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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따기 딱 좋은

별 다섯 프리스쿨(외전 4)

by Esther Active 현역

안토시안이 한가득한 포도 따기에 딱 좋은 곳을 찾았다. 우리 집에서 차로 딱 1 시간.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며 지나치는 풍경에 취해 말들을 보딩 하는 곳을 지나 젖소를 키워 우유도 팔고 아이스크림도 만들어 파는 곳을 지나면 늙은 호박을 키우는 곳이 나온다. 핼러윈 때에는 펌킨 패치를 하고 Hay Ride도 하고 옥수수 밭 콘 maze running도 할 수 있는 곳을 지난다. 그 후로 10분가량을 더 운전해 가면 포도나무가 많은 한적한 시골집이 나온다. 마당에는 노부부가 차려놓은 가판대에 포도가 한가득 담긴 바스켓과 포도 주스, 포도 잼, 포도 프리저브 등이 손님맞이 준비를 한다. 한 바스켓에 $14! 캐쉬 온리! 아주 괜찮은 딜이다. 바스켓에 잘 쌓으면 비닐봉지에 옮겨 담았을 때 봉지 한가득 포도를 담아갈 수 있다. 그리고 대체로 동양인은 이 쌓기에 능숙하기에 농장 주인들은 늘 "You did a great job!"이라고 칭찬을 해준다. 그리고 오늘 함께한 나의 동행들도 나도 "Great Job!"소리를 들어내고야 말았다.


미국에서는 철마다 안 하고 넘어가기엔 뭔가 섭섭한 것들이 있다. 봄에 하는 스트로베리 픽, 블루베리 픽,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하는 포도 따기, 가을에 하는 사과 따기, 호박 따기가 그것들이다. 오늘은 유대 명절 Yum Kippur(속죄일)이라 내가 근무하는 프리스쿨이 쉬는 날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는 죄성을 반성하고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는 날이지만 유대인이 아닌 난 하나님께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 주심에 감사드리는 날로 정했다. 포도밭의 포도는 다 따주는 이가 없어 바닥에 떨어져 이미 거름이 되어가는 포도알들과 건포도 상태가 되어가는 알들이 많았고 당도가 최고조로 올라간 포도는 스칼렛 색깔에서 검은색에 가까운 색으로 변해갔다. 성경에서는 포도나무 가지를 인간에 비유하고 예수를 포도나무로 비유하는데 예수 안에 거하면 가지인 우리는 과실을 많이 맺는다 비유로 말한다. 하지만 난 양적 결실보다는 질적 결실 즉 Pick에 늘 주목해 왔다. 인간이 태어나서 어떤 용도로 Pick 돼 쓰임 받느냐에 주목해 왔다는 뜻이다. 그냥 그냥 농익어 땅에 떨어져 거름이 되기보다는 가지에 붙어 말라 비틀어 지기 보다는 누군가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고 좋은 포도주가 되고 좋은 아이스 와인이 되고 건포도가 되는 그런 삶 말이다.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곳에 쓰임 받는 삶이고 싶다.


내가 사는 곳에는 머스크다인이라는 품종의 포도를 키운다. 머스크다인은 포도송이 전체가 함께 익는게 아니고 알 하나 하나가 따로 익는다. 지역 특산품인 이 포도는 껍질채 먹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껍질이 매우 두껍지만 당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곳을 관광온 사람들이 와이너리를 찾아 포도도 따고 와인도 사가는 이유는 그 품종 때문이다. 다른 곳에는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경속 포도로 비유되는 우리 인간도 그렇지 아니할까 싶다. 우리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Pick over 되는 이유는 내가 남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성품이 성숙했고 우리의 기술이 지혜가 지식이 성숙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포도 따기에 딱 좋은 장소 딱 좋은 시간은 사실 없다. 그저 각각의 포도나무 가지에 언제 얼마나 성숙한 나무 열매가 열렸느냐의 문제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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