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소설 "채식주의자"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뉴스를 보니 한국인으로서 또 한 번 감회가 새롭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 노벨상이 아닌가? 한국 Text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듯하다. 사실 사 년 전 여름 한국 방문중 읽었을 때 다소 기괴한 듯 우울함과 더불어 이상하리만치 주인공에게 몰입되어 목에 이물감을 소설 읽는 내내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문학적 완성도까지는 내가 판단할 수준이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몰입감이 엄청난 페이지 터너였음은 분명했다. 너무 자연스럽게 먹었던 수많은 생명 있는 먹거리들에 대해 행해지는 폭력과 잔인한 취급과정 또는 살생 또 그 연장선상에서 벌어지는 인간에 대해 행해지는 잔인한 폭력과 살생까지 어둡고 아프고 불편했지만 충분히 공감할 만 내용이었다. 채식주의자하니 A가 생각난다.
만 일세부터 채식주의자, 만 삼세에 비건이 되었고 지금도 비건을 실천하고 있는 A는 영국 남자아이다. 영국인 어머니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금발의 A는 우리 반에 오기 전 이미 채식주의자였는데 만 삼세가 된 여름방학 동안 비건이 되었고 지금도 비건 식사를 하고 있다. 7:3 육식: 채식주의자인 나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의 간식과 도시락을 싸 온다. 구운 브로콜리와 컬리플라워에 얇게 썬 벨 페퍼, 찐 옥수수와 아다마메등이 간식이고 점심은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에 찐 오색 당근과 오이 아티초크 올리브 피클 Heart of Palm 등을 싸 온다. 물론 A는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채식 주의자이고 강요당한 비건이다. 써머 캠프 기간 중에는 학교에서 오전 오후 간식을 모두를 다 제공해 주었는데 A는 한 번도 그 과자와 주스 음료수 요거트 치즈등을 먹지 않았다. 동물성 단백질이 들어있고 꿀등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알레르기나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지만 부모는 아이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줘야 한다며 캠프기간 내내 간식 점심을 다 싸줬고 비건이 지키는 특이 사항에 관한 메모까지 보내 다시 한번 우리를 상기시켰다.
얼마 전 한국의 유명한 노년내과 의사 초등 4 아들의 저녁 식사 내용물이 인터넷에 올라와 갑론을박이 있었다. 렌틸 비중이 엄청 높은 참 소박한 저녁 내용물에 일부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했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부모의 음식 철학이 반영된 식사니 우리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둥 여러 의견이 있었다. 사실 시대에 따라 우리의 생각도 달라진다. 예전엔 옳았지만 지금은 틀린 혹은 예전엔 틀렸지만 지금은 맞는 그런것들 말이다. 핼렌 켈러의 썰리번 선생님이 지금 이 시대 미국에 살고 있다면 Child abuse로 경찰의 부름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자유의 나라이지만 또한 타인의 자유로 내 자유가 늘 제지당하고 내 자유로 타인이 제지받는 나라이기도하다.
다른 아이들이 먹는 생일 케이크도 아이스크림도 피자도 먹고 싶어 하는 아이를 굳이 "양쪽 부모님의 뜻이 이러하니 따르도록 하거라!" 하며 싸 온 간식 점심 먹이는 것도 이젠 부담스럽다. 특히나 생일 파티가 있는 날에는 아이가 예쁜 파스텔톤의 버터크림이 잔뜩 발라진 컵케잌을 얼마나 먹고 싶어 하는지 알면서도 우리 보고 외면하라 강요한다. 식품 사막이라 불리는 초가공식품 환경에 사는 우리가 가공 안 된 건강한 먹거리를 먹이는 A 부모를 모델로 삼아 그 부모를 참식품 교육자이자 부모라 칭찬해야 할지 아니면 어린아이에게 조금의 선택권도 주지 않는 아동 학대 부모라 불러야 할지 채식주의자를 상기시키니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