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이 되면 펌킨 패치와 Jack O Lantern 만들기 정도는 해줘야 한다. 안 하고 넘어가면 설날 새배 안 하고 떡국 안 먹은 것처럼 뭔가 빠진듯하다. 내가 느끼는 느낌이 아니라 미국인이 펌킨 패치에 관해 느낄 것 같은 내 생각이다. 미스터 페이지의 농장은 계절마다 필드트립 오는 프리스쿨, 킨더카튼, 초등학교 학생으로 넘쳐난다. 봄에는 블루베리를, 여름에는 딸기를, 가을에는 호박을 따러 오는 학생들과 선생님으로 북새통이지만 이 북새통을 마다하지 않고 늘 오게 되는 곳 또한 이곳이다. 오늘은 좀 쌀쌀했던 지난 주와는 다르게 그늘은 시원한데 햇볕에 나가면 땀나는 정도의 더운 날씨다. 희한하게 우리 프리스쿨이 펌킨 패치를 오는 날은 늘 땀나게 더웠다. 매년 그랬다. 그전에 아무리 추웠어도 그날은 덥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핼러원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이태원 참사가 생각난다. 우리나라의 고유명절도 아닌데 어쩌다 젊은이들이 핼러윈을 모두가 즐겨야 하는 명절쯤으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책 구매에서 보여줬듯이 우리나라는 지나친 쏠림현장이 있다. 핼러원도 난 일종의 쏠림 현상으로 본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한쪽으로 지나치게 몰린다. 이태원 참사도 한강의 채식주의자 책 구매와 다르지 않다. 저 사람이 사서 읽으니 나도 사서 읽어야 하고 저 사람이 코스튬을 입고 파티를 하니 나도 해야 하는 그런 식이다. 사실 이런 쏠림 현장이 미국에도 있다. 오늘과 같은 펌킨 패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이 다른 점은 규모의 차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커서 아무리 큰 무리가 몰려도 결과적으론 적당히 분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처럼 규모가 작고 콤팩트한 나라는 한번 쏠리면 결과적으론 극단적으로 몰려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핼러윈과 관련해서 미국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그룹들이 많다. 교회는 교회대로 핼러윈이 아닌 할렐루야 나잇등으로 이름을 바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게임을 하고 게임에 이기면 캔디를 상으로 받게 하여 핼러윈을 건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우리 프리스쿨도 핼러윈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Trunk or Treat 또는 Truck or Treat이라고 해서 차 트렁크를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 재미나게 꾸민 후 주차장에서 만나 다양한 캐릭터로 꾸민 아이들이 차를 돌아가면서 Trick or Treat를 외치며 사탕을 교환하도록 하며 소규모로 다소 조용히 즐기게 해 준다. 이번주 토요일 학교 주차장에서 이 행사를 한다. 하지만 공공 주차장을 가보면 이런 행사를 하는 소규모 모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번 핼러윈 데이의 이태원은 어떤 모습일지는 상상이 되지는 않지만 기괴하고,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모습 말고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고 재치 넘치며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한가득한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온갖 악행을 일삼다 삶의 끝에 지옥 가기 싫어 악마에게 애원을 해 얻은 구천 떠돌기 무안반복은 Jack에게 주어진 형벌이다. 굳이 형벌받은 잭을 기억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굳이 기억해 기념하고 싶다면 잭을 기억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악행이 아니라 선행을 쌓는 회심한 Jack이 되어보며 기억하는 건 어떨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