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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핼러윈 파티

별 다섯 프리스쿨(D43)

by Esther Active 현역


최연소 핼러윈 파티 참가자는 만 1년 2개월 몬스터!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코스튬은 우리 반 S의 Dryer! 가장 TPO가 맞은 코스튬을 입은 친구는 예정에 없던 Fire Drill을 하게 되면서 불 끄는 모습까지 장난스럽게 연출한 쌍둥이 소방관! 작년까지만 해도 핼러윈 데이에 핼러윈 파티는 물론이고 코스튬을 입는 게 금지되었었다. 유태인 율법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금지했다가 기독교계가 이혼 커플을 받아들이고 여자 목사를 받아들이고 이제는 동성 커플을 받아들이듯이 프리스쿨에서의 핼러윈 파티를 허락한 것이다. 종교적 율법도 세월 따라 기준이 변하기 마련이다. 단 너무 익스트림하게 징그럽거나 혐오스러운 것은 금지한다는 조건이었다. 예상한 대로 많은 여자 아이들은 공주 옷차림으로 남자아이들은 슈퍼 히어로 차림으로 왔고 고양이, 기린, 공룡등의 코스튬의 옷을 입고 온 아이들이 있었다.

모든 선생님의 관심을 받은 것은 우리 반 S의 Dryer였다. S는 상황에 전혀 맞지 않게 시도 때도 없이" We've got a new washing machine and a dryer. Do you want to try them?"을 끝도 없이 반복했었다. 그런데 S의 외할머니는 외손자의 이 말에 진심이었었다. 적당한 크기의 하얀 박스를 구하고 동그란 알루미늄 모양으로 window를 만들어 LED를 넣고는 시작 버튼 종료 버튼을 만들어 입혔다. Whirpool이란 마크도 프린트해서 붙여주고 코스도 Normal, Delicates, Perm Press, Heavy Duty 예쁜 글씨로 써넣은 할머니의 진심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아이의 자폐성향과는 상관없이 할머니의 손주사랑은 아이에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주는 것으로 오늘과 같이 드러났다. 세상 그 어떤 치료법이 사랑을 앞설 수 있을까? 지친 엄마를 대신해서 손자의 핼러윈 코스튬을 한 땀 한 땀 만든 할머니의 정성이 눈물겹다.

핼러윈 파티라고 해봤자 미국에선 테이블 예쁘게 장식해 놓고 호박 모양의 슈가 쿠키, 바이트 사이즈의 머핀 놔두고 쿠키하나 머핀하나 먹고 수다 떨다 헤어지는 게 전부다. 그냥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지 먹는 것에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S의 할머니와 그 엄마를 보며 한 시대를 오버랩하며 살아가는 자식과 손자라는 관계 속에서 함께하는 시간 외에 그 무엇이 더 중요할까 싶다. 학교에서 공부를 남보다 더 잘하는 것, 좋은 직업을 갖는 것, 돈을 더 많이 버는 것, 명성을 얻는 것 그보다 중요한 건 함께 살아가는 동안 서로에게 행복한 순간을 선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S 행복했던 오늘을 기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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