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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폭력 접근 금지 명령

별 다섯 프리스쿨(D44)

by Esther Active 현역

알코올 중독, 마약, 외도, 가정 폭력 최악의 가정환경 그랜드 스램을 달성한 아버지 밑에 자란 B는 우리 학교가 어려서부터 돌보고 있는 아이이다. 입학금은 물론이고 학비, 간식비까지 무료로 돌보고 있다. 어느 나라나 비슷하겠지만 알코올 중독 있는 집에 가장 폭력이 있고 마약에 대한 access가 가능한 나라에선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또 마약까지 손댄다. 술 먹고 마약 하는데 가정을 제대로 돌볼 수 있겠나? 당연히 일 안 하고 마누라패고 애들 패고 술에 쩔어 약에 쩔어 산다. 그런데 희한한 점은 이런 사람들이 또 끼리끼리 불꽃이 튀어 바람까지 피운다. 어쨌든 B의 아버지는 법원으로부터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다. 디렉터가 교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그 아이 아버지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를 데려가는 것은 물론이고 근처에 오는 것도 허락되지 않으며 아이를 만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철저하게 단속시킨다.

B는 우리 반 아이는 아니었지만 만 1세부터 우리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가정사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올해는 같은 반에 작년 우리 반 P의 엄마이자 소셜 워커인 베키가 있다. 베키는 차분하고 정의롭고 사리분별이 정확한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엄마 중 하나인데 올해 그 B와 P가 같은 반이 되었고 방과 후에 두 아이와 엄마가 학교에 남아 늦게까지 놀다가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그리고 또 하나 다행인 것은 최근 E엄마 샤나가 그 그룹에 조인한 듯 보인다. 아이 셋이 방과 후에 운동장에서 자주노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샤냐는 변호사인데 사냐 또한 조용하지만 용감하고 사리분별이 정확한 사람으로 내가 또한 좋아하는 엄마이다. 오늘 디랙터로부터 접근 금지 명령 주의 사항을 들은 후 퇴근길에 마주한 세 엄마의 운동장 회동은 나를 흐뭇하게 만든다.

때론 내가 원하지 않는 삶의 방향으로 나도 모르게 삶이 흘러갈 때가 있다.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아는 사람하나 없을 때 겪는 막막함을 난 조금 안다. 그래서 이 세 사람의 만남은 내게 특별하다. B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왜냐하면 베키와 샤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조용히 따뜻한 손길을 내어줄 주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최악의 가정환경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는 변호사 아는 아는 사회복지사 하나 없이 살다가 어느 날 이 두 사람이 내 아이의 베프 엄마로 나타났다 생각해 보라. 그랜드 슬렘 달성한 것 같은 기분이 아닐까 싶다. 최악의 가정환경을 너무 어려 겪은 B가 P와 E를 만나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원래 일이 풀리는 건 사람을 만나면서 이뤄지는 법이다. B에게도 좋은 일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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