 비대면으로 가능한 시대가 왔다. 어느 먼 훗날 학교라는 장소가 없어지는 때가 오지 않을까 싶을 때가 있다. 챗 GPT라는 것을 접할 기회가 한국처럼 많지는 안지만 쳇 GPT로 생산된 결과물을 보면 놀랄만하다. 한국은 작은 나라에 모든 것이 응집되어 있기 때문에 뭐든 급속히 퍼지는 경향이 있는듯하다. 반면 미국은 큰 나라이기에 모든 것이 넓게 퍼져 있기 때문에 뭐든 천천히 서서히 퍼지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뭐든 느린 느낌이다. 아직도 손으로 check를 써 우편봉투 l에 우표를 붙여 카드값을 지불하는 미국을 생각해 보면 그 느낌을 알 것이다. 그런 미국에 한국 바람이 불고 있다.
요즈음은 심심치 않게 나를 한국 사람으로 알아보고 한국말을 거든 사람이 늘어났다. 이들은 한국말을 상당히 잘하는데 한국말을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면 90%가 거진 독학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배웠다는데 이 드라마나 영화가 얼마나 수준급인지 한국어 실력이 엄청 좋다. 이들에게 무슨 드라마가 재밌었냐고 물으면 여러 가지 다양한 드라마를 이야기하지만 특히 어느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말을 배우게 되었냐고 물으면 외국인에게 국민적 정서도 그렇고 행간을 읽어야 해서 좀 어려울듯한 드라마, 그러나 나 또한 걸작 중 걸작이라 생각하는 미스터 션샤인과 나의 아저씨를 꼽는다. 이들에겐 학교가 필요 없고 선생님이 필요 없다. 드라마가 훌륭한 선생님이자 교육의 장 학교다. 사실 난 25년 전 E 어학당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땄다. 혹시라도 미국에 오게 되면 한국어를 가르칠 계획이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한국어는 별로 인기가 없어서 한인 2세 어린아이를 위한 소규모의 한국어 학교에서 무료봉사 정도의 한국어 교육 외에는 기회가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냥 장롱 면허로 남겨두었는데 요즈음은 그 면허를 쓰고 싶어 진 거다. 왜냐하면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무르익던 기운이 최근 4-5년 사이에 한국 음식, 한국 문화, 한국말로 붐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으란 말이 있는데 업으로 써먹기에는 경력이 없고 봉사로 하기엔 나에겐 시간이 없는 게 걸림돌이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어린 제자가 하니 나타날지. 작년 재작년 우리 반 N과 N은 엄마 아빠가 모두 한국 문화에 매우 관심이 많다. 그들이 물을 때 난 대답하고 그들이 궁금해할 때 난 어디서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는 그들에게 난 미스터 션샤인을 나의 아저씨를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