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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의사는 누구입니까?

별 다섯 프리스쿨(D28)

by Esther Active 현역

M이 오늘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받았다. ENT 닥터의 권유로 빨리 해버린다고 했다. 등교는 다음 주 초나 중반즈음이 될 것 같다. 코맹맹이 소리에 늘 부산스러운 M 하나만 교실에 없어도 이리 조용한데 다음 주부터는 또 씨끄러워지겠다. 하긴 아이가 조용하면 그건 아픈 거다. 건강한 애들이 소란스럽다. 뭐가 그리 재미있고 뭐가 그리 억울하고 슬픈지 맨날 울고 웃고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그래도 애들이 아프지 말아야지 아프면 대신 아플 수도 없고 부모 마음은 찢어진다. 자식일만 그런가? 본인 자신은 또 어떠한가? 부모라는 이유로 아직 다 키우지 못한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홀로 계신 노부모가 눈에 걸려 아플 수 없다. 내가 돌보지 않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다.그래서 아플 자격도없다.


두 달 전 함께 일하는 선생님 중 한 분이 갑작스럽게 유방암 제거 수술을 받으셨었다. 우연히 받은 유방암 검진 리마인드 콜에 생각난 김에 검사나 받아볼까 하고 바로 예약을 했다가 조직 검사까지 하고 때마침 바로 수술 가능한 의사가 있어 바로 수술까지.. 한 달 반 만에 모든 일이 끝났다. 유방암 2기였다. 그 선생님 왈 조직검사 결과받고 암이라는 소식을 받았을 때 머리가 하얘지고 손이 덜덜 떨려 아무것도 못하겠더란다. 학교에 수술 스케줄을 알리고 병가 계획을 알리는데도 행여나 자신의 말 한마디 실수로 온갖 불행 함수가 자기에게 한꺼번에 떨어져 일어날까 봐 말을 못 하겠더란다. 왜 아니 그럴까? 우리에겐 책임져야 할 누군가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의료분쟁을 바라보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보통의 책임 의식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특정 계층이 사회적 성취로 갖게 된 부와 누리는 특권에 대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이름으로 책임 의식을 가지라 촉구한다. 작금의 의사들은 의료지식과 의료기술을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가졌기에 부를 갖게 되었고 특권을 누리고있다. 우리는 의사들에게 자신보다 의료지식과 기술을 덜 가지고 덜 누릴수밨에없는 환자들에 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하진 않는다. 다만 보통의 책임의식을 묻는다. 최소한 사고 난 엄마가 수술할 의사가 없어 아이 엄마로서 헌신을 다할 수 없도록 만들지는 말아야할 보통의 책임. 위급한 상황의 아이가 받아줄 의사가 없어 병원을 돌다 죽어 나가겐 하지 말자는 보통의 책임의식이다. 의사가 의사이기를 포기한다면 작금의 의사는 무어라 이름을 바꿔 불러야 할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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