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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평가

별 다섯 프리스쿨(D41)

by Esther Active 현역

만 삼세 수행평가 결과를 본 적 있는가? 7장짜리 보고서에는 프리스쿨 시간에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아이가 스케줄을 무리 없이 따라가는지 그룹이나 개인에게 주어진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서 문제가 발견되면 정부 지원프로그램으로 아이를 연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에 목적이 있다. 선생님들끼리는 그냥 Evaluation이라고 부르고 보고서의 정식 명칭은 Observation and Recommendation Report이다. 자폐 스펙트럼이 의심되는 S를 평가한 결과지가 도착한 것이다. 큰 그림으로 보자면 아이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에 대한 동의는 이루어졌다. 하지만 학교에서 적용하는 그 실행 방법은 우리가 익히아는 것들이라 적잖은 실망감이 들었다.

그 실행 방법이 안 통하니까 전문가에게 Evaluation을 의뢰한 것인데 누구나 다 알법한 방법을 제시하니 "여기도 탁상 행정 인가?" 싶다. 가령 아이가 그룹 액티비트를 하기 전 도대체 집중을 못한다면 " Macaroni & Cheese"를 선생님이 외치면 아이들이 "Everyone freeze"등을 외치게 하는 방법,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무거운 물건 등을 나르는 일을 시키는 방법, 벽을 1-2분 동안 맨손으로 힘껏 밀어붙이기 등을 하여 적당히 기운을 뺀 후 앉아 있게 하는 방법 등 다 아는 내용이다. 아는 내용인데 아이가 못 따라 하고, 안 따라 하고, 하기를 거부하는데 어떻게 하면 아이를 하게끔 만드는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를 받아보니 한국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받게 된다는 수행평가라는 것이 생각났다. 지금 폐지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주어진 과제를 어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가 있다면 그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 과제를 푸는 시도를 해야 과정 및 결과를 평가하는데 과제 자체를 이해 못 하면 과제 자체를 먼저 이해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바깥 놀이 시간 30분이 끝나가고 " You've got 5 more minutes to play", " You got one more minute"을 중간중간 외쳐도 실내로 들어올 줄 모르는 S를 바라보니 이 아이가 초등학교에 간다면 수행 평가라는 게 가능할까 싶다. 개별 과제도 있고 그룹 과제도 있는데 도대체 이런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가 개입해야 하는 건지 S의 엄마의 답답한 심경이 오롯이 느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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